고령화로 근골격계 질환 느는데 가급적 수술대신 주사 치료 원해
신경차단술 진료비 4년새 2배… “비급여 수단 악용-부작용 위험” 지적
최근 4년 새 디스크 통증 조절 등을 위한 주사 치료인 ‘신경차단술’의 국내 전체 진료비가 2배로 늘었다. 신경차단술은 통증이 발생하는 부위에 국소마취제와 스테로이드 등 약물을 넣어 통증을 줄이고 주변 염증과 부종을 가라앉히는 치료법이다. 디스크 수술에 대한 부담, 고령화 등으로 ‘비수술 치료’를 선호하는 환자가 많아지면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일부 병의원에서는 불필요한 주사 치료를 하면서 비급여 수단으로 악용하고, 일부 환자는 부작용 위험을 제대로 모른 채 여러 병의원을 다니며 주사를 너무 자주 맞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신경차단술 시술-진료비 4년 새 약 2배로
15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환자 965만 명이 국내 병의원에서 6504만 건의 신경차단술 시술을 받았다. 2020년(3820만 건) 대비 1.7배 증가한 수치다. 이에 따른 진료비는 3조2960억 원으로 2020년 1조6267억 원에 비해 2배로 늘었다. 같은 기간 건강보험 전체 진료비가 86조7000억 원에서 116조2000억 원으로 1.3배로 늘어난 것을 고려할 때 증가 폭이 훨씬 가파르다.
신경차단술 시술이 증가하는 이유는 고령화로 근골격계 질환을 앓는 사람이 많아지는 상황에서 가급적 수술을 원하지 않는 환자가 많기 때문이다. 디스크 내시경 수술 등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일부 수술의 경우 치료비를 부담스러워하는 환자들이 신경차단술을 택하기도 한다. 한동우 강남세브란스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고령 인구가 늘면서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가 많아졌고, 수술을 반복하기 어려운 사례가 많아 보존적인 치료를 진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환자들이 동네의원에서 신경차단술 시술을 받는 사례도 많았다. 신경차단술 진료비는 상급종합병원을 제외한 모든 병의원에서 늘었는데, 의원급은 가장 많은 217%로 증가했다. 지난해 신경차단술을 가장 많이 실시한 병원의 경우 환자 1인당 시술 횟수가 전체 평균보다 4배 많았다.
● “과도한 시술은 부작용-감염-신경 손상 가능성”
치료 목적을 넘어선 과도한 의료 쇼핑도 발생했다. 지난해 신경차단술 시술을 가장 많이 받은 환자는 1년간 24개 병의원을 747번 찾아 7종의 신경차단술을 1124회 받았다. 진료비는 6700만 원을 썼다. 상당수 병의원은 신경차단술을 시술할 때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주사제 처방을 끼워 넣는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병의원 입장에선 신경차단술 진료를 늘린다고 해서 수익에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면서도 “그 대신 주사 등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치료를 붙여 수익을 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과도한 신경차단술 시술이 국소마취제 관련 부작용과 감염, 신경 손상, 혈종 형성 등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일부 부위에 방사선 투시 장치를 사용하는 점을 고려할 때 시술을 너무 자주 받으면 방사선 노출 위험성도 함께 증가한다. 방사선 피폭량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암 발생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고재철 고려대안암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꼭 필요한 수준으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신경차단술을 무작정 많이 시술한다고 해서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