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당선후 ‘워라밸 포기’ 선언
“비서관 등 주변 혹사” 비판 나와
SNS에 “혼자 머리손질하다 실패
국회일정 빈 날 개인 용무” 물러서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사진) 일본 총리가 “스스로 머리카락을 자르다가 실패해 남편에게 웃음거리가 됐다”며 “국회 답변이 없는 날에는 미용실에 가기로 결심했다”고 8일 소셜미디어 X에 밝혔다. 일본 첫 여성 총리로 당선된 직후 “일하고, 일하고, 일하고, 일하고, 일하겠다”며 ‘워라밸 포기’ 선언을 한 그가 오전 3시 출근으로 논란을 빚자 한발 물러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다카이치 총리는 “야간이나 주말에 미용실에 가지 못하는 것이 현재 고민이다. 원래 머리 염색은 제가 직접 하고 있었지만 색이 얼룩덜룩하게 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또 “숙소에서 나오면 경호 요원이나 운전사에게 폐가 되기 때문에 공식 행사가 없는 주말은 숙소에서 일을 하기로 했다”며 “이번 주말은 오랜만에 관사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않고, 밀린 집안일과 예산위원회 준비에 전념하기로 했다”고 썼다. 국회 일정이 없는 날에는 미용실을 찾거나 휴식을 취하는 등 개인 용무를 보겠다고 밝힌 것.
이에 대해 요미우리신문은 “(총리 자신의) 과로 문제나 직원들의 업무 부담에 대해 걱정하는 목소리가 확산되자 이를 의식해 ‘주말 외출’ 이야기를 꺼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아사히신문과 마이니치신문 등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리는 전날 오전 3시 1분 국회 일정을 위해 아카사카 숙소를 출발해 3시 4분에 공저(公邸·공관)에 도착했다. 이어 비서관들과 함께 중의원(하원) 예산위원회 답변 준비 회의를 약 3시간 동안 진행했다. 역대 총리들이 국회 준비를 앞둔 날 일찍 출근하기는 했지만, ‘오전 3시 출근’은 이례적이란 지적이 나왔다.
야당에선 “총리가 오전 3시부터라면 직원들은 오전 1시 반, 2시부터 대기해야 한다”며 주변을 혹사시킨다는 비판이 나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6일 밤 답변서가 완성되지 않았고, 숙소에는 구형 팩스밖에 없어서 부득이하게 일찍 공저에 나갔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도와준 비서관, 경호원, 운전사들께 폐를 끼쳤다”고 사과했다.
특히, 다카이치 내각이 노동시간 상한 규제 완화 의지를 밝힌 가운데 이 같은 일이 벌어져 논란이 빠르게 확산됐다. 총리의 수면 부족과 과로에 대한 걱정도 이어졌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의 구로이와 다카히로 의원은 “오전 3시에 공저에 들어갔다고 들었는데,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준다”며 “위기관리 관점에서도 하루라도 빨리 공저에서 사는 게 어떠한가”라고 제안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로 남아프리카공화국에 가야 한다”며 “일련의 일정이 마무리되면 되도록 빨리 공저로 이사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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