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아카데미 4관왕②] ‘아카데미 92년 장벽’ 허문 기념비적 대사건

  • 스포츠동아
  • 입력 2020년 2월 11일 06시 57분


10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LA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작품상 수상작으로 선정된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오른쪽)이 배우 제인 폰다(오른쪽에서 두 번째 뒷모습)로부터 오스카 트로피를 건네 받으며 환호하고 있다. 조여정도 기뻐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10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LA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작품상 수상작으로 선정된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오른쪽)이 배우 제인 폰다(오른쪽에서 두 번째 뒷모습)로부터 오스카 트로피를 건네 받으며 환호하고 있다. 조여정도 기뻐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기생충’ 아카데미 시상식 4관왕… 왜 대단한가?

① 비영어 영화 작품상 역사상 최초
② 비영어 자국 언어 감독상 亞 1호
③ 서구 관객·평단 사로잡은 각본상
④ 아카데미 첫 국제영화상+작품상
⑤ 할리우드 대감독·배우 기립박수

봉준호 감독과 영화 ‘기생충’이 세계영화사를 새롭게 썼다. 비영어권 영화 최초로 미국 아카데미 최우수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까지 4관왕을 차지하면서 세계영화사에 오래 남을 획기적인 사건을 만들어냈다.

10일 오전 10시(이하 한국시간) 미국 LA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상에서 봉준호 감독과 ‘기생충’은 이견 없는 주인공이 됐다. 1929년 아카데미상이 출범한 이래 92년 역사를 통틀어 단연 짜릿한 드라마였다. 인종 등 차별의 벽을 뛰어넘어 다양성을 추구하려는 아카데미상의 변화가 ‘기생충’의 작품상 수상으로 정점에 올랐다는 평가다. 강력한 작품상 후보였던 전쟁영화 ‘1917’도 상대가 되지 못했다.

● 4관왕…모두 새로운 기록

‘기생충’의 4개 부문상은 하나하나가 새로운 역사다. 그 가운데 작품상은 ‘세계영화사를 바꾼 기록’이라는 평가가 아깝지 않다. AP통신은 “세계의 승리”라 평했고, CNN은 “아카데미상 92년사에 남을 기록”이라고 썼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기생충’이 아카데미상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고 평가했다.

봉준호 감독은 비영어권 영화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은 최초의 아시아 감독으로 등극했다. 앞서 대만의 이안 감독이 2006년 ‘브로크백 마운틴’과 2013년 ‘라이프 오브 파이’로 감독상을 받았지만, 모두 할리우드 자본의 영화였다. 각본상과 국제영화상 성과도 눈부시다.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어 아시아 영화 최초로 각본상을 받았고, 사상 처음으로 국제영화상과 작품상을 동시에 받은 최초 작품으로 기록됐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10일 “‘기생충’은 아카데미가 선호하는 가족 이야기를 희비극이라는 장르로 풀어내면서 신자유주의를 비판한 역대급 완성도의 문제작”이라며 “각본과 연출, 스타일과 기술적인 면에서도 최고 수준의 작품임을 아카데미가 인정했다”고 밝혔다. LA 현장에서 시상식을 지켜본 윤성은 영화평론가도 “세계영화사에 유례가 드문 일이 벌어져 비현실적이다”며 “계급의 문제를 다룬 ‘기생충’의 주제의식이 글로벌한 공감대를 형성해 작품상까지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외신들은 봉준호 감독이 세운 ‘진기록’에도 관심을 보였다. 미국 NBC 방송은 “한 사람이 4개의 아카데미상을 동시에 받기는 1954년 월트 디즈니 이후 66년 만”이라며 “당시 월트 디즈니는 여러 편의 애니메이션으로 받았지만 봉 감독은 ‘기생충’으로만 기록을 세웠다”고 밝혔다.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고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까지 4관왕에 오른 영화 ‘기생충’ 그리고 감독 봉준호.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고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까지 4관왕에 오른 영화 ‘기생충’ 그리고 감독 봉준호.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수상마다 기립박수

‘기생충’이 각본상에 처음 호명된 직후 먼저 일어나 환호한 주인공은 한국계 배우 산드라 오다. 이후 아시아영화인들이 일제히 기립박수로 축하했다. 국제영화상 수상 직후에는 객석의 모두가 일어나 박수를 보냈다.

아카데미상은 지난해까지 ‘외국어영화상’이던 비영어권 영화상의 명칭을 올해 국제영화상으로 바꿨다. 언어의 구분 대신 다양성을 추구하려는 의도다. 첫 수상자인 봉 감독은 “상의 이름을 바꾼 아카데미의 변화에 박수를 보낸다”고 밝혔다.

봉 감독은 감독상 수상 직후에도 후보에 오른 감독들을 한 명씩 언급해 또 다시 기립박수를 받았다. 그는 “영화를 공부할 때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라는 말을 새겼는데 그 말은 마틴 스콜세이지의 말이다”고 말했다. ‘아이리시맨’으로 함께 후보에 오른 거장을 향한 존경심의 표현이다. 이에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은 엄지손가락을 세워 보였고, 이내 기립박수가 또 나왔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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