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희 “나는 그저 묵묵히 버티는 사람이었죠”

  • 스포츠동아

드라마 ‘마마’를 성공적으로 끝내고 영화 ‘카트’와 ‘아빠를 빌려드립니다’까지 종횡무진 중인 연기자 문정희. 그는 “나에겐 복이 자주 오는 것 같다”면서 자신의 ‘능력’보다 ‘운’ 덕이라며 겸손해 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beanjjun
드라마 ‘마마’를 성공적으로 끝내고 영화 ‘카트’와 ‘아빠를 빌려드립니다’까지 종횡무진 중인 연기자 문정희. 그는 “나에겐 복이 자주 오는 것 같다”면서 자신의 ‘능력’보다 ‘운’ 덕이라며 겸손해 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beanjjun
■ 영화·드라마로 전성기 맞은 ‘줌마돌’ 문정희

무명시절 커피값 아까워 친구도 안 만나
삶을 성실히 쌓아가면 언젠가 기회는 와
‘마마’ 이어 ‘카트’ ‘아빠를…’ 연속 흥행
누구나 겪는 현실적인 이야기에 끌렸죠


지금 스크린과 TV에서 동시에 눈에 띄는 여배우를 한 명만 꼽는다면 문정희(38)가 가장 적합하지 않을까. 극장에서는 주연 영화 두 편이 상영 중이고, 최근 막을 내린 MBC 드라마 ‘마마’는 그의 활약 덕에 시청률 20%를 돌파했다.

문정희는 요즘 극장 무대인사에서 자신을 응원하는 플래카드를 종종 목격한다.

“‘우리의 줌마돌 문정희’ 같은 문구가 신기하고 웃기다. 내가 뭐가 좋다고. 팬들 만나면 ‘조금만 좋아하다 빨리 다른 사람에게 가!’ 그런다. 하하!”

“사람에겐 복불복이 있다는데, 내겐 복이 자주 오는 것 같다”는 말도 꺼냈다. 그가 주연한 ‘카트’(감독 부지영·제작 명필름)와 ‘아빠를 빌려드립니다’(감독 김덕수·제작 이스트스카이필름)는 주말 박스오피스 4, 5위에 올랐다. 배우 한 명이 이루기 쉽지 않은 기록이다.

문정희가 주목받는 이유는 최근 3년 동안 쉼 없이 ‘질주’해온 덕분이다. ‘여배우에게는 영화 출연 기회가 적다’는 하소연이 여기저기서 나오지만 문정희에겐 ‘남의 일’이나 다름없어 보인다. 2012년 ‘연가시’와 지난해 ‘숨바꼭질’로 연속 흥행에 성공했고, 현재 출연을 고민하는 영화도 있다.

“일주일만 쉬어도 몸이 근질근질하다. 한때는 자세한 활동 계획을 세워봤지만 오히려 실행되는 게 없었다. 순간순간 내 삶을 성실하게 쌓아 가면 기회가 오는 것 같다. 이젠 순간에, 만나는 사람에게 충실하자는 주의다.”

알려진 대로 문정희는 10년에 가까운 무명의 세월을 보냈다. 대학로 연극 무대에서 활동할 땐 “5000원 커피값이 아까워 친구도 만나지 않았다”고 했다.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스스로에게 굉장히 엄격했다. 기준을 만들고 밀어붙이는 스타일이었다. 내 자신을 사랑하는 법도 몰랐다. 20대 후반부터 30대 초까지 질풍노도의 시간을 보냈다.”

변화의 계기는 지금의 남편을 만나면서 찾아왔다. 올해 결혼 6년째에 접어든 그는 “가장 친한 친구이자 다정한 사람”이라고 남편을 칭했다.

“매일 아침 밥 챙겨주고 남편 출근을 돕는다. 앞으로 30년 이상 함께 살 텐데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고 싶다. 10년 정도 되면 부부에게 권태기가 온다고 하지만 기꺼이 겪고 싶다. 싸움도 생활의 활력이 될 테니까.”

3남매의 장녀인 문정희는 그렇게 성장해온 영향 때문인지 “누구에게 미루기보다 내가 책임을 맡는 게 낫다”고 했다. 영화를 선택할 때도 확신이 들면 밀어붙이는 편이다. 대형마트 비정규직 사원들의 해고 문제를 그린 ‘카트’도, 실직한 가장과 그 가족의 이야기인 ‘아빠를 빌려드립니다’도 그렇게 택한 영화다.

“작년에 혼자 부산국제영화제에 갔다가 ‘카트’ 제작진을 만나 출연 제의를 받았다. 누구나 겪는 현실적인 이야기에 끌렸다. 나도 4대 보험은 꿈도 못 꾸던 시절을 겪었으니까. 난 그저 묵묵히 버티는 사람이었다.”

유쾌한 가족극인 ‘아빠를 빌려드립니다’는 문정희의 최근 출연 영화 중 가장 밝고 경쾌한 모습이 담겼다. 남편 역의 김상경과 만드는 ‘부부 시너지’도 상당하다. 관람 전 평가보다 관람 후 평가가 더 긍정적이다.

도전을 멈추지 않는 그는 “한 번쯤 에너지를 확 쏟는 영화를 하고 싶다”고 했다. “이왕이면 멜로 장르였으면 좋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트위터@madein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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