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열여덟,열아홉’, 지금 아는 걸 그 때도 알았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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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21일 14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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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열여덟 열아홉’(감독 배광수)은 쌍둥이 남매 호야(유연석)과 서야(백진희)의 지독한 성장통을 그린 작품이다.

영화는 두 남매가 주민등록증을 발급 받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서야는 “우리 이제 성인이야”라며 결혼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호야는 그런 서야에게 “남자는 있고?”라며 시큰둥하게 반응한다. 호야를 바라보는 서야와 그런 서야를 모른척하는 호야. 두 남매의 관계다.

성인으로 향하는 문턱에서 서야는 호야에 대한 마음이 오빠에 대한 애정인지, 사랑인지 헷갈린다. 급기야 호야에게 적극적으로 마음을 표현하는 같은 반 도미(엄현경)가 나타나면서 서야는 심란하기만 하다.

서야는 권투부 선배 일강(정헌)의 마음을 받아들이지만, 호야에 대한 마음은 커져만 간다. 결국 임신 사실을 숨긴 채 일강과 헤어지고 낙태까지 감행한다. 이를 안 호야는 달라지기 위해 권투를 시작하고, 코치 기주(이영진)을 만난다.

호야를 뺀 인물들은 한결같이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다. 서야는 교무실에서 오빠인 호야를 “사랑하고 있다”고 말하고, 도미는 무심한 남자친구 호야에게 헌신적이다. 일강 역시 마찬가지다. 자신의 감정을 폭발시키는 데에 주저하지 않고, 표현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직 호야만이 주변 인물들에 끌려 다닌다. 호야는 여자친구가 준 파란색 목도리와 여동생이 준 빨간 모자가 참으로 어울리지 않지만, 두 사람 모두 실망시킬 수 없기에 ‘태극기’처럼 하고 다니는 인물이다.

그런 호야는 기주를 만나 조금씩 달라진다. ‘일강에 대한 복수’로 시작한 권투지만, 권투를 통해 호야는 혼란스러웠던 마음을 잠재운다.

결국 호야는 신인 챔피언 전을 통해 어렵게 일강을 링 위에서 만난다. 그러나 일강은 강력한 상대. 호야는 죽도록 맞기만 하지만, 단 한번도 보여주지 않았던 투지와 끈기를 보인다. 호야의 포기를 모르는 집념은 언제나 주변에 영향을 받기만 하던 그를 어른으로 바꿔 놓는다. 그래서일까. KO패를 당한 호야는 링 위에 누워 밝게 웃는다.

‘열여덟 열아홉’은 권투, 낙태, 자살, 폭력 등 10대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들에서 자주 보았던 요소들을 고루 포함하고 있다. 여기에 남매의 사랑이라는 금단의 이야기를 더 했지만, 영화는 자극적이진 않다. 친오빠를 사랑하는 서야의 감정도 공감을 얻기엔 다소 설명이 부족하다.

3월 1일 개봉.

동아닷컴 김윤지 기자 jayla3017@donga.com
사진제공=영화사도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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