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보라 “어, 왕뚜껑 소녀?…맞아요, 나 왕뚜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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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2일 07시 00분


엉뚱한 매력으로 주목받아온 황보라. 드라마 ‘위험한 여자’와 ‘사랑비’에 동시 출연해 활발한 연기활동에 나선다. 국경원 기자|onecut@donga.com 트위터@k1isonecut
엉뚱한 매력으로 주목받아온 황보라. 드라마 ‘위험한 여자’와 ‘사랑비’에 동시 출연해 활발한 연기활동에 나선다. 국경원 기자|onecut@donga.com 트위터@k1isonecut
■ 아침극 ‘위험한 여자’ 악녀 황보라

“왕뚜껑 소녀 이미지? 세 단계 중 두 번째 단계예요.”

예상치 못했던 뜬금없는 대답. 역시 4차원이다. 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엉뚱함이다. 황보라(28)는 2003년 SBS 10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해 이듬해 한 라면 광고에 출연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녀의 이름 앞에는 늘 ‘왕뚜껑 소녀’란 그때 광고의 이미지가 따라다닌다.

어느새 연기 9년차, 10여편의 작품에서 여러 역할을 맡았는데도 한 편의 광고 출연으로 얻은 이미지는 좀처럼 지워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조급함이 없다. “배우는 세 가지 단계가 있다고 생각해요. 이름을 들어도 아무도 모르는 무명, 이름 앞에 OOO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단계, 그리고 수식어 없이 이름만으로 평가되는 스타. 저는 두 번째 단계인데 지금까지 그 이미지를 뛰어 넘을 만한 계기가 없었어요. 이번이 기회가 아닐까요?”

황보라는 MBC 아침드라마 ‘위험한 여자’에서 데뷔 이래 가장 악한 캐릭터에 도전 중이다. 그가 맡은 강소라는 어려서부터 가지고 싶은 것은 어떻게 해서든 빼앗아야 하는 성격이다. 아버지에 대한 원망을 이복자매인 고은미를 괴롭히는 것으로 복수하고 있다.

“인간에게는 어느 정도의 악함이 내재돼 있잖아요. 배우도 늘 다른 배우들과 경쟁해야 하고 초초함과 불안함 속에 지내야 하는데 제 안의 그런 감정들을 캐릭터에 녹이고 있어요.”

그 동안 엉뚱발랄한 이미지에 친숙해 악녀로의 변신이 본인에게도 처음에는 낯설었다.

“어떤 캐릭터든 내 안에서 출발하자는 주의예요. 딱 부러지는 악녀의 모습보다는 제 평소의 어눌한 모습을 더했죠. 주변에서도 오히려 덜 부담스럽고 자연스럽다고 평가해 주셔서 다행이에요.”

평소 한 작품에만 몰두하지만,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두 편에 동시 출연하고 있다. 황보라는 내년 상반기에 방송 예정인 KBS 2TV 드라마 ‘사랑비’(연출 윤석호)에서 귀여운 수다쟁이 캐릭터인 나인숙 역으로 캐스팅 돼 촬영 중이다. 서울과 대구를 오가는 촬영 스케줄에 지치고, 두 드라마에서 상반된 인물을 맡아 투정이 먼저 나올 법도 한데 황보라는 “지금이 기회인 것 같다”며 큰 눈을 반짝였다.

“지금 내 위치를 잘 알고 그 위치에 맞게 연기하는 것이 현명한 것 같아요. 인기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가 부러운 적도 많았죠. 그런데 현실은 녹록하지 않더라고요. 지금이 내게 주어진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요. 두 작품을 끝내면 ‘왕뚜껑 소녀’ 황보라는 어떻게 변해 있을까요?”

김민정 기자 ricky337@donga.com 트위터 @ricky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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