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금 확보 위한 제도 도입 필요성 대두
글로벌 기술산업, 자본력 경쟁 본격화
각국 정부·기업, 전략산업 투자 확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SK AI Summit(서밋) 2025’에서 ‘AI Now & Next’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SK그룹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20일 서울 영등포구 CCMM빌딩에서 열린 ‘기업성장포럼’에서 “금융업과 제조업의 구별(금산분리)이 완화되는 것을 바라는 게 아니다. 기업들이 충분한 투자를 이어갈 수 있도록 새로운 제도가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는 국내 기업들이 첨단산업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투자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필요하다는 점을 부각한 것이다.
최 회장은 “기업이 돈이 없다고 해서 금산분리 이야기로 가는 데 하다못해 금산분리 완화라도 하게 되면 저희가 해법을 찾아오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공지능, 반도체, 배터리 등 전략 분야에서 막대한 자본이 요구되는 시점에 투자자금 조달 방식이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 각국이 대규모 투자와 자금유치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국내에서도 혁신적인 자금조달 모델 도입 요청이 커지는 분위기다.
최근 인공지능 패권경쟁은 국가 간 자본력 싸움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미국에서 생성형 AI 기술이 뚜렷한 성과를 내자, 중국은 전국적 차원의 대규모 지원책으로 맞서고 있다. 빠른 투자와 시설 확충이 승패에 큰 영향을 미치면서 자본 동원 능력이 새로운 경쟁 원칙으로 떠올랐다는 평가다.
미국 정부는 오픈AI, 소프트뱅크, 오라클 등과 AI 인프라 구축을 위한 5000억 달러(700조 원) 규모의 ‘스타게이트’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AI 관련 데이터센터와 에너지 등 대규모 시설 투자 정책을 내놓고 있다. 현재 기업들은 회계상의 부담을 감수하면서도 회사채 발행 등 다양한 방식으로 투자자금을 확보하는 추세를 보인다.
중국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합심해 공격적인 AI 육성 정책을 펼치고 있다. 상하이, 저장 등 지역 정부도 수백조 원대 지원에 나섰고, 경기부양 효과에 대한 우려가 있으나 인공지능 투자 확대에는 적극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 자료에 따르면 중국 정부의 반도체 산업 관련 투자금은 1420억 달러(194조 원)로, 미국과 유럽연합의 지원 규모를 크게 넘어섰다.
유럽연합(EU)은 2023년 핵심원자재법(CRMA: 중요 광물 및 자원의 안정적 조달을 위한 법)을 바탕으로 배터리 산업에 정책 자금 제공을 확대했으며, 프랑스와 독일은 대형 배터리 기업에 실질적인 투자 지원을 약속했다.
한국 정부 역시 글로벌 첨단산업 경쟁에서 자본조달 규제 완화 필요성을 인정하면서 각 부처 협의 과정에 들어갔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금산분리의 핵심 정신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적합한 자본조달 방식과 범위를 적극 모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지난달 이재명 대통령은 샘 올트먼 오픈AI CEO와 면담한 이후, AI 투자 관련 금산분리 등 규제 완화 필요성을 관계부처에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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