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떼주연’ 열풍…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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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16일 07시 00분


김윤석 김혜수 전지현 이정재 김수현이 출연하는 ‘도둑들’은 ‘떼 주연’ 영화의 대표작이다. 사진제공|쇼박스
김윤석 김혜수 전지현 이정재 김수현이 출연하는 ‘도둑들’은 ‘떼 주연’ 영화의 대표작이다. 사진제공|쇼박스
‘도둑들’·‘전설의 주먹’·‘12월31일’ 등
뭉치기 어려운 ★들 공동주연 우르르
“흥행률 높여 높은 제작비 회수 의도”


“충무로에 이런 때는 거의 없었어요. 도움이 되는 것인지 아닌지는 개봉 이후를 지켜봐야 하지만요.”

최근 만난 한 영화 제작자의 말이다. 여러 명의 스크린 톱스타가 공동 주연을 맡은 영화들이 잇따라 개봉을 앞둔 상황을 두고 꺼낸 이야기다.

한국영화가 ‘떼 주연’ 시대를 맞았다. 좀처럼 한 편의 영화에 모이기 어려운 스타 배우들이 ‘떼’로 뭉친 작품이 잇따라 관객을 찾는다.

김윤석·김혜수·전지현·이정재·김수현의 ‘도둑들’을 필두로, 주지훈·백윤식·김수로·임원희가 모인 ‘나는 왕이로소이다’, 황정민·유준상·유해진·윤제문·이요원이 합류한 ‘전설의 주먹’, 류승룡·정진영·오달수·박신혜의 ‘12월23일’까지 대여섯 작품이 넘는다. 이례적인 현상이다.

7월25일 개봉하는 ‘도둑들’(감독 최동훈)은 ‘떼 주연’ 시작을 알리는 영화. ‘이보다 화려한 캐스팅은 없었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톱스타들을 영화 한 편에 불러 모았다.

연출자 입장에서도 ‘도둑들’의 화려한 캐스팅은 “무서운 일”. 최동훈 감독은 최근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주인공들을 확정하고 배우들을 처음 만난 자리에서 두려움이 엄습했다”며 “배우들의 면면을 보면서 ‘나만 잘하면 되겠나’ 싶었다”고 부담을 드러냈다.

강우석 감독이 연출하는 ‘전설의 주먹’은 ‘대세’들의 합류로도 눈길을 끈다. ‘댄싱퀸’으로 흥행을 이룬 황정민과 드라마로 주가를 높인 유준상, 윤제문에 유해진까지 모였다. 이들 네 명 가운데 한 두 명만으로도 충분히 한 편의 영화를 만들 수 있을 정도로 티켓 파워를 자랑하는 스타들이다.

코미디 사극 ‘나는 왕이로소이다’(감독 장규성)는 물론, 차태현·오지호·성동일·고창석·이채영 주연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감독 김주호) 역시 주인공만 5∼6명이다.

이처럼 ‘떼 주연’ 체제가 충무로를 장악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우선 특정 장르로 집중되는 시나리오, 규모가 커지는 제작비에 따라 흥행 배우 여러 명을 배치해 위험 부담을 줄이려는 것이다. 투자·배급사의 한 관계자는 “‘도둑들’이나 ‘나는 왕이로소이다’는 선·악 대결은 물론 개성 강한 인물을 곳곳에 배치해 탄탄한 중심을 만들어야 하는 장르의 영화”며 “주연 배우들의 수가 많은 만큼 관객들이 각자의 구미에 맞게 집중해 볼 수 있는 배우 후보 역시 많아 흥행 전망을 밝힌다”고 말했다.

7월 촬영을 시작하는 ‘12월23일’이 주연 배우를 여러 명 배치한 이유도 이야기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전략이다.

물론 높아진 제작비에 따른 현상이란 의견도 있다.

‘도둑들’의 경우 순제작비만 110억 원. 마케팅 비용 등을 포함하면 총 140억 원대에 이른다. 제작비를 회수하려면 적어도 450만 명을 동원해야 한다. 티켓 파워가 강한 배우 여러 명이 뭉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트위터@madei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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