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깜빡하시나요?”… 치매 전 단계 경도인지장애일 수도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5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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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 기능 저하와 치매의 중간 상태… 증상 심하지 않아 생활에 지장 없어
기억상실형 경도인지장애 가장 많고, 알츠하이머형 치매로 발전하기도
신경 심리검사로 객관적 평가 가능… 관리하면 치매 위험 낮출 수 있어

이동영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이 교수는 “경도인지장애가 아닌 일반인이 1년 후 치매 환자가 될 확률은 1∼2% 정도지만
 경도인지장애 환자의 1년 후 치매 이환율은 10∼15% 정도에 달한다”라며 “경도인지장애 환자는 일반인과 비교했을 때 치매로 
진행할 위험이 10배 이상 높다”라고 말했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이동영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이 교수는 “경도인지장애가 아닌 일반인이 1년 후 치매 환자가 될 확률은 1∼2% 정도지만 경도인지장애 환자의 1년 후 치매 이환율은 10∼15% 정도에 달한다”라며 “경도인지장애 환자는 일반인과 비교했을 때 치매로 진행할 위험이 10배 이상 높다”라고 말했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흔히 나이가 들어 깜빡깜빡 기억을 잊는 증상이 나타나면 이를 단순히 노화로 인한 건망증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고령층에서의 기억력 저하는 치매 전 단계에 해당하는 ‘경도인지장애(Mild Cognitive Impairment, MCI)’의 신호일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이동영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에게 경도인지장애의 증상과 치료에 관해 물었다.

경도인지장애란?


경도인지장애는 노화로 인한 인지 기능 저하와 치매의 중간 상태를 의미한다. 경도인지장애 환자도 치매 환자와 유사하게 기억력, 지남력(자신이 놓여 있는 상황을 올바르게 인식하는 능력), 언어능력 등 다양한 인지 기능 영역에 저하가 발생한다. 그러나 아직 증상의 정도가 심각하지 않아 전반적인 일상생활에는 지장이 없다는 점이 치매와 차이가 있다.

경도인지장애에서 나타나는 가장 주된 증상은 기억력 저하다. 기억력이 떨어지면 예전에 있었던 일보다는 최근의 일을 더 잘 기억하지 못하게 되는 경향을 보인다. 그로 인해 같은 질문이나 같은 말을 반복하는 등의 증상도 흔히 나타난다. 이외에도 길을 찾는 데 어려움을 느끼고 시간과 장소를 헷갈리는 시공간 능력 저하나 자주 사용하던 단어가 생각나지 않아 이해력과 표현력이 떨어지는 언어능력 저하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치매가 뇌가 손상된 영역이나 원인 질환에 따라 기억장애, 이상행동, 감정 변화, 언어장애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 것처럼 경도인지장애도 인지 기능 저하가 나타나는 영역에 따라 원인 질환과 질환 유형이 구분된다. 치매에서도 기억장애 증상이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알츠하이머형 치매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듯 경도인지장애에서도 기억력 저하가 나타나는 기억상실형 경도인지장애 환자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러한 기억상실형 경도인지장애는 대부분 알츠하이머형 치매로 진행되는 특징이 있다.

이 교수는 “경도인지장애도 치매와 같이 손상되는 영역에 따라 다양한 유형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라며 “기억력 저하가 주 증상인 알츠하이머형 치매가 치매의 여러 유형 중 가장 흔하듯 경도인지장애에서도 기억상실형이 가장 흔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기억상실형 경도인지장애는 많은 경우 알츠하이머형 치매의 전 단계로 나타날 수 있으므로 다른 인지 기능에 비해 유독 기억력 측면에서 심한 저하를 보일 경우 알츠하이머형 치매 위험이 크다고 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경도인지장애의 진단은?
경도인지장애를 진단하기 위해서는 예전에 비해 기억력이나 기타 인지 기능이 떨어지는 증상을 본인 또는 가족이 인지하고 호소하는 것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더불어 객관적인 검사에서 인지 기능의 저하가 확인돼야 한다. 기억력, 언어능력, 시공간 능력, 집행 능력, 주의력 등 여러 영역의 인지 기능을 상세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검사가 바로 ‘신경 심리검사’다.

신경 심리검사에는 대표적으로 CERAD 평가집, 서울신경심리검사, 노인인지 기능검사 등이 있다. 신경 심리검사를 통해 정상 규준과 비교했을 때 어떠한 영역의 인지 기능이 떨어져 있는지 평가함으로써 인지 기능 저하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기자가 CERAD 신경심리평가집을 이용한 검사를 받고 있는 모습. 총 10가지의 검사로 약 40∼50분이 소요된다.
기자가 CERAD 신경심리평가집을 이용한 검사를 받고 있는 모습. 총 10가지의 검사로 약 40∼50분이 소요된다.
CERAD 신경심리평가집은 미국 알츠하이머병 연구 협의체에서 개발한 도구로 다양한 인지 기능 영역을 포함하면서도 노인에게 적용하기 무리가 없는 검사들로 구성돼 있다. 특히 경도인지장애나 치매 환자에서 저하 소견을 보이게 되는 기억력, 지남력, 언어능력, 시공간 능력, 집행 능력 등의 개별 인지 기능을 정확하게 평가하는 필수적인 인지 기능 검사들로 진행된다.

CERAD 신경심리평가집은 현재 12개 언어로 번역돼 전 세계 40여 개국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한국어판인 CERAD-K 신경심리평가집은 △언어 유창성 검사 △보스턴 이름 대기 검사 △간이 정신상태 검사 △단어 목록 기억 검사 △구성 행동 검사 △단어 목록 회상 검사 △단어 목록 재인 검사 △구성 회상 검사 △길 만들기 검사 A&B △스트룹 검사 등 총 10가지 검사로 구성돼 있다. 검사 시간은 약 50분 내외로 소요된다.

경도인지장애 치료의 중요성은?
경도인지장애의 조기 발견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는 경도인지장애가 치매의 전 단계인 만큼 치매로 발전할 확률이 일반인 대비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만 65세 이상 정상 노인의 경우 매년 1∼2% 정도가 알츠하이머형 치매로 진행하는 반면 기억력 저하가 주가 되는 기억상실형 경도인지장애 환자의 경우 매년 10∼15%가 알츠하이머형 치매로 진행한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치매 고위험군인 경도인지장애 환자가 치매로 진행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선 증상이 나타난 조기에 경도인지장애를 빠르게 진단받아 적절한 관리와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교수는 “일반인이 정상적인 노화로 인한 기억력 저하와 경도인지장애, 치매로 발현된 증상을 구분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기억력 저하가 예전보다 심하다고 느껴지면 최대한 빨리 병원이나 치매안심센터에 방문해 원인에 대한 정확한 검사를 받아 봐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다행히 경도인지장애는 꾸준히 관리하면 치매로 발전하는 위험을 줄일 수 있다. 경도인지장애 환자가 치매로 병에 걸리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선 환자에게 필요한 적절한 약물 치료와 비약물 치료를 병행하며 치매로 진행되지 않는지 지속해서 관찰해야 한다.

알츠하이머병에 의한 경도인지장애 또는 초기 알츠하이머병 치매를 대상으로 하는 ‘레카네맙’ 주사제가 올 초 미국에서 신속 승인 절차를 통해 허가받았다. 국내에도 향후 도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알츠하이머병에 의한 경도인지장애 환자의 경우 이러한 치료제가 출시되면 약물 치료를 실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경도인지장애 환자는 치매로 진행할 위험이 크다고 알려진 심혈관계 질환을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금연, 금주, 건강한 식생활, 규칙적인 운동과 같이 건강한 생활 습관을 실천하는 것이 치매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 교수는 “경도인지장애는 치매와 달리 일상생활을 수행하는 능력이 아직 가능해 적절한 치료를 실시하면 치매로 진행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라며 “조기 진단과 함께 꾸준히 관리를 지속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헬스동아#건강#의학#경도인지장애#치매 전 단계#이동영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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