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의 싸자도 모르던 세계인들 ‘내가 강남스타일 팬이 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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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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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알아? 영국 고전 희극이랑 비슷한 거 이슬람 어르신들 정서도 거스르지 않았지”


싸이의 ‘싸’자도 모르던 세계인들은 어떻게 한 달 만에 ‘강남스타일’ 팬이 됐을까. 그들과 직접 접촉했다. 말레이시아 여고생, 미국과 영국의 대학생과 교수는 잭 블랙부터 몬티 파이튼, 이슬람 정서까지 언급하며 ‘강남스타일’이 그 나라에서 인기인 이유를 각자의 관점에서 분석했다.

○ 미국 필라델피아=윌 밸런틴 수아레즈(28·템플대 학생) 주변에 ‘동방신기’ ‘소녀시대’를 좋아하는 친구들이 있긴 하다. 난 케이팝(K-pop·한국대중가요)에 전혀 관심 없었다. 어느 날 친구 그레이스가 노트북으로 ‘강남스타일’을 보여줬다. 바로 중독됐다. 정장 의상은 수프림스나 템테이션스 같은 옛날 미국 가수를 연상시켰다. 거기에 요즘 미국 애들이 좋아하는 클럽 스타일의 음악과 춤이 결합돼 있었다. 너무 신선했다. 싸이는 잭 블랙(통통한 풍채의 미국 코미디 배우 겸 가수)과 비슷하다. 그런데 잭이 단순히 바보 콘셉트로 웃기는 반면 싸이는 자기 표현법을 확실히 알고 있다. 똑똑한 것 같다. 싸이는 반짝 가수로 끝나기엔 아까운 끼를 가졌다. 여동생, 조카와 함께 말춤을 연마하고 있다. 미국에 오면 꼭 우리집에서 자라, 싸이!

○ 영국 맨체스터=이현국 교수(35·영국 허더즈필드대 음악기술학과)와 학생들 이 교수=가을학기 전공수업 첫 시간을 ‘강남스타일’ 이야기로 시작했다. 싸이 얘기가 나오자마자 강의실에 앉아있던 학생들이 말춤을 추고 ‘강남스타일’을 불렀다. 영국인은 자국 음악에 대한 자존심이 아주 세다. 그래서 더 놀라운 일이다. 영국 미디어에서 한국이 이만큼 언급된 것도 2002 월드컵 이후 처음이다.

필 히긴스(21)=욕실 거울을 보며 말춤 연습까지 해봤다. 클럽에서 분위기 띄우고 싶을 때 ‘강남스타일’을 트는 것보다 좋은 선택이 없다. 음악적으로 보면 다른 서구 팝과 전혀 차별화되지 않는다는 게 오히려 이 곡의 장점이다. 무명가수가 단 몇 주 만에 세계를 제패한 전례가 또 있었나? 팝 역사에 길이 남을 거다.

칼럼 코넬(21)=페이스북에서 보고 빠져들었다. 지난해 인기를 끈 미국 코믹 팝 듀오 엘엠에프에이오의 공백을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 싸이가 미국 TV에서 출연자들에게 말춤을 가르친 순간, 케이팝은 향후 몇 년간 세계 대중문화에 입지를 굳혔다.

대니 우드(22)=영국 대중이 식상해하던 팝 문화에 유쾌한 반전을 준 것이다.

○ 말레이시아 샤 알람=후디 사롬(17·여·샤 알람 고교) 웃기되 지나치게 불건전하지 않다. 보수적인 이슬람 국가인 여기에서도 용납되고 인기를 누릴 수 있는 이유다. 같은 기획사(YG)의 ‘빅뱅’ ‘2NE1’ 팬이 많아 더 입소문이 났다. 이곳 인기 방송국 히츠 에프엠이 말레이시아의 음식과 명소를 소개하는 내용을 담은 패러디 영상 ‘오파 케이엘 스타일’을 만들었다. 요즘 엄청난 인기다.

○ 한국 서울=이코노미스트 한국 특파원 대니얼 튜더 싸이의 뻔뻔함과 우스꽝스러움은 ‘몬티 파이튼의 비행 서커스’ ‘미스터 빈’ ‘베니 힐’ 등 영국을 뒤집어놨던 코미디들과 맞닿아 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영국의 고전 희극들과도 비슷한 점이 많다. 케이팝 아이돌의 매력은 미국 팝스타들로 대체 가능하다. 영국인은 싸이처럼 별스러운 걸 기다려 왔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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