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바람 바람 바람’ 이성민 “영화 모니터링한 아내, 수위 낮다고 깔깔깔”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4월 4일 06시 57분


배우 이성민이 코미디 영화로 돌아왔다. 바람기 다분한 인물을 소화한 그는 실제론 아내와 딸에게 “열심”이라고 했다. 일에서도 마찬가지. “왜 이러고 사나 싶을 정도로 열심히 살아왔다”고 했다. 사진제공|NEW
배우 이성민이 코미디 영화로 돌아왔다. 바람기 다분한 인물을 소화한 그는 실제론 아내와 딸에게 “열심”이라고 했다. 일에서도 마찬가지. “왜 이러고 사나 싶을 정도로 열심히 살아왔다”고 했다. 사진제공|NEW
■ 영화 ‘바람 바람 바람’서 20년 바람둥이 열연 이성민

“아내와 딸에게 작품 먼저 보여주는 게 일상
벌써 쉰…아쉬움 많아질 때마다 나이 실감
잠재된 바람기? 그러다 마누라한테 죽어요ㅋㅋ”


“조금 더 가지 그랬어?”

남편의 주연 영화를 본 아내가 말했다.

영화는 늘 바람을 피우며 사는 남자, ‘늦바람’이 난 또 다른 남자와 그의 아내, 그리고 이들 사이에 나타난 한 여자가 벌이는 좌충우돌 ‘바람기(記)’였다. 남편은 20년 결혼생활에 어느 한순간 바람을 피우지 않은 날이 없는 남자 역을 맡아 연기를 펼쳤다. 이를 바라보는 아내는 깔깔 웃었고, 영화가 끝나자 “좀 더 야하게 하지 그랬어?”라며 나름의 영화 관람평을 남편에게 내놨다.

배우 이성민(50)은 주연작인 코미디 영화 ‘바람 바람 바람’(감독 이병헌·제작 하이브 미디어코프)을 5일 개봉에 앞서 아내에게 선사했다. 18년 동안 함께 가정을 꾸리고 살아온 아내에게 자신의 작품을 먼저 보여주는 일은 이제 그에겐 일상이 됐다.

“한때 가족이 시사회에서 내 출연작을 보게 하는 게 일로 느껴지기도 했다. 그만큼 신경이 쓰이니까.”

아내와 딸은 “왜 우리는 안 부르냐”고 따져 물었다. 이성민은 조심스레 자신의 영화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덕분에 이제 아내는 물론 고등학생인 딸은 더없는 ‘모니터링 요원’이 되어준다. 남편과 아빠의 작품과 연기에 대해 물으면 더도 덜도 않고 솔직한 답을 내주곤 한다.

“어떤 의도로 묻는지 아니까. 본 대로, 있는 그대로 이야기해준다. 딸은 시나리오를 읽기도 한다. 하하!”

이에 ‘가정적인 남편이자 아버지이냐’고 물었다. 그는 “가정적이라는 게 어떤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가족 서열상 난 꼴찌이다”며 웃는다. “왜 이러고 사나 싶을 때도 있지만 그래도 열심히 살아왔고, 또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고 말하는 그의 얼굴에서 내심 일상에 만족하고 있음이 내비쳐왔다.

영화 ‘바람 바람 바람’에서의 이성민. 사진제공|NEW
영화 ‘바람 바람 바람’에서의 이성민. 사진제공|NEW

그처럼 코미디 영화 ‘바람 바람 바람’도 그에게는 “대본에 충실해도 되는” ‘기본적인’ 시선만을 유지하며 작업한 작품이다. 이미 영화 ‘스물’을 통해 재기를 발휘한 이병헌 감독의 재능 덕분에 애드리브도 거의 없었던 ‘바람 바람 바람’을 통해 그는 “코믹 연기가 어렵긴 하지만 조금 편하게, 스트레스 덜 받고 연기”했다.

그런 편안함이 이번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라 할 만한데, 그건 순전히 이성민을 중심으로 한 신하균, 송지효 등 베테랑 연기자들의 힘에도 기댄다.

이성민은 1990년대 초반 대구에서 연극무대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한 이후 다양한 모습으로 관객과 시청자를 만나왔다. 대입 재수 시절 고향인 경북 영주에서 보낸 극단 생활까지 포함하면 30년의 세월을 연기로 보냈다.

그러는 동안 그도 “스스로 깜짝깜짝 놀랄” 만큼 제 나이를 실감한다. 지금 나이가 군에서 제대할 때 자신의 아버지 연세와 엇비슷하다며 그는 희미하게 웃었다.

“제대했을 때 아버지가 너무 나이 들어 보이셔서 많이 놀랐다. 이제 내가 바로 그 나이가 됐다.”

아직은 젊어 보이는 얼굴을 한 배우이지만, “예전에 아버지의 재떨이 옆에 놓여 있던 돋보기”가 필요한 나이가 됐음을 문득문득 깨달을 때면 “내가 아버지만큼 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그러면서 조금씩 아쉽고, 조금씩 후회하는 것도 많아지게 됐다.

“긴 인생을 놓고 하는 얘기는 아니다. 다만 자려고 누우면, 그날 있었던 일 가운데 떠오르는 것들이 있다. 이내 후회하고는 한다. 아마 깡다구가 약해져서 그럴 거다. 하하!”

배우 이성민. 사진제공|NEW
배우 이성민. 사진제공|NEW

그렇게 말하지만 그래도 세상 사람들 다 아는 유명한 배우가 되어 있으니 그만한 인생의 성과는 쉽게 얻은 게 아니지 않은가.

“물론 그렇다. 스스로 신기하고 놀랍기도 하다. 운이 참 좋은 것도 같고.”

직업적 유명세로 인해 다소 일상의 불편함이 있어도 능히 감당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그는 “이제 그런 불편함을 아이와 아내도 이해하고 익숙해졌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배우인 남편과 아빠에게 성실한 ‘모니터링 요원’이 되어 줄 수는 없을 테니, 이래저래 이성민은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저러나 이성민에게도 ‘잠재된 바람기(끼)’가 있을까.

“정말 없다. 그러다 마누라한테 죽는다. 하하!”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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