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선 가득한 세상에서 희망을 찾는 아이들, 그들이 곧 희망!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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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트래쉬’ & ‘해피 홀리데이’

브라질의 빈민가를 배경으로 한 ‘트래쉬’(위쪽 사진)와 스코틀랜드의 아름다운 풍광이 나오는 ‘해피 홀리데이’는 소재와 내용 면에서 천양지차지만 아이들의 시선으로 어른의 세계를 비판한다는 점에서는 같다. 프리비전 제공
브라질의 빈민가를 배경으로 한 ‘트래쉬’(위쪽 사진)와 스코틀랜드의 아름다운 풍광이 나오는 ‘해피 홀리데이’는 소재와 내용 면에서 천양지차지만 아이들의 시선으로 어른의 세계를 비판한다는 점에서는 같다. 프리비전 제공
14일 나란히 개봉한 ‘트래쉬’(15세 이상)와 ‘해피 홀리데이’(12세 이상)는 두 영화의 배경인 브라질과 스코틀랜드만큼 소재와 내용 면에서 다르다. 하지만 위선으로 가득한 어른들의 세계에서 아이들이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희망을 찾아간다는 점에서 두 영화는 닮아 있다. 아이들은 어떤 순간에도 웃고, 떠들고, 겁이 없다. 이들이 펼치는 모험은 어른의 그것보다도 더 박진감 넘치고 감동적이다.

○ 트래쉬: “그게 옳은 일이기 때문이죠”

라파엘(힉송 테베스)은 쓰레기장에서 넝마주이를 하며 살아가는 열네 살 소년이다. 어느 날 지갑을 주운 라파엘은 그 안에 어떤 비밀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눈치 채고 친구 가르도(에두아르두 루이스), 정보력이 좋은 들쥐(가브리에우 와인스타인)와 함께 비밀을 캐내기 시작한다. 서서히 드러나는 비밀은 생각보다 몸집이 크다. 부패한 정치인의 정치자금에 관한 정보가 숨어 있었던 것. 아이들은 이 지갑을 찾는 경찰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

영화 속 어른들은 무력하다. 경찰은 부패한 정치인에게 빌붙어 어린 소년들마저 고문하고 협박한다. 빈민가에서 봉사하는 줄리아드 신부(마틴 신)나 미국인 자원봉사자 올리비아(루니 마라)도 거대한 불의에 적극적으로 저항하지 못한다. 소년들의 무기는 날렵한 몸짓과 근성뿐이다. 경찰에게 지갑을 넘겨버리지 왜 비밀을 캐려 하느냐는 질문에 붓고 터진 얼굴로 라파엘은 답한다. “그게 옳은 일이기 때문이죠.”

동명 원작 소설은 ‘베할라’라는 가상공간을 배경으로 삼았지만 영화는 브라질 리우 빈민가 곳곳을 사실적으로 담았다. ‘빌리 엘리어트’의 스티븐 돌드리 감독은 이번에도 비참한 현실 속에서 피어나는 희망을 환상적인 영상미 속에 포착해냈다. 주연 배우 3명 역시 모두 리우에서 진행된 공개 오디션에서 선발돼 데뷔했다.

○ 해피 홀리데이: “사람은 누구나 다 모자란 법이랬어요”

로티(에밀리아 존스), 미키(보비 스몰드리지), 제스(해리엇 턴불) 삼남매는 할아버지 생신을 맞아 별거 중이던 아빠 더그(데이비드 테넌트), 엄마 아비(로저먼드 파이크)와 함께 스코틀랜드로 떠난다. 암 말기로 죽음을 눈앞에 둔 할아버지 고디(빌리 코널리)는 다투기만 하는 자식들에게 진절머리가 난 상태다. 손자 손녀만 데리고 생일 당일 놀러 간 해변에서 고디는 그대로 세상을 떠나 버린다. 싸우기만 하는 어른들 대신 아이들이 직접 할아버지의 장례를 치러주기로 하면서 일대 소동이 벌어진다.

영화 속 어른들은 위선적이다. 서로를 트집 잡지 못해 안달 나 있으면서 실은 자신의 흠이 가장 크다는 사실만 모른다. 어떤 상황에도 진실을 이야기하는 아이들이 어른들의 속내를 까발린다. 오로지 할아버지만을 위한 장례를 치른 아이들과 달리 체면과 자존심 때문에 언성을 높이는 어른들에게 로티는 할아버지의 교훈을 외친다. “사람은 누구나 다 모자란 면이 있는 법, 그러니 싸우지 말라”고.

갈등을 봉합하는 과정이 숨 가쁠 정도로 빠른 점이 아쉽지만 아역 배우들의 연기는 깨물어 주고플 정도로 귀엽다. 숨지는 순간까지도 유쾌한 할아버지의 모습을 잘 살린 코널리의 연기와 스코틀랜드의 아름다운 풍광도 영화 보는 맛을 살린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트래쉬해피#홀리데이#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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