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못했기에 로맨틱 판타지 술술”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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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주군의 태양’ 작가 홍자매

4녀 1남 중 홍정은 작가(오른쪽)가 첫째, 홍미란 작가가 셋째다. 둘 다 예능 프로그램 구성작가 출신. “다른 사람이라면 구구절절 설명할 이야기도 한두 마디로 통하는 사이”란다. 이들과 만난 곳은 서울 마포구 서교동 북카페 ‘작업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4녀 1남 중 홍정은 작가(오른쪽)가 첫째, 홍미란 작가가 셋째다. 둘 다 예능 프로그램 구성작가 출신. “다른 사람이라면 구구절절 설명할 이야기도 한두 마디로 통하는 사이”란다. 이들과 만난 곳은 서울 마포구 서교동 북카페 ‘작업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홍자매표 드라마는 이번에도 통했다. SBS 수목드라마 ‘주군의 태양’이 약 20%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3일 종영했다.

로맨틱 코미디(로코) 장르에 귀신 이야기라는 호러(공포) 형식을 더해 ‘로코믹 호러’를 표방한 이 드라마는 8월 초 첫 방송부터 종영까지 동시간대 1위를 유지했다.

이 드라마를 쓴 홍정은(39) 홍미란(36) 자매 작가를 종영을 하루 앞둔 2일 서울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2005년 ‘쾌걸춘향’부터 매년 한 작품씩 모두 9편의 드라마를 함께한 이들은 대본 작업을 한 지난 6개월 동안 경기 고양시 일산의 집에 틀어박혀 있었던 탓에 이번 인터뷰가 오랜만의 바깥나들이라고 했다.

―로코믹 호러라는 분야를 개척했다. 원래 귀신 이야기에 관심이 많았나.

▽정은=예능작가 시절 MBC ‘서프라이즈’를 맡았다. 사람들은 귀신 이야기를 좋아하고, 그만의 감동이 있다. 다만 공포의 수위를 어느 정도로 할지 고민이 많았다. 호러가 너무 강하면 로코를 죽일 수 있기 때문이다. 6, 7회 정도 되니까 감이 생기더라.

▽미란=두 장르를 섞다 보니 캐릭터와 이야기가 약하다는 지적도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우리가 ‘대장금’ 쓰는 건 아니니까. 새로운 형식의 드라마를 내는 것에 의미를 부여했다.

―공효진과는 MBC ‘최고의 사랑’에 이어 두 번째다.

▽미란=처음부터 생각했던 배우였다. 음침하면서도 사랑스러워야 하는데 공효진이기에 가능했다. 여배우가 다크 서클 그리고 나오기 쉽지 않다. 남자 주인공은 신선한 인물이 필요해서 로코를 한 번도 안 한 소지섭에게 제안했다. 다행히 캐스팅이 순조롭게 됐다.

―소지섭이 맡은 캐릭터는 ‘최고의 사랑’의 차승원과 닮았다. ‘홍자매 드라마 공식’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여러 작품이 비슷하다.

▽정은=홍자매 공식이라기보단 로코 공식 아닐까. 로코에서 까칠하고 돈 많은 남자 주인공은 백만 명은 될 거다. 제인 오스틴 때부터 있던 거다.

▽미란=같은 로코라도 여자 주인공이 왜 사랑을 받아야 하는지에 대해 변주를 한다. 가난하고 착한 것은 이유가 아니다. 캔디도 알고 보면 열심히 살았던 애다. 그중 가장 돈 많은 남자를 선택하긴 했지만.

―로코를 고집하는 이유는….

▽미란=캐릭터가 강한 드라마를 좋아하는데 로코는 캐릭터 플레이를 하기 좋다. 연애 이야기를 넘어서는 새로운 형식에 대해 고민한다. 로코믹 호러도 이런 고민에서 나왔다. ‘주군의 태양’ 이후 매년 여름 후속 시리즈물을 내보낼 계획이다. 학원물인 ‘장군의 태양’과 사극 버전의 ‘신군의 태양’을 생각해 놨다.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나.

▽정은=둘이 끊임없이 얘길 나눈다. 예전에는 같은 아파트에 살면서 작업을 할 때마다 혼자 사는 동생네 집으로 갔는데, 2년 전부터는 아예 같이 산다. 하루 종일 나눈 이야기를 아이디어로 정리하고 추려낸다.

―홍자매 작품은 특히 젊은층이 좋아한다. 트렌디한 감각을 유지하는 비결이 있다면….

▽정은=홍자매 하면 뭔가 세련될 거라고 기대하던데 우린 그냥 평범한 아줌마다. 다만 텔레비전은 열심히 본다. 책, 영화도 좋아한다. 우리가 좋아하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 그러기 위해 열심히 보면서 따라간다. 흐름을 놓지 않는 게 중요하다.

―사랑 이야기를 계속하는 것도 쉽지 않을 거 같다. 연애는 많이 했나.

▽정은=안 했기 때문에 판타지를 쓸 수 있는 거다. 내가 남편 만난 얘기가 판타지가 되겠나.

▽미란=대본을 쓰면서 우리끼리 끊임없이 질문을 한다. ‘왜 저런 애를 좋아하지?’ ‘얘네 좀 이상하지 않아?’ 쉽게 납득이 안 가니까 납득이 갈 만한 이유를 더 많이 찾고, 감정의 흐름에 신경 쓴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주군의 태양#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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