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스케 존 박 ‘김동률표’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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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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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롭고 괴로운만큼 음악에 더 빠져요”

오디션 프로그램 출연 이후 긴 공백기를 보낸 존 박은 “잊히길 바랐어요. 새로운 인정을 받고 싶어서. 이번이 정말 진짜 시작이니까”라고 말했다. 뮤직팜 제공
오디션 프로그램 출연 이후 긴 공백기를 보낸 존 박은 “잊히길 바랐어요. 새로운 인정을 받고 싶어서. 이번이 정말 진짜 시작이니까”라고 말했다. 뮤직팜 제공
존 박(박성규·23)의 눈시울은 기자와 마주한 한 시간여 동안 다섯 번쯤 붉어졌다. ‘지난 1년’이라는 두 마디를 발음할 때마다 그랬다. 최근 서울 광화문 인근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2010년 10월 ‘슈퍼스타K 2’에서 그는 2위를 차지했다. 시청률 19.4%로 국민적 관심이 쏟아진 허각과의 최종 결선에서 졌지만 준수한 외모와 가창력으로 여성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연예기획사들의 영입 제의가 쏟아졌다. 연기자 겸 가수로 데뷔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오디션 동기인 허각과 장재인, 김지수가 잇따라 대중의 관심 속에 데뷔했다.

그러나 존 박의 소식은 잘 들리지 않았다. 지난해 4월 김동률과 이적이 소속된 가요제작사에 들어갔다. 침묵은 길어졌다.

“‘난 어디로 가는 걸까’ ‘이 모든 것의 의미는 뭘까’…. 주변에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어요. 몇 주 동안 집에 틀어박혀 말 한마디 하지 않고 지냈어요, 마비된 것처럼. 혼자라는 게 익숙해지고 그게 ‘제 평온’이 돼버렸어요. 참 이상하죠? 하고 싶은 걸 모두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는데….”

빨갛게 충혈된 눈으로 존 박은 자신의 휴대전화를 꺼냈고, 22일 발매하는 5곡 미니앨범 ‘노크’의 타이틀곡을 플레이시켰다. “정말 괴로웠지만 다행히 나쁜 생각까지는 하지 않았어요.”

‘까맣게 번지는 하늘 위에서/한없이 추락하는 날 보고만 있네요/이런 날 잡아주세요.’(폴링)

세련된 악곡과 도회적인 목소리에 묻혀 흘려보낼 뻔한 절박한 가사는 휴대전화가 아닌 존 박의 다문 입에서 흘러나오는 듯했다. 영국의 실력파 솔펑크 밴드 마마스건의 리더 앤디 플래츠에게서 받은 곡에 존 박이 가사를 붙였다. “폴링엔 사랑에 빠진다는 의미와 추락한다는 뜻을 동시에 담았어요. 혼자라는 괴로움을 통해 외려 음악에 깊이 빠져든다는 내용이죠.”

나머지 4곡 중 3곡은 김동률이 작사 작곡했다. 현악과 피아노가 줄기를 이룬 치밀하고 세련된 편곡이 ‘김동률표’다. 솔 창법을 기반으로 한 존 박의 보컬은 안경 벗은 김동률을 대하듯 밀도가 높다. 특히 블루스의 템포 위에 재즈적 화성을 입힌 ‘이게 아닌데’는 김동률의 ‘취중진담’을 떠오르게 한다.

“지난여름 김동률 선배와 작업을 시작하면서 괴로움과 혼란이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바뀌기 시작했어요.” 강남에 있는 오피스텔에서 혼자 살며 노래 연습과 함께 독서에 파묻혔다고 했다. “한국어 책 중 거의 가장 처음 읽은 게 ‘아프니까 청춘이다’였어요. 위로를 받았죠. 영어로 된 책만 보던 제가 한국어 책을 손에 들기 시작했어요. 시집도 읽었고, ‘386C’ 황중환 화백님의 만화들에서도 위안을 받았죠.”

존 박은 “여전히 많이 외롭고 괴롭지만 그만큼 음악에 더욱 빠져들고 있다”고 했다.

“오디션 프로를 끝내고는 ‘뭘 해야 사람들이 좋아할까’란 고민이 많았어요. 그건… 아니었죠. 제가 정말 하고 싶은 게 뭔지 많은 분들이 모르셨던 것 같아요, 제가 그랬던 것처럼. 저는 뮤지션이 되기로 했습니다. 지켜봐 주세요.”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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