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이야기도 예능으로 풀면 재미있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1월 30일 06시 55분


진짜사나이-진짜사나이 여군특집2-푸른거탑 (맨 위에서부터). 사진제공|MBC·tvN
진짜사나이-진짜사나이 여군특집2-푸른거탑 (맨 위에서부터). 사진제공|MBC·tvN
■ 불멸의 흥행 콘텐츠 ‘군대’

‘우정의 무대’ ‘동작그만’부터
‘푸른거탑’ ‘진짜사나이’까지
군대보다 인간관계에 초점
조직내 서열구조 공감 유발


군대와 예능프로그램.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무대’가 만나 새로운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군대 이야기’라면 소름끼치게 싫어했던 여성들까지 이제는 ‘군대’를 편하게 즐길 정도가 된 것은 예능프로그램 속에 녹아들며 시청자에게 친숙하게 다가간 덕분이다.

2013년 케이블채널 tvN 시트콤 ‘푸른거탑’, MBC 예능프로그램 ‘진짜사나이’를 시작으로 군대 관련 프로그램이 정점을 찍은 후 현재까지 그 열기가 식지 않고 있다. ‘군대’가 폭넓은 시청자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소재 중 하나라는 점은 이제 부인할 수 없게 됐다. 그러고 보면 군대라는 소재를 끌어들인 프로그램은 이미 오래 전부터 흥행에 실패한 적이 없는 ‘불멸의 인기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 ‘동작 그만!’부터 ‘진짜사나이-여군’까지

최근 첫 방송한 ‘진짜사나이-여군특집2’(여군2)가 17.2%라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다. 연기자 김지영, 이다희, 박하선, 강예원, 걸그룹 에이핑크의 윤보미와 에프엑스의 엠버, 개그우먼 안영미, 방송인 이지애 등 8명이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에서 여군 부사관 특별전형을 치르고 군에 입대하는 과정을 그려 시청자의 눈길을 끌었다.

‘여군2’는 지난해 1편이 성공하자 분위기 전환 등을 위해 마련된 특집편이다. 이번에도 전혀 군대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여성 연예인들이 출연해 눈물 콧물 빼며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낼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초기 ‘진짜사나이’는 서경석, 샘해밍턴, 김수로, 류수영, 박형식 등이 출연해 병영생활을 체험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담았다. 프로그램은 물론 출연자들 모두 또 다른 전성기를 누릴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이 같은 ‘군대 예능’의 시초는 1970년대 초반 ‘위문열차’ 류의 라디오 프로그램이 꼽힌다. 아직 라디오가 대중을 위안하던 시절, ‘뽀빠이’ 이상용 등이 군부대를 직접 찾아가 펼치는 위문공연 형식의 공개 쇼프로그램이었다.

이후 더욱 많은 대중의 공감을 얻기 시작한 프로그램은 단연 1989년부터 방송한 MBC ‘우정의 무대’다. 가수들의 화려한 공연도 볼거리였지만, ‘우정의 무대’는 “엄마가 보고플 땐 엄마 사진 꺼내놓고∼”라고 노래하며 무대 뒤에 숨은 어머니를 목놓아 부르는 장면으로 상징되며 인기를 모았다.

1989년 방송한 KBS 2TV ‘유머일번지’의 인기 코너 ‘동작그만’도 빼놓을 수 없다. 개그맨 이상운, 김한국, 이봉원, 박승대 등이 군 내무반에서 실제 일어날 법한 일들을 과장되고 코믹하게 그려 추억과 웃음을 동시에 선사했다.

●“사람의 이야기에 초점”

이 같은 프로그램들은 좀 더 대중적으로 군 생활을 소개하고 여기에 예능프로그램 특유의 오락성을 가미하면서 “군대 이야기라면 몸서리치게 싫다”던 여성시청자까지 끌어당겼다. 그리고 이젠 하나의 프로그램 영역으로서 굳혀졌다.

‘진짜사나이’를 연출한 김민종 PD는 “군대 경험이 없고 낯설어 하는 여성들까지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군 자체보다는 군인, 즉 사람에게 초점을 맞추고 이야기를 풀어가면서 공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어 “군대는 엄격하고 통제된 조직이다. 그 안에서 적응하며 변화하는 과정을 담아내면서 각 출연진 특유의 캐릭터가 생겨나고, 친근함도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군 관련 프로그램은 다른 프로그램과 비교해 시청 몰입도가 가장 높은 편”이라면서 “계급적 서열구조라는 시스템으로 운용되는 군대가 기성 사회의 한 단면과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많은 시청자의 폭넓은 관심을 얻고 있다”고 밝혔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트위터@mangoo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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