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병 ‘와장창’ 쑥대밭…대자로 뻗은 만취 라쿤

  • 동아닷컴
  • 입력 2025년 12월 4일 06시 42분


미국 버지니아의 한 술집에 라쿤이 난입해 술병을 깨뜨리고 술을 마신 뒤 화장실에서 만취한 채 발견됐다. 동물보호소는 구조 후 회복한 라쿤을 야생으로 돌려보냈다. ⓒ뉴시스
미국 버지니아의 한 술집에 라쿤이 난입해 술병을 깨뜨리고 술을 마신 뒤 화장실에서 만취한 채 발견됐다. 동물보호소는 구조 후 회복한 라쿤을 야생으로 돌려보냈다. ⓒ뉴시스
미국 버지니아주의 한 주류 판매점 천장을 뚫고 침입한 야생 라쿤이 매장 술을 마신 뒤 화장실에서 만취 상태로 발견됐다. 라쿤은 보호소에서 회복한 뒤 안전하게 야생으로 방사됐으며,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가 도시 환경에 적응하는 야생동물의 변화를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2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버지니아주 해노버 카운티의 한 주류 판매점에서는 새벽 시간대 갑작스러운 파손 사고가 발생했다.

직원이 출근해 살펴보니 천장 타일 일부가 무너져 내린 채 고가 위스키 병 여러 개가 산산조각 나 있었고, 바닥엔 술자국이 널려 있었다. 처음엔 절도범의 침입으로 의심했으나, 화장실 안에서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누워 있는 라쿤 한 마리가 발견되면서 사건의 전말이 드러났다.

현장에 출동한 사만다 마틴 동물 통제관은 “녀석이 천장 타일을 뚫고 떨어지면서 광란의 파티를 벌인 것 같다”며 “떨어진 충격으로 난동을 부리며 눈에 보이는 술은 닥치는 대로 마셔버린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라쿤은 보호소로 옮겨져 즉시 검진을 받았고, 심각한 부상은 없었지만 만취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보호소 측은 “몇 시간 푹 자고 나니 술이 깼다”며 “숙취만 심했을 뿐 건강에는 큰 문제가 없어 다시 야생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보호소 관계자는 “이번 일을 계기로 무단 침입이 좋은 선택이 아니라는 걸 배웠길 바란다”며 유머 섞인 입장을 남기기도 했다.

● 도시 생활에 맞게 라쿤들 신체 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도시에서 살아남기 위한 야생동물의 적응 현상’으로 평가한다. 인간의 음식물 쓰레기와 각종 배출물이 새로운 먹잇감이 되면서 라쿤을 비롯한 야생동물들이 도시 깊숙이 침투하는 빈도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연구에서도 도시 라쿤들이 야생 개체와 달리 짧아진 주둥이, 줄어드는 뇌 크기, 작아진 치아 등 신체적 변화를 보인다는 결과가 나왔다. 인간의 생활 환경에 최적화되며 식습관과 생리적 구조가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주류점 습격 사건’ 역시 이러한 변화 사례로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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