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연 “나이 들어도 멜로퀸이고 싶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2월 22일 08시 00분


연기 변신에 대한 갈망이 누구보다 큰 전도연은 2008년 이후 이윤기 감독과 ‘남과 여’로 오랜만에 다시 만나 변신의 꽃을 피웠다. 사진제공|쇼박스
연기 변신에 대한 갈망이 누구보다 큰 전도연은 2008년 이후 이윤기 감독과 ‘남과 여’로 오랜만에 다시 만나 변신의 꽃을 피웠다. 사진제공|쇼박스
■ 영화 ‘남과 여’ 전도연

“상대역 공유와 핀란드서 펼쳐지는 사랑이야기
쉽게 공감할 사랑 아니지만 한 번쯤 꿈꿔볼 법
이윤기 감독과 재회, 연기 변신 가능했던 이유”


배우들은 연기 변신 혹은 변화를 향한 갈망이 크다. 연기하는 동안 풀어야 할 끈질긴 숙제이자 그만큼 절실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배우라면 누구나 겪는 과정이지만 전도연(43)이 생각하는 그 의미는 조금 달랐다. 무엇보다 기준이 뚜렷했다.

“나와 다른 것들에 기꺼이 소모되고 싶다. 변할 준비가 돼 있다.”

전도연은 그러나 “배우의 변화는 혼자서는 어려운,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예컨대 나는 뜨거운 사람이고 또 감정적이다. 반면 이윤기 감독은 아주 건조한 사람이다. 감독의 그런 개성이 나의 것으로 여과되는 과정, 그렇게 나는 변화를 이뤄가는 거다.”

이윤기 감독은 25일 개봉하는 전도연의 새 영화 ‘남과 여’(제작 영화사 봄)의 연출자다. 두 사람은 이미 2008년 영화 ‘멋진 하루’에서 호흡을 맞췄다. 전도연은 “작업할 때 이 감독은 좋다, 싫다, 분명치 않은 모호한 스타일이라 나와 잘 맞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함께 완성한 영화는 언제나 자신의 마음을 흔들어놓았다고 한다. ‘남과 여’도 그랬다.

덕분에 전도연은 이번 영화로 ‘멜로 퀸’이라는 명성을 재확인시켰음은 물론, 이제는 범접하기 어려운 위치에 홀로 올라섰다. 배우가 감독과 제작진을 전폭적으로 신뢰하고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질 때 최고의 연기가 나온다고 한다면, 전도연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자신의 최고치를 보여준다. 관객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선물이다.

“멜로 퀸이라는 말, 정말 좋다.(웃음) 나이 들어도 갖고 가고 싶은 수식어이다. 상대방에게 감정을 느끼게 해주고, 영감을 준다는 뜻이잖나.”

그런 전도연에게 좀 더 ‘현실적인’ 질문을 던졌다. ‘나이 들면 출연할 멜로영화가 사라지지 않겠느냐’는 물음이다. 단 1초의 틈을 주지 않고, 그는 답했다.

“왜? ‘장수상회’도 있는데. 하하!” (‘장수상회’는 70대 박근형과 윤여정이 주연한 로맨스 영화로, 지난해 개봉했다)

‘남과 여’는 해석이 많이 따를 영화다. 전도연 역시 그에 적극 동참한다.

“영화 속 남녀의 감정은 쉽게 공감할 사랑은 아니지만 한 번쯤 꿈꿔 볼 법하다. 사랑이 왜 시작됐는지, 무엇 때문인지 묻는 이들도 있다. 그저 두 남녀의 끌림, 그 시작부터 사랑이었다.”

상대역은 공유가 맡았다. 두 사람은 극중 아픈 자녀를 둔 학부모이자, 배우자와 겪는 미묘한 갈등으로 ‘자신’을 버리고 산다. 핀란드에서 만나 서로를 알아보고 빠르게 빠져든다. 왜 핀란드였을까.

“막상 핀란드에 갔더니 눈이 하나도 없더라.(웃음) 눈 찾아다니며 정신없이 촬영했다. 그렇게 한 달 반을 보내면서 동양인을 한 명도 만나지 못했다. 그때 알았다. 극중 두 남녀가 서로에게 더 집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 핀란드는 현실과 떨어진 듯한 환상적인 곳이다.”

사실 전도연이 ‘남과 여’의 출연 제의를 처음 받은 때는 10년 전이다. “부담스럽다”고 거절했지만 이야기는 각인됐다. 내심 “멋진 여배우가 캐스팅돼 완성된 영화를 보고 싶다”는 생각을 품어왔지만 10년째 이뤄지지 않았다. 그동안 시나리오는 늘 전도연 곁을 머물렀다.

“내가 하고 넘어가야지, 그렇지 않고서는 다른 걸 못하겠더라.”

어쩌면 전도연에게 ‘남과 여’는 운명 같은 영화일지 모른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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