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 ‘미운오리새끼’ 김준구 “곽경택 감독님, 그렇게 유명할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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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7일 1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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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운오리새끼’에서 낙만 역으로 신인연기자로 발돋움한 배우 김준구. 국경원 동아닷컴 기자 onecut@donga.com
영화 ‘미운오리새끼’에서 낙만 역으로 신인연기자로 발돋움한 배우 김준구. 국경원 동아닷컴 기자 onecut@donga.com
“으하하하하핫”

쩌렁쩌렁한 목소리에 지나가는 사람들이 힐끔힐끔 인터뷰실을 쳐다본다.

그럴 때마다 그도 민망한지 “아이고~목소리가 너무 컸나 보네”라며 자제하지만 금세 우렁찬 목소리는 다시 나왔다. 큰 눈망울, 시원한 인상, 너털웃음까지 도대체 이 사람에게서 ‘신인배우’의 모습을 찾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 바로 배우 김준구(27)이다.

영화 ‘미운오리새끼’에서 주인공 낙만 역을 맡은 김준구를 만났다. 김준구는 배우로서 인터뷰를 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 그런지 신기해하고 설레어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멈출 수 없는 장난기로 농담을 툭툭 던졌다.

“개구쟁이 남동생 같다”고 하자 “아닙니다. 이래봬도 꽤 진지한 남자입니다”며 갑자기 진지한 표정으로 바꾸더니 금방 “푸핫~!”하며 재미있게 인터뷰에 임했다.

<이하 일문일답>

김준구는 SBS '기적의 오디션'에서 곽경택 감독의 멘티로 있었다. 프로그램에서 미션 수행 성공을 해 얻은 영화 주인공이라는 기적같은 기회가 정말 그에게 찾아온 것이다.

- 첫 영화에서 주인공이다. 기분이 어떤가?

"발탁됐다는 거 자체가 좋다. '내가 주연을 해도 되나?'라는 생각을 했다. 내가 극을 이끌고 나갈 능력이 있을지 잘 몰랐고, 시기상조일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왜냐하면 이젠 열심히만 하면 되는 게 아니라 결과를 봐야하는 곳이니까. '역할을 포기할까'도 생각했지만 그건 곽경택 감독님을 배신하는 것 같았다. 그냥 감독님만 믿고 따라가기로 했다."

- SBS '기적의 오디션'과 영화 촬영장의 차이점이 느껴지던가.

"차이점은 분명히 있다. 떨리는 건 오디션 현장이었다. 그건 내가 선보인 무대를 평가받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영화를 찍을 땐 떨리지 않았다. 하지만 부담감은 영화가 훨씬 컸다. 오디션은 내가 못하면 내가 떨어지는 거지만, 촬영 현장에서는 내가 못하면 여러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니까. 촬영장에서는 떨리지는 않았지만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눈 앞에 아무것도 안 보이더라."

- 첫 작품이라, 영화 찍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을 것 같다.

"처음이라 모든 게 고민이었다. 카메라 앞에 서는 것 부터 연기하는 것 까지. 그래서 부담감을 이기는 고민을 많이 했다. 카메라 앞에선 주눅이 들면 안되니까. 대본을 보고 촬영을 하며 '낙만이면 어떻게 할까?'고민도 많이 하고 잘 안 풀릴때는 감독님의 행동을 유심히 봤다. 영화가 감독님의 군생활을 그린거고 '낙만'이가 감독님이니까 감독님처럼 행동을 하면 OK사인이 좀 더 빨리 떨어졌다."

- 곽경택 감독님은 촬영 현장에선 어떤 분이신가?

"확실히 현장에서는 감독님의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약 100명이 되는 스태프들을 이끄셔야 하니까. 가끔 윽박지르시기도 하는데 그런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리고 이번 영화에는 주인공 등 신인배우들이 많아서 격려를 많이 해주셨다. 내가 '으~망했어!'라고 자괴감에 빠져있을 땐, '괜찮아, 너가 될 때까지 찍을 수 있으니까 너가 감정이 나올 때까지 해'라고 해주셨다."

- 사석에선 왠지 '아버지' 같은 기분이 들 것 같다.

"푸핫. 그런 소리하면 큰일난다. 물론 나의 '제2의 아버지', '은인'이시다. 저번 어버이날에 갑자기 감독님이 생각나서 전화를 해 '어버이날이라 전화드렸다'고 하니 '야, 임마. 나 그렇게 나이 안 먹었거든? 스승의 날 전화해!'라고 하셨다. 사석에선 그냥 이웃집 아저씨 같으시다. 굉장히 자상하시고 푸근하시다."

-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곽경택 감독을 처음 만난 기분은 어떘나.

"곽경택 감독님이 유명한 감독님인 건 알고 있었지만 '기적의 오디션'에 참가하기 전엔 그냥 미술을 하던 학생이었다. 그래서 감독님을 만나도 큰 실감은 나지 않았다. 그런데 주위 친구들은 '내가 곽경택 감독님을 만나다니!'라는 표정을 짓더라. 그래서 남들보다 감독님을 편하게 대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아마 감독님은 그 때 나를 '이 녀석 뭘까'라는 생각을 하시지 않았을까.(웃음)"

- 미술을 공부했는데, 연기를 선택한 이유는 뭔가.

"미술을 좋아했는데, 몸을 움직이는 걸 워낙 좋아했다. 그런데 군 전역을 하고 어떤 형이 액션 연기를 하는 대회를 나가자고 하더라. 거기서 잘하면 상금으로 50만원을 준다고 해서 한다고 했다. 거기서 잘하면 한국대표로 일본에서 주최하는 대회를 나갈 수 있었다. 그런데 액션 연기를 준비하며 무지하게 재밌더라. 결국 우리는 1등을 했다. 원래 우리는 2등을 해서 50만원을 받는 거였는데(웃음). 그래서 일본을 가게 됐고 거기서 만난 취재하시는 분들이 '연기 한번 해봐라'고 하셨다. 그래서 어머니의 허락을 받아 연기 아카데미를 들어갔고 이곳 저곳에서 조연과 프로그램 도우미로 나갔다. 그러다 '기적의 오디션' 광고를 보고 참가하게 됐다."
배우 김준구. 국경원 동아닷컴 기자 onecut@donga.com
배우 김준구. 국경원 동아닷컴 기자 onecut@donga.com


- 오디션에 나가기 전, 재밌었던 연기 경험이 있었나?

"엑스트라도 재밌었고, 퀴즈쇼에 나가서 상품으로 쌀을 받아오기도 했다. 그리고 KBS 2TV '스펀지'에서 실험하는 사람으로 나가기도 했고, SBS '진실게임'과 비슷한 프로그램에서 예전 아이돌 이글파이브의 멤버인 척 한 적도 있다. 처음엔 모두 믿어줬는데 내 춤 실력때문에 다 들통이 났다."

- '기적의 오디션' 할 때는 어땠나.

"좋았다. 연기도 배우고 숙제하고 대본 외우고… 근데 두 달정도 합숙소에서 지냈다. 외부와 연락도 못하니까 좀 답답했다. 나는 다른 멘티님들과도 만나는 줄 알았는데 한 분도 못 뵀다. 그 분들도 연예인이니까 만나고 싶었는데… (웃음). 다른 참가자들이 뭘 하는지도 모른다. 서로 뭘 배우는 지 궁금해했다."

- 이번 영화에서 방위를 연기했는데, 실제로는 헌병대 출신이라고?

"맞다. 낙만이는 어리버리한 방위이다. 어리버리한 척 하느라 무척 힘들었다.(웃음) 헌병대 있을 때 힘들긴 한데 상대적인 것 같다. '힘들다'고 일부러 말하지 않았다. 내 인생의 힘든 때가 진짜로 올 텐데 지금 '힘들다'고 말하면 안될 것 같다. 군 생활하면서 살도 많이 빼고 여러 사람도 만나고 좋은 경험을 한 것 같다. 그리고 낙만이도 헌병대에서 일하는 방위여서 현병대서의 생활이 많은 도움이 됐다."

- 앞으로 하고 싶은 연기가 있는지?

"액션을 하고 싶다. 맨 몸으로 하는 액션. 선천적으로 안 다치는 체질이다.(웃음) 부모님 두 분 모두 운동을 잘 하시고 예술적인 감각도 있으시다. 그런 건 부모님의 감각을 물려받은 것 같다. 액션도 잘하고, 미술도 잘하고, 예능도 잘 할 자신이 있는데… 아 나는 '키'를 안 주셨다.(웃음)"

-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가?

"따뜻하고 친근한 배우가 되고 싶다. 아무래도 친근한 사람이 감정을 전달하면 사람들이 더 잘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사람들의 딱딱한 마음을 말랑말랑하게 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아~나중에 목에 깁스한 것처럼 그런 사람 되면 안되는데… 하하하"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사진ㅣ국경원 동아닷컴 기자 onec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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