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 감독서 영화감독까지…‘뷰티 인사이드’ 백 가지 얼굴 백감독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19일 15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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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디자이너, CF감독, 뮤직비디오 감독, 안경·문구 브랜드 운영, 서체 디자인, 그리고 영화감독까지. 남들은 하나만 하기도 힘든 일을 한꺼번에, 그것도 꽤 성공적으로 해내는 사람이 있다. 20일 개봉하는 영화 ‘뷰티 인사이드’(12세 이상 관람가)로 영화감독으로 데뷔한 백종열 감독(45)이다. ‘뷰티 인사이드’는 매일 모습이 바뀌는 우진이 여자 이수(한효주)를 사랑하며 벌어지는 일을 다룬 멜로 영화다. 본명 대신 ‘백 감독’이라는 이름을 크레딧에 올린 그를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광고(도시바 노트북의 ‘뷰티 인사이드’ 광고)가 원작이다. 어떻게 연출을 맡게 됐나.

“제작사인 용필름의 임승용 대표와 친구 사이다. 어느 날 술 마시면서 ‘이 광고가 정말 기발하다’고 얘기를 했다. 그런데 다음날 나보고 감독을 하라는 거다. 장난이라고 생각했는데 몇 번이나 반복하기에 진심인 걸 알았다.”

-CF감독으로 쌓은 명성이 있는데 고민하지 않았나.

“인간과 신의 세계가 나뉘듯 영화 연출은 휘저어도 닿지 않는 곳의 일이라고 생각했다. 영화에 대한 동경은 있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하지만 워낙 탐이 나는 소재였다.”

-광고는 매일 모습이 바뀌던 남자가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는 데서 끝난다. 영화는 그 이후의 이야기가 더 비중이 높은데.

“광고에선 사랑하는 여자가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자 마법이 풀리듯 남자의 모습이 더 이상 바뀌지 않게 된다. 여느 동화나 애니메이션에서 볼 수 있는 결말 아닌가. 우진의 모습이 바뀌더라도 둘이 행복해지는 것이 더 완벽한 결말이라는 생각을 했다.”

-소재는 독특하지만 줄거리는 특별한 사건 없이, 평범한 연애의 기승전결을 따라간다.

“관객들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주변에서 들은 연애담을 많이 참고했다. 영화에선 편집됐지만 우진이 이수에게 ‘너도 매일 변한다’고 말하는 장면이 있었다. 누구든 기분 좋을 때, 피곤할 때, 얼굴이 매일 바뀌지 않나. 어떤 연애든 누굴 좋아한다는 건 결국 내면까지 사랑해야 가능한 일이다.”

-우진 역에 출연한 배우가 123명, 비중 있게 출연한 배우는 21명에 달한다. 우에노 주리, 천우희 등 여자 배우도 있고 외국인까지 나온다.

“한효주 씨가 힘들었을 거다. 매일 다른 배우와 연기를 해야 하니 감정이 누적되지 않고, 좀 외로워했다. 극중 이수의 감정과 효주 씨가 촬영장에서 느낀 감정이 거의 비슷했을 거다. 감독으로서 도와줬어야 했는데 연기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 살짝 방치해둔 감이 있다.”

-그런데 첫 데이트나 키스 등 중요한 순간에는 꼭 잘 생긴 남자 배우가 우진으로 등장하더라. 그래서 제목과 달리 실은 ‘뷰티 아웃사이드’라는 비판도 나오는데.

“인정한다. 아무래도 상업영화다 보니…. 다만 영화 속에서 우진이 노력한다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한다. 첫 데이트 때는 멋진 외모가 될 때까지 여러 날을 기다리고, 이수의 직장 동료를 만날 때는 (멋진 얼굴로 변하길 기대하며) 억지로 다시 잠들었다 깨어난다.”

-CF와 영화는 어떻게 다르던가.

“생각을 조립해 그림으로 형상화한다는 점에서는 같았다. 그런데 호흡이 다르다. 처음에는 원룸에 살다가 100평으로 이사 간 기분이었다. 광고에선 배우에게 대사 중간에 숨을 쉬지 말라고 한다. 영화의 호흡을 익히고 나니 그런 표현 방법이 흥미롭더라.”

-예쁜 멜로 영화다보니 ‘광고 같다’ ‘뮤직비디오 같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나올 텐데.

“내가 광고감독이라는 걸 알고 보니 생기는 착시현상 아닐까. 그렇다고 그런 평이 불쾌하다는 건 아니다. 이 영화가 호감인지 비호감인지가 중요하다. 광고든 영화든 결국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느껴지면 되는 것 아닌가.”

-CF, 영화 외에도 여러 가지 일에 도전해왔다. 이유가 뭔가.

“그 중에 하나라도 얻어걸리라고…. 농담이다. 그때그때 틈만 보이면 발을 담근다. 좋아 보이면 일단 해야 한다. 스트레스가 없진 않은데, 재미있다.”

-영화 홍보 중에도 계속 CF 촬영이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앞으로 또 영화를 할 생각인가.

“성격이 급하다. 빠르고 속도감 있는 것을 좋아한다. 남자들이 치고 박는 격렬한 액션이 굉장히 아름답게 찍히는, 그런 것에 흥미가 있다. 광고와 영화의 매력이 둘 다 너무나 크다. 그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그때그때 할 수 있길 바랄 뿐이다.”

이새샘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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