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히어로들 맹활약에 온 가족이 열광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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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 대박치는 디즈니 영화

국내 흥행순위 1위를 지키고 있는 ‘캡틴 아메리카:윈터 솔져’. 월트디즈니 제공
국내 흥행순위 1위를 지키고 있는 ‘캡틴 아메리카:윈터 솔져’. 월트디즈니 제공
할리우드 투자배급사 월트디즈니의 영화가 한국에서 뜨겁다.

지난달 26일 개봉한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는 1일까지 168만 명을 모으며 일일 박스오피스 1위를 질주하고 있다. 올해 초 개봉한 ‘겨울왕국’은 1028만 명을 동원해 애니메이션 사상 첫 1000만 영화 기록을 세웠다. ‘어벤져스’의 일원인 토르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토르: 다크 월드’는 지난해 303만 관객을 모았다. 900만 관객을 끌어들여 지난해 외화로는 최대 히트작인 ‘아이언맨3’도 디즈니의 작품이다. 2012년 ‘어벤져스’도 707만 관객이 들었다. 한국에서 촬영 중인 ‘어벤져스2’도 디즈니의 영화다.

디즈니 영화는 한국에서 유독 잘된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북미 시장에서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 중 매출액 점유율 1위는 워너브러더스. 워너브러더스는 2억9000만 달러(약 3066억 원)를 벌어들인 ‘맨 오브 스틸’ 등으로 17.1%를 기록했다. 디즈니는 15.7%로 2위였다.

월트디즈니가 지난해 투자, 배급해 한국에서 303만 관객을 모은 ‘토르: 다크 월드’. 디즈니는 만화와 영화제작사인 마블을 인수한 뒤 슈퍼 히어로 영화를 쏟아내며 국내에서 마니아층을 형성했다. 월트디즈니 제공
월트디즈니가 지난해 투자, 배급해 한국에서 303만 관객을 모은 ‘토르: 다크 월드’. 디즈니는 만화와 영화제작사인 마블을 인수한 뒤 슈퍼 히어로 영화를 쏟아내며 국내에서 마니아층을 형성했다. 월트디즈니 제공
하지만 한국에서는 지난해 디즈니가 관객점유율 23.7%로 1위를 기록했다(소니픽쳐스와의 공동 배급 포함). 워너브러더스는 17.5%로 2위. 최고 히트작을 봐도 워너브러더스는 ‘그래비티’가 319만 명, ‘퍼시픽 림’이 253만 명을 모아 디즈니의 ‘아이언맨3’ ‘토르: 다크 월드’에 못 미쳤다.

이유는 뭘까. 우선 스릴러 등 독한 콘텐츠가 주류를 이루는 한국 영화가 놓치는 시장을 디즈니의 순한 콘텐츠가 점령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디즈니 영화는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지향한다. 디즈니 영화에는 ‘19금’ 콘텐츠가 없다. 권선징악으로 끝나는 영화가 많아 교육용으로도 적당하다. 월트디즈니코리아 마케팅 담당자는 “마블 픽사 루커스필름 등 디즈니 계열사의 모든 영화에는 흡연, 약물 복용, 음주 장면이 들어가면 안 된다는 암묵적인 가이드라인이 있다”고 전했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한국 영화도 잔혹 스릴러에만 집중하지 말고 점점 커지는 가족 시장을 겨냥한 콘텐츠를 생산해야 한다”고 했다.

최근 디즈니의 공격적인 경영도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디즈니는 ‘인어공주’ ‘미녀와 야수’ ‘라이온 킹’ 등을 성공시키며 1980, 90년대까지 애니메이션의 강자였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토이 스토리’ ‘몬스터 주식회사’ 등을 만든 신흥 강자 픽사에 밀려 고전했다. 디즈니는 2006년 픽사, 2009년 조지 루커스 감독의 제작사 루커스필름을 인수하며 덩치를 키웠다.

2009년 만화와 영화 제작사 마블 엔터테인먼트의 인수로 디즈니는 날개를 달았다. 마블은 스파이더맨, 아이언맨, 헐크, 캡틴 아메리카, 고스트 라이더 등 슈퍼히어로 캐릭터 1000여 개를 보유한 회사. 디즈니가 마르지 않는 콘텐츠의 샘을 확보한 셈이다. ‘어벤져스’ ‘토르’ ‘아이언맨’이 모두 마블에서 제작한 영화다.

“현대 문화산업은 누가 스토리의 원천을 많이 확보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릴 것이다. 미국도 스토리의 한계에 직면해 ‘쿵푸 팬더’처럼 새로운 이야기를 끊임없이 찾고 있다. 한국도 외국과 연계해 스토리를 개발하고 스토리텔러를 적극 양성해야 한다.” 고정민 홍익대 경영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의 조언이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월트디즈니#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어벤져스#애니메이션#마블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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