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 미국팬들, 새벽 3시부터 줄서 “옵~오 오빠” 연호

美NBC투데이쇼 맨해튼 야외공연 가보니

▲동영상=싸이 미국팬들, 새벽 3시부터 줄서 “옵~오 오빠” 연호

14일(현지 시간) 오전 6시 반 뉴욕 맨해튼 중심부의 대표적인 명소인 록펠러센터와 미 3대 공중파 방송 중 하나인 NBC본사 사이에 위치한 록펠러플라자. 10년째 미국 아침 방송 1위를 고수하고 있는 NBC 투데이쇼가 매주 금요일 아침에 유명 가수를 초대해 콘서트를 여는 현장. 아무리 뉴욕이라지만 '이른 아침에 누가 콘서트장을 찾을까'하는 의구심은 행사장에 도착하는 순간 사라져버렸다.

콘서트는 오전 8시 반에 시작되지만 오전 6시도 되기 전에 1500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 야외 콘서트장은 이미 발 디딜 틈도 없이 가득 찼다. 입장하지 못한 관객들은 앞의 거리를 메워버렸다. 뉴욕 하이드파크칼리지 4학년 베씨(23)는 "인터넷에서 공연 소식을 보고 오전 5시에 도착했다"고 기자에게 말했다. 그 옆에 있던 한 젊은 미국 남성은 "난 친구들과 오전 3시에 왔다"며 '강남스타일'을 외쳤다. 공연 몇 시간 전부터 청중들은 '강남스타일'과 '옵 오 오빠'를 연호하며 말춤을 추면서 싸이의 등장을 기다렸다. 관객의 70%가량은 한인을 포함한 아시아인이고 나머지가 현지 미국인들이었다.

오전 7시 반경 리허설을 위해 무대에 등장한 싸이는 외국이지만 주눅 들지 않고 청중을 압도했다. 한국 가수로는 처음으로 뉴욕 야외공연을 하는 가수라고는 믿기지 않았다. 싸이는 리허설에서 "미국 팬들이 이렇게 새벽부터 와줘서 감사하다"며 "노래 가사 중에 '싸나이(사나이를 노래에서 이렇게 표현)'가 무슨 뜻인지 아느냐"고 물었다. "싸나이는 '맨 오브 맨(Man of Man)'"이라며 한국어로 따라 부를 것을 요청하자 청중은 일제히 이를 연호했다.

생방송이 시작되고 NBC투데이쇼 진행자가 '미국에서 부는 열풍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싸이는 "이렇게 얘기해도 되겠냐"며 양해를 구한 뒤 한국말로 "대한민국 만세!"라고 말했다. 어리둥절한 진행자가 '무슨 뜻이냐'고 묻자 싸이는 '한국이 최고(Korea Rules)'라고 답했다. 이어진 콘서트는 열광의 도가니였다. 그는 확실히 '머리를 풀어야 할 때 머리를 풀 줄 아는 남자'였다.

베씨에게 싸이의 미국 성공 가능성을 물었다. 그는 "NBC 투데이쇼는 유명 가수만이 초대받는 무대다. 그가 여기에 올랐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 그리고 이 공연은 미국 전역으로 방송된다. 내일부터 또 다시 달라질 것이다"고 말했다.

기자는 이날 자동차를 3시간가량 운전하면서 미국 라디오 방송에서 나오는 '강남스타일'을 두 번이나 들었다. 뉴욕 뉴저지 일대의 중고등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쉬는 시간에 싸이의 말춤을 추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지난해 뉴욕 매디슨스퀘어가든에서 소녀시대 등이 공연을 벌이자 케이팝(K-pop·한국대중가요) 열풍이 한국 언론을 도배했다. 하지만 당시 일부 케이팝 마니아층을 제외하고는 소녀시대를 아는 미국 학생들은 많지 않았다. 한 평론가의 지적처럼 "싸이의 음악은 케이팝을 넘어 미국 음악으로 인식되어 버렸다"는 평가가 미 현지에서는 거부감 없이 들린다. 실제 '강남스타일'은 음악 유료수입의 80%를 차지하는 아이튠스 미국 1위는 물론 월드 차트 1위에까지 올랐다. 한국 가수가 한번도 걸어보지 못한 길이다. 공연장에서 만난 미국의 한 기자는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1996년에) 미국을 열풍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마카레나의 재판이 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기자는 공연 전후 두 차례 싸이 인터뷰를 시도했다. 경호원과 매니저는 이를 가로막았지만 싸이는 "좀 더 기다려 달라"고 나지막히 얘기했다.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인지조차 불분명하지만 '앞으로 가야할 길이 더 많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싸이는 이어 예정에도 없던 NBC의 대표적인 심야 간판프로그램인 '토요일밤의 생방송(Saturday Night Live·SNL)에 15일 출연했다. 출연을 끝내고 싸이는 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방금 SNL 마쳤습니다. 정말 벅차네요 비현실적인 매일…ㅋㅋ'라는 글을 남겼다. 비현실이 계속 이어져 한국 가수의 미국 점령기를 쓸 '현실'을 기대해 본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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