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감사절 하루앞 총격에 美충격
주방위군 2명-용의자 1명 중태… 아프간 국적 용의자, 美철수때 입국
트럼프 “가혹한 대가 치르게 할것”… 워싱턴에 병력 500명 추가 동원
기습 총격에 쓰러진 주방위군 26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 인근에서 총격을 당한 주방위군 소속 병사를 다른 병사들이 살펴보고 있다. 이날 오후 벌어진 총격 사건으로 이 병사를 포함한 주방위군 소속 병사 2명과 용의자 1명이 중태에 빠졌다. 워싱턴포스트(WP) 등은 용의자의 이름은 라마눌라 라칸왈이며 아프가니스탄 국적자로 2021년 9월 미국에 입국했다고 전했다. 그는 현장에 있던 다른 주방위군에 의해 체포됐고, 이 과정에서 크게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출처 X
“엎드려, 엎드려!”
미국 추수감사절 휴일을 하루 앞둔 26일 오후 워싱턴 백악관 인근에서 세계은행 직원 은코 문탕가나는 큰 총소리와 함께 남성이 외치는 소릴 들었다. 총성은 이어졌고, 그는 다급히 커피숍 밖 의자 뒤에 몸을 숨겼다. 그때 한 남성이 검은색 총으로 제복을 입은 남성들을 겨누는 모습을 봤다고 문탕가나는 워싱턴포스트(WP)에 전했다. 총격 현장에서 반 블록 떨어진 주차장에서 일하는 데레제 원디메는 “총소리가 난 뒤 사람들이 사방으로 뛰고 있었다”며 “무서웠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 FBI, “용의자는 아프간 국적자”… 反이민 정서 자극할 듯
미 연방수사국(FBI)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15분경 백악관에서 북서쪽으로 불과 두 블록 떨어진 곳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해 주방위군 소속 병사 2명과 용의자 1명이 중태에 빠졌다. 또 FBI는 용의자가 아프가니스탄 국적자로, 2021년 9월 미국에 입국했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WP)와 폭스뉴스는 용의자의 이름이 라마눌라 라칸왈이며 29세라고 전했다. 라칸왈은 길모퉁이를 돌면서 갑자기 병사들을 향해 총을 쏜 것으로 전해졌다. 또 현장에 있던 다른 주방위군에 의해 체포됐는데, 이 과정에서 중상을 입었다.
미 NBC방송은 라칸왈이 미국 입국 전 아프간 군대에서 10년간 복무했고, 미군과 미 중앙정보국(CIA) 등의 기관을 지원하는 임무를 맡았다고 전했다. 라칸왈은 시기상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미군의 아프간 철수 직후 미국에 입국한 것이다. 당시 바이든 행정부는 미군에 협력한 현지 군인과 그 가족들을 탈레반이 다시 장악한 아프간에서 탈출할 수 있도록 도왔다.
사건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추수감사절 연휴를 맞아 사저인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 머물고 있었다. 그는 이날 밤 긴급 연설을 통해 “현장에서 체포된 용의자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우리나라로 들어온 외국인”이라며 “2021년 9월 모두가 떠들썩하게 얘기한 그 악명 높은 항공편으로 바이든 당시 행정부에 의해 이송된 사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정부 때 아프간에서 미국으로 들어온 모든 외국인을 다시 조사해야 한다”며 “나는 이 잔혹한 공격을 저지른 짐승이 가능한 한 가장 가혹한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그의 핵심 공약 중 하나로 꼽히는 ‘반(反)이민 정책’을 더욱 강화할 것임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 중 미네소타주에 정착해 있는 수십만 명의 소말리아인도 언급했다. 또 “이들이 해를 끼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수사 당국은 이번 사건을 “표적을 겨냥한 공격”으로 규정했다. 또 국제 테러 조직 등과 연계됐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 트럼프, 워싱턴에 추가 주방위군 배치 지시
현재 워싱턴엔 2000명 이상의 주방위군 병사가 배치돼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치안 유지 등을 이유로 워싱턴 주방위군은 물론이고 다른 주에서도 병사들을 차출해 워싱턴에 투입했다. 이번에 중태에 빠진 병사들은 웨스트버지니아주 소속이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주방위군 투입 결정을 두고 명분이 부족하단 지적이 적지 않았다. 민주당 강세 지역에 주로 군을 투입한 데 대해 정치적 계산까지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워싱턴시 정부는 트럼프의 군 투입이 자치권을 훼손했다는 소송을 제기했고, 20일 연방지방법원은 주방위군 배치를 금지하는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법원은 다음 달 11일까지 가처분 이행을 보류한 상태다.
하지만 이번 총격 사건을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주장을 정당화하며 주방위군 투입에 더욱 속도를 내고, 그 필요성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그는 이날 “나는 전쟁부(국방부)에 수도를 보호하기 위해 추가로 500명의 병력을 동원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또 트럼프 행정부는 주방위군을 워싱턴에서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연방 항소법원에 긴급명령도 요청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다른 대도시에도 치안 불안 등을 이유로 주방위군 투입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하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으로 여겨지는 일리노이주 시카고에도 주방위군 투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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