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 몸 데운다”는 착각…연말 회식 ‘저혈당 쇼크’ ‘심정지’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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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복 상태·야외 흡연 뒤 재입장 음주…심정지 위험 크게 높여
만성질환자·얼굴 잘 붉어지는 체질, 한파·음주 조합에 더 취약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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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깊어지며 회식과 송년 모임이 잦아지는 연말, 음주와 한파가 겹치며 심각한 건강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다시금 제기되고 있다. 특히 낮은 기온에 노출된 상태에서 음주를 시작하는 ‘추위→술’ 조합은 저체온증과 부정맥, 심정지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25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저체온증은 단순한 추위로 인한 불편함을 넘어 심장과 뇌 기능에 직접적인 손상을 줄 수 있는 응급질환이다. 일반적으로 심부체온이 35도 이하로 떨어진 상태를 말하는데, 술을 마시면 말초혈관이 확장되며 체열 손실이 증가하고 중심체온이 급격히 하락해 위험이 커진다. 이 때문에 “술은 몸을 따뜻하게 해준다”는 통념은 실제로는 ‘착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는 추위 속에서 술을 마시면 일시적으로 따뜻해지는 느낌이 들지만, 피부의 말초혈관이 확장되며 감각이 둔해지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체온이 더 떨어지며 부정맥, 혈압 저하, 의식저하, 심정지로 이어지게 된다.

실제로 연말 한파가 찾아오는 시기에는 저체온증이나 실신, 저혈당으로 응급실을 찾는 환자가 눈에 띄게 증가한다. 심재민 고려대 안암병원 부정맥센터 교수는 “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의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기존 질환과 심장에 부담을 줄 수 있어 더욱 주의해야 한다”며 “얼굴이 빨개지거나 알코올을 분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라면 과음 후 더 큰 위험이 따를 수 있다”고 조언했다.

회식 자리에서 음주 후 귀가하던 중 거리나 대중교통 이동 과정에서 쓰러지는 사례가 반복되며, 길거리에서 만취 상태로 발견되거나 외상이 없는 채로 의식을 잃고 실려오는 20~40대 환자도 적지 않다. 음주 자체의 문제보다도 저체온에 취약해진 몸 상태에서 빠르게 많은 양의 술을 섭취하는 것이 문제다.

의료계는 추위에 노출된 상태로 회식 장소에 도착한 후 소주나 위스키, 칵테일 등의 첫 잔을 빠르게 마시는 행동이 위험하다고 말한다. 야외 대기나 대중교통 이용 과정에서 체온이 떨어진 상태에서, 술로 인해 말초혈관이 더 확장되면 중심체온은 더 빠르게 떨어진다. 흡연을 위해 밖으로 나간 뒤 다시 입장해 음주를 반복하는 것도 심장과 자율신경계에 부담을 주는 고위험 조합이다.

회식 자리에서 자주 반복되는 행동 중 하나인 ‘공복 상태 음주’도 주요한 위험 인자다. 음주는 혈당을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으며, 공복 상태에서 섭취할 경우 저혈당이 심해져 어지럼증과 실신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식사를 거른 상태에서 맥주나 증류주를 빠르게 마시면, 혈당이 급감하며 의식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심재민 교수는 “술자리에서 가장 안전한 음주는 체온이 올라간 뒤, 식사와 생수 섭취가 병행된 상태에서 시작하는 것”이라며 “회식 장소 도착 직후 첫 잔부터 마시는 행동은 피해야 하며, 야외 흡연 뒤 또 다시 급하게 마시는 것도 심장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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