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일 “3D고릴라와 연기…위치 계산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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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7월 15일 07시 00분


양복이 딱 두 벌 있다는 성동일은 영화 개봉을 앞두고 진행한 인터뷰에 편안한 차림으로 나타났다. 한껏 치장하지 않아도 내면의 멋은 “즐기면서 일을 해온” 내공에 더욱 빛났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bluemarine007
양복이 딱 두 벌 있다는 성동일은 영화 개봉을 앞두고 진행한 인터뷰에 편안한 차림으로 나타났다. 한껏 치장하지 않아도 내면의 멋은 “즐기면서 일을 해온” 내공에 더욱 빛났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bluemarine007
■ 영화 ‘미스터 고’ 베테랑 에이전트 변신, 성동일

호리하고 세련된 MLB 에이전트 외모
극중 성충수 역 위해 몸무게 16kg 감량
주윤발 유덕화 몸매 보고 반성 일화도

“예능서 뜬 이유는 일 즐기는 습관 덕”


“난 비주얼 배우가 아니라 비주류 배우인데.”

“주윤발, 유덕화의 레드카펫을 지켜보며 내 배를 봤다. 난 참 게으른 놈이구나.”

“연기 잘 하는 배우? 그럼 출연료를 많이 주든지!”

“1년 중 술 먹는 날보다 먹지 않는 날을 세는 게 더 빠를 걸? 하하!”

배우 성동일(46)은 강약을 조절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거침없이 꺼냈다. 기사엔 쓸 수 없는 구수한 비속어를 섞기도 했다. 검게 그을린 얼굴로 나타난 그는 “메이크업을 하지 않아 이 모양”이라며 몇 번씩 “죄송하다”고 멋쩍어했다. 평소 자신이 즐겨 입는 청바지에 점퍼 차림으로 나타난 그는 “스타일리스트가 없고 선크림 같은 건 아예 바르지 않는다”고도 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비주얼 배우가 아니잖아!”

TV나 스크린에서도 다르지 않다. 멋 내지 않아 대중에게 친숙한 배우다.

“원래 양복이 딱 두 벌 있다. 행사용 양복, 상갓집용 양복.(웃음) 나이값을 해야 한다는데, 그건 꼭 외모로 표현되는 건 아니라고 본다. 자유롭게 입는 편이다.”

이랬던 성동일이 17일 개봉하는 3D영화 ‘미스터 고’에서는 고급스러운 슈트에 값비싼 시계로 한껏 치장했다. 야구계를 쥐락펴락 하는 에이전트 성충수를 연기한 덕분이다. 몸무게도 16kg을 뺐다.

“메이저리그의 한국인 스카우트를 만났는데 호리호리한 몸매에 세련된 모습이었다. 비슷한 때에 중국에서 저우룬파(주윤발)와 류더화(유덕화)의 레드카펫을 봤다. 그들의 몸매를 보고 깜짝 놀랐다. 내 배에 눈길이 갔다. 얼마나 게으르게 연기했는지 확! 반성이 됐다.”

그래서 “술은 먹되 운동으로 살을 빼자”면서 매일 한 시간씩 땀복을 입고 뛰었다. 축구장 30바퀴씩 뛴 적도 많다. 끝이 아니었다. 3D캐릭터인 고릴라를 상대하는 연기는 고난의 연속이었다.

“난 머리가 좋은 배우가 아닌데. 카메라와 내 위치를 계산하고 성충수 성격대로 대사를 마치 독사처럼 쏟아낼 땐 진이 빠졌다.”

감정이 오르기도 할라치면, 연출자인 김용화 감독은 “형! 왜 ‘국가대표’ 아류처럼 연기하느냐”고 다그쳤다. 성동일과 김 감독은 ‘미녀는 괴로워’와 ‘국가대표’로 흥행을 이뤘던 사이다. ‘미스터 고’는 이들이 3D 입체 캐릭터에 처음 도전한 작품. 영화는 18일 중국 5000여개 스크린에서 개봉한다. 김 감독은 성동일에게 ‘오직 연기로써 진정한 한류스타가 뭔지 보여주겠다’고 약속했다. 성동일은 “감독이 배우를 아주 잘 알아봤다”고 답했다.

영화 ‘미스터 고’ 성동일과 고릴라 ‘링링’. 사진제공|덱스터스튜디오
영화 ‘미스터 고’ 성동일과 고릴라 ‘링링’. 사진제공|덱스터스튜디오

● “일로 예술하지 않겠다 선언”

성동일은 최근 뜨거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오랫동안 쌓아온 대중의 신뢰가 MBC 예능프로그램 ‘아빠! 어디가?’를 만나 폭발한 결과다. 성동일은 “일을 솔직하게 즐기며 해온 덕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롤 모델로 이순재, 신구, 박근형을 꼽았다.

“선생님들을 뵐 때면 건강하셔야 한다고 말씀드린다. 나도 오래 연기하고 싶으니까. ‘미스터 고’ 시사회 뒤에 한 제작자가 ‘(비중이 높아져)이젠 함께 영화하기 어렵겠다’고 하더라. 무슨 소리냐 했다. 난 돈을 받고 연기하는 배우인데.”

다음 영화는 휴먼코미디 ‘수상한 그녀’다. 조연이다. 이 영화 제작진 역시 ‘역할이 적은데 괜찮겠느냐’고 물어왔다. 답변은 간단했다.

“연기해서 즐거우면 그게 주연 아니겠나.”

성동일은 “일은 즐기고 싶다”는 말을 몇 번이나 했다. 자신은 “연기로 예술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사람”이라며 “그래야 마누라가 검은 비닐봉지가 아닌 명품백 들고 다닐 수 있잖아. 명품이 많냐고? 아니, 하나도 없지! 아이 셋을 낳아도 백 하나 안 사줬으니까”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가족 이야기가 나오자 첫째 아들과 출연 중인 ‘아빠! 어디가?’에 대해서도 꺼냈다. “적절한 때가 오면 아이는 다시 초등학교 1학년생으로, 나는 연기자로 돌아갈 것”이라며 “하지만 그 고마움은 절대 잊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연기를 즐기며 “둥근 원처럼 살고 싶다”고 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트위터@madein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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