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드플래시’ 전력 소모 96% 이상 줄일 방법 찾았다

  • 동아일보

삼성종합기술원 FeFET 개발
‘하프니아 강유전체’ 소자 활용
데이터 읽을 때 쓰는 전압 줄여
쓰기 교란-전자 간섭 해결해야

인공지능(AI) 기술이 급격히 발전하면서 ‘병목’으로 지목된 메모리반도체 성능 확보가 과제로 제시된다. 사진은 삼성전자의 1테라비트(Tb) 쿼드레벨셀(QLC) 9세대 V낸드 제품. 삼성전자 제공
인공지능(AI) 기술이 급격히 발전하면서 ‘병목’으로 지목된 메모리반도체 성능 확보가 과제로 제시된다. 사진은 삼성전자의 1테라비트(Tb) 쿼드레벨셀(QLC) 9세대 V낸드 제품. 삼성전자 제공
인공지능(AI) 모델 규모가 급격히 커지면서 메모리반도체 성능 확보가 화두로 떠올랐다. 현재 AI에 널리 쓰이는 D램보다 속도는 느리지만 용량이 훨씬 큰 메모리반도체인 낸드플래시(NAND Flash·낸드)도 향후 AI 모델의 추론 성능 등을 뒷받침할 것으로 주목받는다. 국내 연구팀이 설계 규모에 따라 낸드의 전력 소모를 96% 이상 절감할 수 있는 차세대 소자를 제안했다.

삼성전자 삼성종합기술원(SAIT) 연구팀은 기존보다 전력 소모를 혁신적으로 절감할 수 있는 반도체 소자인 초저전력 ‘강유전성 전계효과 트랜지스터(FeFET)’를 개발하고 연구결과를 26일(현지 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공개했다.

낸드는 워드라인(WL)과 비트라인(BL)이라는 두 가지 선형 회로가 교차하는 격자의 교차점인 셀(Cell)에 정보를 저장한다. 정보를 저장하는 최소 단위인 셀은 한 비트라인에 여러 셀이 직렬로 쭉 연결된 ‘스트링’ 구조로 설계된다. 현재 상용 낸드에서는 셀 하나의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직렬로 연결된 나머지 셀 전체에 매번 높은 전압을 인가해야 한다. 전력 사용 측면에서는 다소 비효율적이다.

황철성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는 “회로 구조를 도랑이라고 보고 작동을 위해 채워야 하는 전하량(전압의 크기)을 물이라고 한다면 한 셀의 정보를 읽기 위해서 매번 도랑 전체를 물로 꽉 채워야 한다는 뜻”이라며 “비효율적이지만 대신 소자 집적화·소형화에 더 유리하기 때문에 채택됐다”고 설명했다.

현시점에서는 D램의 작업량이 많은 만큼 전력 소모 비중도 커 낸드의 전력 소모량이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 향후 AI 모델 규모가 커지고 낸드를 AI 연산이나 추론 과정에 적극 활용하기 시작하면 낸드의 전력 소모량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연구팀은 낸드의 ‘패스 전압’을 줄이는 데 중점을 두고 새로운 소자를 설계했다. 패스 전압은 셀에 기록된 정보를 읽을 때마다 연결된 다른 셀에도 함께 인가해야 하는 전압을 말한다. 낸드는 데이터를 기록하고 지우는 작업보다 이미 기록된 데이터를 읽는 작업의 비중이 훨씬 크기 때문에 자주 인가해야 하는 패스 전압 절감을 목표로 잡은 것이다.

연구팀은 강유전체인 지르코늄(Zr) 도핑 하프니아(HZO)와 산화물반도체를 활용해 패스 전압을 감소시킨 FeFET를 구현했다. 강유전체는 외부 전기장 없이 영구적으로 전기적 성질을 유지하는 물질이다.

연구팀이 제시한 전력 절감 성능인 96%가 실험으로 입증된 것은 아니다. 소규모 실험에서 확인된 전력 절감 효과를 바탕으로 1024층 이상 쌓은 낸드 소자에 적용됐을 때를 가정해 도출한 값이다. 한 번에 가하는 전압의 절대적인 크기를 줄였기 때문에 내구성 측면에서도 성능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황 교수는 “학계에서 기존에 제시됐던 접근 방식이지만 적절한 재료와 구조를 선택·구현해 패스 전압을 낮춘 성과”라며 “해결해야 할 과제가 아직 남아 있다”고 밝혔다.

패스 전압이 낮으면 데이터를 기록하는 과정에서 이미 기록된 다른 셀의 정보를 교란하는 ‘쓰기 교란(program disturb)’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져 후속 연구에서 해결이 필요하다. 낸드를 여러 층으로 쌓으면 셀에 저장된 전자들이 위아래로 인접한 셀과 간섭하며 오류가 생기는 현상도 여전히 해결 과제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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