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다채널방송, 시청자에게는 실익 없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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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MMS도입’ 토론회
“지상파 직접 수신가구 6.7%뿐… 채널 확대 못하게 법에 명시해야”

한국언론학회는 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지상파 다채널방송 도입의 쟁점과 전망’이란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사회를 맡은 김현주 광운대 교수(가운데)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한국언론학회는 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지상파 다채널방송 도입의 쟁점과 전망’이란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사회를 맡은 김현주 광운대 교수(가운데)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방송통신위원회가 ‘무료 보편적 서비스 확대’를 내걸고 추진하는 EBS의 다채널방송(MMS) 정책이 시청자에게는 별다른 효과가 없을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다. MMS란 방송 주파수 신호를 압축·전송하는 방식으로 기존 방송용 주파수를 쪼개 더 많은 채널을 운영하는 서비스다. EBS는 지난해 2월부터 이 기술로 만든 EBS2에서 초·중학교 학습 및 영어교육 콘텐츠를 시범 서비스하고 있다.

3일 한국언론학회가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지상파 MMS 도입의 쟁점과 전망’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김관규 동국대 교수(신문방송학)는 “지상파를 직접 수신하는 비율이 전체 가구의 6.7%(방통위 기준)인 상황에서 방통위의 무료 보편적 서비스의 확대라는 목표는 달성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93%가 넘는 가구가 이미 케이블TV나 인터넷TV(IPTV)와 같은 유료방송 플랫폼으로 EBS 등 지상파를 보는 상황에서 무료 서비스라는 말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토론자로 나선 윤석민 서울대 교수(언론정보학)도 “MMS는 직접수신율이 40∼50%에 이르는 영국이나 프랑스와 같은 국가에서나 가능한 정책”이라며 “유료방송 플랫폼을 통해 재전송되는 방송에 무료 보편 서비스라는 말을 붙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했다고 사회적 수요를 고려하지 않은 채 추진하는 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지적됐다. 유료방송 플랫폼으로 전달되는 EBS2가 현실적으로 시청자에게 의미 있는 서비스가 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케이블TV 등에서 앞쪽 채널에 배치된 EBS와 인접한 채널에 EBS2를 배치하면 기존 채널을 연쇄적으로 이동시켜야 한다. 기존 사업자들이 강하게 반발하면 결국 EBS2는 뒤쪽 채널에 배정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EBS가 이미 유료방송에 제공하는 EBS잉글리시, EBS플러스 1, 2 등 4개의 교육용 채널과 비슷한 방송을 하나 추가하는 것에 불과하다. MMS 도입 찬성 측 발제자로 나선 이진로 영산대 교수(신문방송학)조차 “공익성을 띤 EBS2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재원이 한정된 상황에서 차별적인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방통위가 EBS에 한해 MMS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결국 다른 지상파 사업자들도 향후 채널 확대에 나서면서 갈등이 생길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김 교수는 “MMS 추진을 위한 방송법 개정안에 ‘지상파방송 사업자’라는 표현이 들어가면 향후 EBS 이외 지상파도 MMS에 뛰어들 근거가 되기 때문에 다른 유료방송 사업자들이 불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MMS 허용을 위한 방송법 개정안에 EBS로 한정하는 방안을 어떤 식으로든 표기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김민기 숭실대 교수(언론홍보학)는 “방송법 개정안에 시청자 복지와 공익적인 특별서비스에 한해서만 MMS를 허용해야 한다는 명시적인 표현과 함께 이에 대해 방송 허가에 준하는 허가심사제도가 도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MMS 도입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도 나왔다. 이미 다양한 채널이 넘치는 상황에서 MMS의 도입은 시기적으로 너무 늦었다는 것이다. 김관규 교수는 “무료 보편적 서비스도 아니고, 산업적 효과도 없는 MMS 정책을 지금 추진하는 것은 방통위의 부처 실적을 위한 것이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ebs#다채널방송#지상파 mms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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