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자료 공개법안 서명한 트럼프
“민주당 인사들도 깊이 연관돼 있어”
민주 “파일 전면공개 추진할 것”
척 슈머 “무삭제 파일 공개 압박할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 파일 공개를 강제하는 법안에 서명한 19일(현지 시간)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오른쪽)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슈머 원내대표는 예외 조항에 따라 파일의 전면 공개가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법무부가 전체 무삭제 파일을 공개하도록 압박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월스트리트 출신의 억만장자로 성범죄자인 제프리 엡스타인 수사 자료 등의 공개를 강제하는 법안에 19일(현지 시간) 서명했다. 이에 따라 미 법무부는 30일 내 엡스타인 사건 관련 미공개 기록, 수사 자료, 이메일 등을 공개해야 한다. 다만, 피해자 보호, 진행 중인 수사와 국가 안보 등을 이유로 일부 내용에 대해선 비공개 처리가 가능해 전면 공개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른바 ‘엡스타인 파일’을 둘러싼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 엡스타인 파일에 트럼프 이름 담겨 있을지에 주목
민주당 로 카나 하원의원, 공화당 토머스 매시 하원의원 등이 공동 발의한 이 법안은 전날 미 하원에서 찬성 427표, 반대 1표로 통과됐고, 상원에선 만장일치로 가결됐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은 엡스타인 파일 공개를 강제하는 법안에 반대해 왔다. 하지만 12일 트럼프 대통령은 법안 통과 표결 실시를 위한 서명에 공화당 의원 4명이 합류하며 공개에 물꼬가 트이자 “숨길 게 없다”며 공개해도 된다는 입장을 보였다. 자신의 아킬레스건으로 지적돼 온 사건에 정치적으로 정면 돌파를 선택한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1980년대 후반부터 엡스타인과 교류했다. 이 때문에 엡스타인 사건에 트럼프 대통령이 연루됐을 수 있고, 파일에도 이름이 담겨 있을 것이란 의혹이 제기돼 왔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 일각에선 저명 인사들의 이름이 포함된 성 접대 고객 리스트가 있을 거라며 엡스타인 파일 공개를 강하게 요구했다.
엡스타인은 10대 미성년 여성을 유인해 다양한 분야의 유력 인사들에게 성 상납을 강요한 혐의를 받았다. 2008년엔 미성년자 30여 명에 대한 의제강간(13세 미만에 대한 간음, 추행), 성매매 혐의 등으로 유죄 평결을 받았다. 또 2019년 7월 다른 20여 명의 미성년자를 성적인 목적으로 인신매매한 혐의로 다시 체포됐고, 한 달 뒤 수감 중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 면제 조항 있어 ‘전면 공개’ 어려울 듯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 유력 인사와 엡스타인 사이에 유착 관계가 있다고 주장하며 민주당에 공세를 퍼붓고 있다. 그는 법안 서명 직후 트루스소셜에 “민주당 인사들과 엡스타인의 관계에 대한 진실이 곧 밝혀질 것”이라며 “엡스타인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 정치 활동가 리드 호프먼(링크트인 창업자),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 스테이시 플래스킷 민주당 하원의원 등과 깊이 연관돼 있었다”고 썼다. 미 법무부는 15일 엡스타인과 이들 간의 관계를 들여다보는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앞서 12일 엡스타인이 지인과 주고받은 이메일 2300여 건이 공개되면서 서머스 전 장관이 엡스타인에게 불륜 상담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결국 서머스 전 장관은 오픈AI 이사직에서 물러났고, 19일 하버드대 강의도 중단했다.
그래도 민주당은 파일의 전면 공개를 추진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척 슈머 민주당 원내대표는 “법무부가 전체 무삭제 파일을 공개하도록 압박할 것”이라고 했다.
엡스타인 파일
금융인 출신의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1953∼2019)이 저지른 성범죄 관련 수사 자료와 이메일, 문건 등을 말한다. 엡스타인은 다수의 10대 소녀들을 상대로 성착취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2019년 수감돼 그해 감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번에 미국 의회를 통과한 엡스타인 파일 공개법에 따르면 법무부는 법안 발효 30일 내에 파일을 공개해야 한다. 단, 피해자 보호와 진행 중인 수사, 국가 안보 등을 이유로 일부 내용을 비공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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