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정지 환자에겐 4분이 ‘골든타임’… 가슴 압박만 해도 생명 살린다

  • 동아일보

‘심폐소생술’ 어렵지 않다
심정지 후 10분 지나면 생명 위험
가슴 압박만 해도 생존 가능성 ‘업’
가슴 중앙, 분당 100~120회 눌러야

2022년 10월 30일 이태원 참사 당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서 의료진과 구급대원들이 압사 사고가 발생한 지역을 수습하고 있다. 뉴스1
2022년 10월 30일 이태원 참사 당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서 의료진과 구급대원들이 압사 사고가 발생한 지역을 수습하고 있다. 뉴스1

2022년 10월 29일 밤 서울 이태원 거리에서 159명의 목숨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좁은 골목길에 대규모 인파가 몰리며 이 중 많은 이가 쓰러져 호흡곤란과 심정지로 숨졌다. 현장에서 일반 시민과 구조대가 가슴 압박을 이어가며 필사적인 구조를 시도했다. 그러나 골든타임 4분은 너무 짧았고 응급 장비는 턱없이 부족했다.

참사 이후 3년이 지났지만 ‘심폐소생술(CPR)’과 ‘자동심장충격기(AED)’는 여전히 많은 사람에게 낯설다. 위급 상황에서 소중한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최소한의 지식임에도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심폐소생술, 심장이 멈춘 순간의 첫 행동

심폐소생술은 심정지나 호흡 정지로 생명이 위태로운 사람에게 인공적으로 혈액순환과 호흡을 유지해 주는 응급처치다. 일반인이 시행하는 심폐소생술의 핵심은 ‘가슴 압박’이다.

심장이 멈춘 뒤 4분이 지나면 뇌 손상이 시작되고 10분을 넘기면 회생 가능성이 급격히 떨어진다. 이 때문에 119가 도착하기 전까지 주변인이 즉시 심폐소생술을 시작하는 것이 생사를 가른다.

대부분의 사람은 ‘전문 지식이 없는데 내가 해도 될까’라는 두려움 때문에 망설이지만 실제로 심정지 환자에게 가슴 압박을 시도하는 것만으로도 생존 가능성이 두세 배 높아진다. 119 구급대가 전화로 심폐소생술 방법을 실시간으로 안내하기 때문에 지시에 따라 움직이면 누구나 ‘첫 번째 구조자’가 될 수 있다.

평소 심폐소생술을 익혀두는 것도 중요하다. 우선 한 손바닥을 환자의 가슴 한가운데(양쪽 젖꼭지 사이)에 두고 다른 손을 그 위에 겹친다. 팔을 곧게 펴고 상체의 힘으로 강하고 빠르게 압박한다. 깊이는 약 5㎝, 속도는 분당 100∼120회 정도로 유지한다. 가능하면 30회의 가슴 압박 후 2회의 인공호흡을 시행하되 호흡이 어렵다면 압박만 지속해도 된다.

아주대병원 응급의학과 이지숙 교수는 “의학적으로 완벽한 심폐소생술보다 중요한 것은 ‘즉시 시작하는 것’”이라며 “당황하거나 자신이 없더라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불완전한 심폐소생술이 훨씬 낫다”고 강조했다.

자동심장충격기, 심장을 다시 뛰게 하는 전기

자동심장충격기는 심정지 환자의 부정맥을 전기 충격으로 바로잡는 장비다. 심장이 완전히 멈추기 전 ‘심실세동’ 상태일 때 가장 효과적이며 전류를 통해 심장의 전기적 리듬을 정상으로 되돌린다.

자동심장충격기는 공공시설, 지하철역, 공항, 대형 마트 등에 의무적으로 비치돼 있다. 사용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전원을 켜면 음성 안내가 시작된다. 환자의 옷을 벗기고 전극 패드를 오른쪽 가슴 위(쇄골 바로 아래)와 왼쪽 가슴 아래(겨드랑이 중앙선)에 부착한다. 기기가 자동으로 심장 리듬을 분석하고 필요시 “충격 버튼을 누르세요”라는 안내가 나온다. 주의할 것은 충격을 가할 때는 주변 사람이 환자 몸에 닿지 않도록 한다. 충격 이후에는 즉시 가슴 압박을 재개한다. 심폐소생술을 시행할 때 자동심장충격기를 함께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동심장충격기는 구조 경험이 없는 일반인도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음성 안내에 따라 차근차근 진행하면 된다. 단 습기가 있는 곳이나 금속 바닥 위에서는 감전 위험이 있으므로 반드시 주변을 확인해야 한다.

응급처치, 나와 가족을 위한 최소한의 책임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일반인 심폐소생술 시행률은 2010년 1.9%에서 2023년 28%로 크게 늘었다. 하지만 여전히 선진국 평균인 60% 이상에는 못 미친다.

심정지 발생 후 일반인이 심폐소생술을 시행했을 때 생존율은 3배 이상 높아진다. 특히 사람이 많이 모이는 축제나 공연, 체육 행사 등에서는 군중 밀집에 따른 질식·압박 사고 위험이 상존한다. 119 도착까지 평균 7∼8분이 걸리는 현실에서 주변 사람의 신속한 판단과 행동이 곧 생명선이 된다.

이 교수는 “심정지 상황은 누구에게나 갑자기 닥칠 수 있다”며 “학교, 직장, 지역 커뮤니티에서 심폐소생술과 자동심장충격기 교육을 정기적으로 받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근에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가까운 자동심장충격기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곁에 있는 누군가의 숨이 끊어졌을 때 가슴을 눌러주는 용기, 자동심장충격기를 들고 뛰어오는 행동 하나가 소중한 생명을 살릴 수 있다. 다가오는 핼러윈, 그날의 아픔을 되새기며 우리 모두가 작은 구조자가 돼야 한다. 비극을 막는 첫걸음은 제도 이전에 ‘기억과 실천’이다.

심폐소생술

대한심폐소생협회 제공
대한심폐소생협회 제공
① 환자가 반응하지 않고 숨을 쉬지 않으면 즉시 119에 신고한다. 만약 주위에 심장충 격기(자동제세동기)가 비치돼 있다면 즉시 가져와 사용해야 한다.

② 한 손바닥을 환자의 가슴 한가운데(양쪽 젖꼭지 사이)에 두고 다른 손을 그 위에 겹친다.

③ 팔을 곧게 펴고 상체의 힘으로 강하고 빠르게 압박한다.

④ 깊이는 약 5㎝, 속도는 분당 100∼ 120회 정도로 유지한다.

⑤ 가능하면 30회의 가슴 압박 후 2회의 인공호흡을 시행하되 호흡이 어렵다면 압박만 지속해도 된다.

자동심장충격기 사용법
① 전원을 켜면 음성 안내가 시작된다.

② 환자의 옷을 벗기고 전극 패드를 가슴 오른쪽 위와 왼쪽 아래에 부착한다.

③ 기기가 자동으로 심장 리듬을 분석하고 필요시 ‘충격 버튼을 누르세요’라는 안내가 나온다.

④ 충격을 가할 때는 주변 사람이 환자 몸에 닿지 않도록 한다.

⑤ 이후 즉시 가슴 압박을 재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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