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바비, 한국서 부진한 이유…“페미니스트 낙인 우려 탓”

  • 뉴시스
  • 입력 2023년 8월 3일 18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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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가디언 “한국은 가부장적…‘유리천장 지수’ 11년째 최악”
미션 임파서블 360만·엘리멘탈 590만…바비는 47만에 그쳐
英 출신 평론가 “여성 출연자 많은 밀수는 박스오피스 1위”

영화 ‘바비’가 북미에서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유독 흥행 실적이 저조한 이유가 페미니즘에 대한 부정적 정서 때문이라는 분석이 외신에서 제기됐다.

영국 가디언은 2일(현지 시간) 한국에서 ‘바비’가 부진한 이유는 “페미니스트라는 꼬리표가 붙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지난달 19일 개봉한 ‘바비’는 주인공인 마고 로비와 거장 감독 그레타 거윅 등이 내한하는 등 홍보에도 박차를 가했지만 현재 47만 관객을 모으는 데 그쳤다. 지난달 12일 개봉한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파트 원’이 360만 관객을, 지난 6월 개봉한 ‘엘리멘탈’이 590만 관객을 넘긴 것과 비교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여성 권익 운동가 심해인 씨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페미니스트 유머가 담긴 여성 중심의 영화는 여전히 금기시되는 주제라는 점을 ‘바비’가 분명히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성들이 이 영화를 보러 가는 것을 망설일 수 있다”며 “페미니즘이라는 말은 한국의 많은 개인에게 더러운 단어로 여겨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람들은 뿌리 깊은 가부장제가 이 사회를 오랜시간 이끌어 왔다는 사실을 불편해한다”고 진단했다.

가디언은 “한국은 여전히 매우 가부장적이고 선진국 중 성평등 부문에서 낮은 점수를 받고 있다”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성별 임금 격차가 가장 심하고 이코노미스트지의 ‘유리천장 지수’ 순위에서도 계속 꼴찌”라고 설명했다.

한국은 올해 3월 영국 시사주간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한 연간 유리천장 지수 순위에서 조사대상 29개국 중 29위를 기록, 11년 연속으로 최하위에 머물고 있다.

가디언은 또 “지난 수년에 걸쳐 한국의 남성 위주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페미니즘이 급진적 행동과 결부돼 부정적 개념으로 자리 잡게 됐다”고도 지적했다.

다만 영국 출신 한국영화 평론가인 제이슨 베셔베이스는 “일부 여성 주도 영화가 고전을 겪고 페미니즘 반대론자들이 이런 영화를 공격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페미니즘이 바비가 흥행에 부진한 유일한 이유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여성 출연자가 다수인 한국 영화 ‘밀수’는 현재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고 있다”며 “한국은 독특한 시장”이라고 분석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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