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금지곡’ 이날치 ‘범 내려온다’, 수능날 소환된 이유

  • 뉴시스(신문)

ⓒ뉴시스
“범 내려온다 범이 내려온다 송림 깊은 골로 한 짐승이 내려온다.”

지난 13일 치러진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국어 영역의 18~21번 문항에 연관돼 출제된 판소리 ‘수궁가’의 ‘범내려온다’ 대목이 수험생들뿐 아니라 음악 팬들 사이에서도 화제다.

이를 기반으로 삼은 얼터너티브 밴드 ‘이날치’의 히트곡 ‘범 내려온다’ 노랫말이기도 해 해당 곡이 떠오른다는 반응이 많기 때문이다. 중독성으로 인해 ‘수능금지곡’ 중 하나로 등극한 이 노래는 수능 직전에 들으면 안 되는 노래 명단에 포함돼 있다.

판소리 원전에서 해당 대목은 생동감을 위한 10/8박자인 엇모리장단을 기반으로 원래도 빠른 편이다. 이를 더 빠른 템포의 전자음악에 넣은 이날치 ‘범 내려온다’의 해당 대목은 점4분 음표(♩.)가 한마디에 4번 들어가는 12/8 박자, 즉 자진모리장단으로 재창조돼 더 중독성이 강하다.

이날치 ‘범 내려온다’ 외에 중독성 강한 후렴구를 가진 샤이니의 ‘링딩동’을 비롯해 SS501의 ‘유 알 맨(U R Man)’, 비 ‘라 송’, 오마이걸 ‘돌핀’ 그리고 아기상어 등이 대표적인 수능금지송이다.

이들 노래처럼 듣고 난 이후 해당 음악이 하루 종일 귓속에서 맴도는 현상을 가리켜 ‘귀벌레 증후군’이라 한다. 수능처럼 집중력을 요할 때는 방해요소가 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톰 소여의 모험’의 작가 마크 트웨인은 ‘문학의 악몽’(1876)이라는 단편집에서 귀벌레 증후군에 해당하는 ‘귀벌레 증상’을 언급했다. 머릿속에 박혀있던 짧은 선율이 자신의 집중력을 방해한다고 했다. 이 소리를 없애기 위해 다른 누군가에게 이 벌레를 옮길 수밖에 없었다고 적었다.

영국의 음악 심리학자 빅토리아 윌리엄슨은 그러나 ‘음악이 흐르는 동안, 당신은 음악이다’에서 귀벌레가 항상 나쁜 것은 아니라고 짚는다. 윌리엄슨이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귀벌레 증상을 통제하거나 치료하는 것에 의문을 품었다. 귀벌레 증상에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다.

윌리엄슨은 “일상에서 음악을 즐기는 사람들, 특히 노래를 따라 부르는 사람일수록 귀벌레 증상을 가장 습관적이고 반복적으로 경험한다고 한다”면서 “이는 좋아하는 선율을 흥얼거리는 것을 즐기는 사람일수록 귀벌레 현상을 즐길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짚었다.

다시 말해 음악을 제대로 기억하는 데에는 많은 시간과 노출이 필요하지만, 일단 기억하기만 하면 잘 지어진 집처럼 튼튼하고 오래 지속된다는 얘기다. “실제로 집을 짓는 것과 달리 청취자한테는 별다른 노력이 필요치 않다. 마음이 원해서 하는 일이고, 당신은 그저 듣기만 하면 된다”고 한다. 노래는 마음이 원하는 거라는데 그걸 어찌 막을 수 있겠는가.

[서울=뉴시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오늘의 추천영상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