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길’이냐 ‘영국의 길’이냐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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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연예산업 미래는…

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 동아일보DB
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 동아일보DB
 한국 연예산업의 미래는 대만일까, 영국일까.

 최근 중국 자본의 공습이 거세지면서 대중문화 전반에서 우려와 기대의 목소리가 공존하고 있다. 특히 중국 자본이 유입되는 모양새가 과거 대만의 사례와 매우 흡사하다는 측면에서 걱정이 크다.

 대만은 2000년대 초반까지 문화콘텐츠 강국으로 대접받았다. 드라마 ‘판관 포청천’(1993년)이나 ‘꽃보다 남자’(2001년) 등 대형 히트작을 양산했다. 그러나 중국의 대규모 자본이 몰려들며 상황은 변했다. 머니 게임에 휩쓸린 연예인들은 중국 활동에 매진했고, 드라마PD나 작가 등 제작 인력도 대거 유출됐다. 드라마 제작사나 연예기획사들도 중국계 기업에 인수됐고, 콘텐츠 판권도 넘어갔다.

 결과는 암울했다. 대만의 드라마나 대중가요는 중국 취향에 맞춰지며 독특한 자기 색깔이 옅어졌다. 더 큰 문제는 그 이후였다. 결국 몇 년 뒤 노하우를 습득한 중국 기업들이 썰물처럼 빠져버렸다. 한 연예기획사 대표는 “이후 자생력을 잃은 대만 연예산업은 지금도 어렵다”며 “외부 대형 투자는 철저히 상업 논리로 접근하므로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우리는 대만과 다르다는 시각도 많다. 영국의 경우 미국 할리우드 자본의 엄청난 공습이 있었지만 고유한 문화 경쟁력을 그대로 유지했다는 것. 영국 영화나 드라마는 미국과 다양한 협업을 벌이면서도 날카로운 풍자와 해학, 따뜻하고 서민적인 로맨스 등 독특한 영역을 구축해왔다.

 정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 역시 큰 자양분이 됐다.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결국 글로벌 사회에서 해외자본 유입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무조건 배척하기보단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양환기자 ray@donga.com
#한국 연예산업#중국 자본#판관 포청천#꽃보다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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