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증성 장질환의 오해와 진실…‘증상 조절’ 아닌 ‘점막 치유’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1월 10일 11시 02분


반복적인 복통, 설사, 혈변 나타나는 염증성 장질환, 꾸준한 관리가 중요
표적 치료제 등장으로 향상된 치료 목표 ‘점막 치유’ 달성 가능해져
호전·악화 반복하는 질환 특성 고려해 인근 염증성 장질환 전문 클리닉 선택

이홍섭 인제대 부산백병원 소화기내과 교수가 염증성 장질환 치료법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고 있다. 표적 치료제가 나오면서 염증성 장질환 치료 트랜드는 증상 완화에서 근원 치료인 점막치유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부산백병원 제공
이홍섭 인제대 부산백병원 소화기내과 교수가 염증성 장질환 치료법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고 있다. 표적 치료제가 나오면서 염증성 장질환 치료 트랜드는 증상 완화에서 근원 치료인 점막치유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부산백병원 제공
염증성 장 질환은 장 내부에 비정상적 염증이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며 복통, 설사, 혈변 등 증상을 일으키는 자가면역질환이다. 과거엔 증상을 완화하는 치료만 가능해 장내 남은 염증으로 합병증 위험이 컸다. 지금은 치료 환경이 개선돼 증상을 없애는 것을 넘어, 장 내 염증을 없애는 ‘점막치유’로 보다 근본적인 치료를 할 수 있게 됐다. 대한장연구학회 부산울산경남지회 다기관 연구이사로 국내 염증성 장 질환 치료 환경 개선에 앞장서고 있는 이홍섭 인제대 부산백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를 만나 효과적인 염증성 장 질환의 오해와 진실 및 관리 방법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염증성 장 질환은 어떤 것이 있나?

“염증성 장 질환을 앓으면 입부터 항문까지 소화관에 염증이 발생할 수 있다. 크게 크론병과 궤양성대장염으로 나뉜다. 크론병은 입부터 항문까지 염증이 어디에나 생길 수 있고, 궤양성 대장염은 대장에만 국한돼 염증이 생긴다는 차이가 있다. 특히 활동이 활발한 10, 20대에 발병률이 높다.”

―주로 호소하는 증상은?

“수분을 흡수해 변을 만들어주는 대장에 생기는 궤양성대장염은 수분 흡수에 문제가 생기면 설사 증상이 생긴다. 염증이 더 심해지면 혈변, 복통 등이 나타난다. 크론병의 경우, 염증이 깊게 생기는 특징이 있어 복통이 심하다. 소장에 염증이 있으면 영양분 흡수가 원활하지 않아 체중 감소가 발생할 수 있다. 또 눈이나 피부, 관절 등 장 이외 부위에도 염증이 나타난다. 특히 복통, 설사가 심할 때는 하루에도 수십 번 화장실을 가야 하고 갑자기 화장실을 찾는 경우도 있다. 이동 시 기저귀를 찰 정도로 외부 활동이 쉽지 않아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환자도 있어 우울증 등 정신적인 문제로 이어지기도 한다.”

―다행히 치료제가 다양해지고 있다.

“그렇다. 최근 염증을 표적으로 억제하는 표적치료제가 도입됐다. 많은 환자가 증상만 조절하면 치료가 완료됐다고 생각하는데 오해다. 증상이 없어도 환자의 약 70%는 장 내 염증이 남아있다. 이 염증은 구조적인 장 손상을 유발해 장루, 천공, 대장암 등 합병증과 이로 인한 수술 위험을 높일 수 있다. 따라서 증상과 장 내 염증을 함께 치료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표적 치료제 덕분에 증상도 없앨 뿐 아니라 염증이 없는 점막 치유로 더 높은 치료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됐다. 많은 연구에서 점막 치유된 염증성 장 질환 환자들은 재발 위험이 낮아지고, 장기적인 질환 예후나 삶의 질이 더 좋아진다는 결과가 확인되고 있다.”

―염증성 장 질환 환자들에게 사용되는 표적 치료제는 어떤 것들이 있나?

“주사제인 생물학적 제제와 먹는 약인 소분자 제제 두 가지다. 두 가지 모두 만성 염증을 유발하는 물질을 표적화해 억제하는 기전으로 치료한다. 생물학적 제제는 항 인터루킨 제제, 항 TNF 제제, 항 인테그린 제제가 있고 소분자 제제는 JAK억제제와 S1P수용체 억제제가 있다. 전반적으로 약들의 효과는 모두 좋다. 그런데 염증성 장 질환 진단을 받고 바로 표적 치료제를 사용하진 않는다. 국내 보험급여 기준을 고려해 전통적인 치료 방법부터 단계적으로 치료를 시행한다. 다만 증상이 심하면 치료 단계를 조금 빠르게 할 수는 있다. 전통적 치료 방법을 6개월 안에 빠르게 사용한 후, 표적 치료제를 투여하는 방법이다.”

―염증성 장 질환 치료를 위한 병원을 선택할 때 고려할 점이 있다면

“염증성 장 질환은 호전이 됐다가도 증상이 갑자기 악화해 응급 대응이 필요하다. 이 경우 병원까지의 거리가 너무 멀면 즉시 진료를 보기가 힘들다. 거기에 진료 대기 및 검사 시간 등을 고려했을 때 수도권 등 거주하는 곳에서 너무 먼 지역의 병원을 선택하면 적절한 치료가 어려워질 수 있다. 또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는 만성질환이라 평생 꾸준한 관리가 필요한데, 병원이 너무 멀면 환자들이 중간에 치료를 포기하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너무 먼 병원보다는 거주지와 가까운 병원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더구나 가까운 병원에서 꾸준한 추적 관찰 및 질환 관리가 가능하다. 가능하다면 전문팀을 갖추고 체계적인 질환 관리에 이점이 있는 염증성 장 질환 전문 클리닉이 있는 병원을 고려하는 것을 추천한다.”

―평소 장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팁을 주신다면

“염증성 장 질환 환자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나 장 건강은 매우 중요하다. 적당한 강도의 규칙적인 근력운동과 유산소 운동은 장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그리고 장내 유익균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되는 유산균 섭취와 섬유질이 풍부한 신선한 채소, 과일, 통곡물이 포함된 균형 잡힌 식단을 권장한다. 개인적으로는 비타민D도 섭취하고 있다. 스트레스나 수면 부족은 장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충분한 수면과 명상, 취미활동 등 자기만의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환자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염증성 장 질환 치료가 많이 발전했다. 꾸준히 치료받으면 환자 대부분은 질환을 잘 조절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 의료인들은 환자들이 더 나은 일상을 누릴 수 있도록 새로운 치료법 개발을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장내 미생물 클리닉, 마이크로바이옴센터 건립 등 새로운 치료 방법 선도를 위해서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너무 조급한 마음을 갖지 말고 의료진과 함께 질환에 대해 상의하고, 이를 바탕으로 꾸준히 치료에 임하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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