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의심자 제거 ‘제로부대’ 출신
CIA가 모집·훈련…사실상 미군 직속
자국 민간인 사살 트라우마 시달린 듯
ⓒ뉴시스
미국 워싱턴 백악관 인근에서 주 방위군에게 총을 쏴 1명을 사망케 하고 1명을 중태에 빠뜨린 아프가니스탄 출신 라마눌라 라칸왈(29)은 ‘민간인 학살’로 악명이 높은 아프간 준군사조직 ‘제로 부대’ 대원 출신인 것으로 전해졌다. 제로 부대는 미 중앙정보국(CIA)의 지원을 받아 탈레반 조직원으로 의심되는 사람들을 습격하는 일을 수행해왔다. 라칸왈은 당시 부대에서 자행한 민간인 학살 때문에 정신적 트라우마를 겪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27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라칸왈이 활동했던 제로 부대는 과거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을 도와 탈레반 등 테러리스트로 의심되는 사람들을 습격하는 비밀 임무를 수행한 대테러 정예부대였다. 이 부대는 CIA에 의해 모집·훈련·감독을 받았으며, 급여도 CIA로부터 받았다고 한다.
제로 부대는 아프간 군부대였지만 미군 직속과 다름없어 아프간 대통령도 이들을 통제할 수 없었다고 NYT는 전했다. 한 예로, 2021년 탈레반이 아프칸의 칸다하르로 진격했을 때 당시 아프간 대통령은 CIA에 제로 부대의 지원을 요청해야 했다.
제로 부대는 민간인 학살 등을 자행해 무자비하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언론과 인권 단체들로부터 ‘죽음의 부대’라고 불렸다고 한다.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는 2019년 발간한 보고서에서 제로 부대가 2017년 말부터 2019년 중반 사이에만 14건의 심각한 인권침해를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2018년엔 아프간 동부 낭가르하르주의 한 주택을 급습해 노인 여성과 어린이가 포함된 일가족 5명을 사살했다고 한다.
다만 CIA는 해당 부대의 잔혹 행위에 대한 모든 의혹을 부인하며, 탈레반의 선전 활동에 따른 오해라고 반박해왔다. 그러나 미국 이민국(USCIS)이 휴먼라이츠워치 보고서를 근거로 제로 부대 소속 아프간 군인의 망명을 거부한 사례가 있다고 NYT는 전했다.
라칸왈도 제로 부대 시절 기억에 정신적으로 힘들어했다고 한다. 라칸왈의 고향 친구는 “2021년 그가 미국으로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그는 대마초를 피우기 시작했고, 결혼식을 올린 지 며칠 만에 이혼했다”며 “나에게 피와 시체, 부상자들을 보면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고, 정신적으로 큰 압박감이 밀려온다고 털어놨다”고 말했다. 다만 검찰은 그의 정확한 범행 동기에 대해서는 “아직 말하기 이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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