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그때의 오늘] 1993년 ‘서편제’ 한국영화 흥행신기록

  • 스포츠동아
  • 입력 2011년 8월 9일 07시 00분


여러 개의 상영관을 가진 극장, 멀티플렉스가 등장하기 전 영화는 각 대도시의 단 한 곳에서만 개봉했다. ‘단관 개봉’이라 불리는 개봉 방식 아래서 흥행 수치는 서울 관객 기준으로만 집계됐다. 만약 그 시절 흥행작을 지금처럼 전국 관객 기준으로 할 경우 상당한 파괴력을 지녔음을 읽을 수 있다.

1993년 8월9일, 서울 종로 단성사에 40대 최 모 씨가 들어섰다. 임권택 감독의 ‘서편제’를 관람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서편제’의 67만8947번째 관객이었고 그의 입장은 ‘서편제’가 한국영화 흥행 기록을 새로 쓰게 됐음을 선언하는 순간이었다.

그 이전 흥행 기록은 역시 임권택 감독이 1991년 연출한 ‘장군의 아들’로 67만8946명이었다. 최 씨는 단성사 평생 관람권과 도자기 찻잔 세트를 선물로 받기도 했다.

1993년 4월10일 서울 종로 단성사에서 개봉한 ‘서편제’는 김명곤, 김규철, 오정해가 주연해 판소리에 얽힌 아버지와 아들 그리고 눈먼 딸의 아픔과 한을 그린 영화. 가장 한국적인 정서와 풍광을 스크린에 담아내며 ‘신드롬’으로 불리는 대흥행의 달콤함을 맛봤다. 이후 10월30일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한국영화 흥행사에 신기원을 이뤘다.

제작 초기 ‘판소리 영화가 (흥행이)되겠느냐’는 우려를 낳기도 했지만 임권택 감독과 정일성 촬영감독 그리고 제작자인 이태원 태흥영화사 대표의 ‘트로이카’가 창조한 영화 세계는 새로운 기운을 불러왔다. 개봉 이후 전회 매진을 기록하며 흥행할 당시 김영삼 대통령과 김대중 전 민주당 공동대표, 김수환 추기경과 문익환 목사, 법정 스님 등 명망가들의 관람까지 화제를 모으며 시너지를 더했다. 국악과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도 높여놓았다.

윤여수 기자 (트위터 @tadada11) tada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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