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권, 코믹에서 광기로… 충무로의 ‘신스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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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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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이웨이’ 장동건-오다기리 조 무색하게 하는 특급조연 김인권
※ 신스틸러(Scenestealer) : 주연 못지않은 조연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배우 김인권(33·사진)을 우습게 봤었다. ‘해운대’(2009년)에서 쏟아지는 컨테이너에 곤욕을 치르는 동네 한량 오동춘. ‘방가? 방가!’(2010년)의 ‘부탄 이주노동자’ 방태식, ‘퀵’(2011년)의 폭주족 출신 코믹 경찰 김명식…. ‘맞고 넘어지고 무시당함’이 김인권 슬랩스틱 코미디의 원천이었다.

22일 개봉하는 강제규 감독의 300억 대작 영화 ‘마이웨이’에서 그가 김준식(장동건)의 동료 인력거꾼 이종대 역으로 등장해 “은수야, 난 네가 아시아에서 젤 이쁜 것 같애”라는 대사를 날릴 때까지만 해도 그는 다시 예전 식의 코미디를 풀어낼 것 같았다.

“여긴 경성도, 노몬한도 아냐! 위대한 소비에트 연방공화국이야! 내가 천황이고 대좌야!” 전쟁의 참화를 겪은 이종대는 소련군 포로수용소에서 광기 어린 ‘안똔’으로 180도 변화한다. 그의 입체적인 연기가 장동건, 오다기리 조, 판빙빙 등 한중일 스타의 존재감을 무색하게 한다는 평까지 나온다.

18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카페에서 만난 김인권은 “다른 영화의 두세 배의 시간을 들여 캐릭터를 분석하고 연구했다”고 했다. 그는 코믹한 이미지나 푸근한 외모와 달리 치밀한 캐릭터 분석을 바탕으로 연기하는, 충무로의 대표적인 ‘지성파 조연’으로 이름이 나 있다. “원래 동국대 연극영화과에서 연출을 전공하면서 감독의 길을 꿈꿨죠.” 우연한 기회에 1998년작 스릴러 영화 ‘송어’로 연기에 먼저 입문하게 된 그는 “처음엔 ‘영화배우는 진지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다”고 했다. ‘아나키스트’(2000년)의 무정부주의자, ‘플라스틱 트리’(2002년)의 성불구자, ‘말죽거리 잔혹사’(2004년)의 ‘찍새’, ‘숙명’(2008년)의 마약중독자가 그에게서 나왔다.

‘마이웨이’를 통해 그는 명암을 가로지르는 연기의 폭을 펼쳐 보였다. “벌목장에서 다쓰오(오다기리 조)의 오른팔을 죽여놓고 ‘사람 죽는 거 처음 봐, 새끼들아? 일해!’라고 일갈하죠. 제가 해놓고도 ‘와, 진짜 나쁜 놈이다’ 했어요. 전쟁이란 실제로 사람을 그리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는 ‘안똔’ 이종대 역의 강렬함을 배가하기 위해 직접 막가위를 들고 삐죽삐죽 머리를 잘랐다고 했다. ‘광기’와 ‘코믹’ 중 무엇이 더 재미날까. “광기는 연기를 끝내도 일상에 묻을 때가 있어요. 조심해야 하죠. 웃음이나 슬픔의 감정이 스크린을 뚫고 관객에게 전달될 때 가장 큰 카타르시스를 느껴요. 오래오래 기억되는 배우가 되는 게 꿈입니다. 안성기, 박중훈, 로버트 드니로, 알 파치노처럼.”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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