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VOD 공급 중단에 맞불… 케이블업계 “최소한의 자구책”
지상파3사 “명백한 위법행위”
주문형비디오(VOD)를 둘러싸고 또다시 지상파 방송사와 케이블TV 업계가 맞붙었다. 불편을 겪는 시청자들을 외면한 채 자사(自社) 이익만 좇는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2일 케이블TV방송협회는 비상대책위원회를 열고 케이블TV를 통한 MBC의 실시간 광고 송출을 12일 오후 6시부터 중단하기로 했다. 평일은 오후 6시부터 밤 12시까지, 주말은 오후 4시부터 밤 12시까지 중단한다. 해당 시간대에 MBC의 방송 광고가 나오면 ‘블랙아웃(송출 중단)’돼 화면이 검게 변한다.
이 조치는 지상파 방송사가 1일 오후 6시부터 케이블TV에 신규 VOD 공급을 끊은 데 따른 대응이다. 최종삼 비상대책위원장은 “지상파 방송사가 VOD 공급을 기습 중단한 것은 명백한 횡포이자 시청자 기만행위”라며 “케이블 업계도 최소한의 자구책을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지상파 3사는 “명백한 위법행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 지상파 관계자는 “(지난해 말) VOD 계약이 끝났고 아직 재계약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VOD 공급을 중단했는데 케이블 업계의 대응은 위법”이라고 말했다. 앞서 1일 지상파 협상 대표인 MBC 측은 “VOD 공급 중단을 빌미로 지상파 방송광고를 무단으로 훼손할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양측의 대치는 1월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지만 방송통신위원회는 제대로 중재를 하지 못하고 있다. 방통위 측은 ‘시청자가 피해를 보지 않도록 여러 채널을 가동해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갈등의 근본 원인은 국내 방송 산업의 수익성 악화에서 찾을 수 있다. 지상파와 케이블TV 모두 급격한 수신료 및 광고 수익 감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지상파가 케이블TV 업계로부터 VOD 이용료와 가입자당 재송신료(CPS)를 높여 달라고 했다. 케이블TV 업계가 이에 반대하면서 양측의 갈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계약 방식이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지상파 측은 지금까지 케이블 업계 전체와 일괄적으로 VOD 공급 계약을 맺었지만 올해는 개별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와 각각 맺으려고 한다. 하지만 케이블 업계는 협상력이 떨어질 것을 우려해 이에 반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올해 공급하는 VOD에 대한 계약이 체결되지 않은 상태다.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방송 산업의 성장세가 꺾이자 생존에 위협을 느낀 이해 당사자들이 협상을 위한 기초 자료나 적정 가격 산정도 없이 자신들의 주장만 늘어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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