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신력 추락…못 믿을 오디션 프로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10월 2일 06시 57분


엠넷 ‘프로듀스X101’을 통해 데뷔한 그룹 엑스원. 경찰은 일부 멤버의 소속사들이 이 프로그램을 둘러싸고 제기된 ‘투표 조작’ 의혹에 개입했는지 여부를 수사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엠넷 ‘프로듀스X101’을 통해 데뷔한 그룹 엑스원. 경찰은 일부 멤버의 소속사들이 이 프로그램을 둘러싸고 제기된 ‘투표 조작’ 의혹에 개입했는지 여부를 수사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 경찰, ‘프로듀스X101’ 투표 조작 의혹 일부 정황 포착

MBK·울림·스타쉽 압수수색
기획사 의도적 개입 여부 파악
하재근 “가요계 전체 신뢰 하락”


케이블채널 엠넷 ‘프로듀스X101’의 ‘투표 조작’ 의혹과 관련해 경찰이 관련 정황을 일부 포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오디션 프로그램의 공신력이 나락으로 떨어질 위기에 처했다. 공정한 기회를 얻기 위한 중소 가요기획사들의 노력이 가요계 영향력 확대만을 노린 일부 방송사의 ‘과욕’에 의해 훼손당한 게 아니냐는 시각마저 나온다.

● ‘투표 조작’ 의혹, 사실로?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1일 ‘프로듀스X101’(프듀X)을 통해 데뷔한 그룹 엑스원(한승우·조승연·김우석·김요한·이한결·차준호·손동표·강민희·이은상·송형준·남도현)의 일부 멤버가 소속된 MBK엔터테인먼트와 울림엔터테인먼트, 스타쉽엔터테인먼트 등 연예기획사 사무실 세 곳을 압수수색했다. ‘프듀X’ 방송 내내 유력하게 데뷔조로 꼽혔던 일부 연습생이 탈락하고, 의외의 인물들이 데뷔조로 포함되자 ‘투표 조작’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각 기획사들이 이에 개입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프듀X’는 특히 마지막 방송에서 1위부터 20위까지 연습생들의 유료 투표수가 ‘7494.42’라는 특정 숫자의 배수로 나타난다는 분석이 나온 뒤 관련 의혹에 휩싸였다. 급기야 시청자들이 이를 고발하면서 경찰은 7월 CJ ENM의 ‘프듀X’ 제작진 사무실과 문자 투표 데이터 보관업체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여기서 확보한 자료를 통해 경찰은 최근 일부 관련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듀X’ 관계자는 이날 “수사 상황과 결과를 아직 전달받지 못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압수수색 대상이 된 기획사 측도 “경찰 수사에 성실하게 임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 “사실이라면 공정한 과정에 대한 훼손”

경찰 수사를 통해 이번 의혹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프듀X’ 등 오디션 프로그램은 그 존폐 여부를 고민해야 할 만큼 시청자 신뢰를 잃게 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이 관련 수사 대상을 이전 시즌으로까지 넓히고 있는 것으로도 알려져 사건이 확대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대표 격인 ‘프로듀스’ 시리즈 등이 그동안 워너원, I.O.I 등 스타들을 배출하며 케이팝 시장을 더욱 넓히는 데 일조해온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가요계 안팎에서는 이번 의혹에 대해 “방송사들이 연습생들의 데뷔 기회를 그나마 공정한 기준에 따라 얻으려는 중소 가요기획사들의 힘겨운 노력을 이용해 자사 영향력을 키우는 데에만 몰두해온 탓이 아니냐”는 의심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한 가요관계자는 “시청자와 대중은 실력과 재능을 지닌 연습생들에 대해 자신들의 투표를 통해 정당하고 공정한 과정을 보장해줄 수 있을 거라 기대했다”면서 “만일 관련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이는 그에 대한 의도적 훼손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이번 의혹은 오디션 프로그램은 물론 가요시장 자체에 대한 대중의 신뢰성까지 떨어뜨릴 우려가 크다. 확실한 진상규명이 필요한 이유다”고 말했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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