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보스를 지켜라’ 허당 재벌 3세 役 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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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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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때 관광지 대신 골목길 행인들 표정 보면서 캐릭터 구상”

SBS 드라마 ‘보스를 지켜라’에서 허당 재벌 3세 차지헌 역을 맡은 배우 지성. 전작들의 ‘진지남’에서 ‘찌질남’으로 연기 변신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SBS 드라마 ‘보스를 지켜라’에서 허당 재벌 3세 차지헌 역을 맡은 배우 지성. 전작들의 ‘진지남’에서 ‘찌질남’으로 연기 변신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배우 현빈이 ‘시크릿 가든’의 까칠한 재벌남 ‘김주원’으로 대박을 낸 이후 드라마에는 ‘까도남’과 ‘차도남’ 캐릭터가 넘쳐난다. 그중에서도 지성(본명 곽태근·34)이 SBS 수목극 ‘보스를 지켜라’에서 연기하는 재벌남 차지헌은 유난히 도드라진다.

‘보스…’는 공황장애를 앓는 재벌 3세 차지헌이 초짜 여비서 노은설(최강희)을 두고 사촌 차무원(김재중)과 경영권+애정 다툼을 벌이는 코믹 로맨스물이다. 차지헌은 “학벌 있고 돈 많은 거 빼면 다 달린다”고 자인하는 ‘허당’ 재벌 캐릭터. 아버지 ‘차 회장’(박영규)에게서 “호적에서 파버려”라는 폭언을 듣고 신발로 얻어맞으면서 사정없이 망가지는 차지헌 덕에 ‘보스…’는 방송 3회 만에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달리고 있다. 뽀글뽀글한 파마머리에 모자란 듯한 캐릭터가 귀엽다고 ‘귀요미’라는 애칭까지 얻었다.

12일 SBS 탄현제작센터 촬영장에서 만난 지성은 “기존 연기 색깔과 전혀 다르다는 점에서 차지헌 같은 캐릭터를 기다려 왔다”고 말했다. “새로운 역할에 도전할 때마다 두렵죠. 하지만 그만큼 연기 ‘스펙’을 넓힐 수 있으니까 ‘사서 고생’하는 편을 선택합니다.”

냉철한 외과의사(뉴하트·2007년)에서 거친 사생아(태양을 삼켜라·2009년), 고대의 영웅(김수로·2010년)을 거쳐 천재 검사(로열 패밀리·2011년)까지 지성은 작품마다 연기 변신의 폭이 유독 컸다. 그래서 틈만 나면 캐릭터 연구에 공을 들인다고 했다.

“로열 패밀리 끝나고 6월 초부터 2주간 매니저와 단둘이 파리와 피렌체, 로마에 다녀왔어요. 관광지 대신 주로 골목길을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다녔죠. 사람들의 움직임과 표정 속에서 나타나는 솔직하고 구체적인 감정에 제 감정을 이입해 봤어요. 간접 경험이 배우에게는 가장 큰 자산이기 때문이죠. 뉴하트의 이은성 역할을 준비할 때도 뉴욕 센트럴파크에 앉아 대본을 든 채 오가는 사람들을 보며 캐릭터를 구상했어요.”

‘보스…’의 대본을 받아들고는 농구를 소재로 한 일본 만화 ‘슬램덩크’를 보며 캐릭터 표현을 고민했다. 뽀글머리도 ‘슬램덩크’에 나오는 송태섭에게서 따왔다. “차지헌은 20대 후반이지만 정신연령은 공황장애를 갖게 된 13세로 설정했어요. 감정을 느끼는 대로 모두 드러내는 거죠.” 극중 결벽증이 있는 차지헌이 비서들에게 세균을 때려잡으라며 두 발을 모아 양 옆으로 펄쩍펄쩍 뛰는 장면은 대본에 없던 애드리브였다.

선배 연기자 박영규에게 배운 점도 많다고 했다. “박영규 선생님이 코미디는 웃기려 하지 않고 울리려는 마음으로 연기하는 것이라고 하셨어요. 차지헌의 황당한 성격도 아픈 내면이 왜곡되어 표현되는 것이죠. 코미디는 자칫하면 오버하거나 억지스러워 보이기 쉽잖아요.”

지성은 교육자 집안에서 컸다. 할아버지가 전남 여수 소재 사학재단의 이사장을 지냈고, 아버지는 수학 교사였다. 현직 가정 교사인 어머니는 주말이면 여동생과 살고 있는 지성의 서울 집에 와서 반찬을 챙긴다고 했다. 중학교 때 전교 석차가 12등이었고, 최대 시속 130km를 던지는 투구 실력으로 야구 선수로 스카우트 제의도 받았지만 그는 더스틴 호프먼의 영화 ‘레인맨’을 보고 아버지 몰래 연극영화과에 진학했다.

“얼굴이 밋밋하기 때문에 연기로 (부족한 외모를) 채우기 위해 늘 노력했어요. 해외에 진출하고 싶어 영어도 공부하지만 시대에 획을 긋자는 식의 거창한 꿈은 없어요. 70대가 돼서도 배우이기를 바라고, 무엇보다 손주가 있는 할아버지였으면 좋겠어요. 자녀를 갖는다면 딸만 셋? 너무 예쁘잖아요.”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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