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그때의 오늘] 음지서 3년 설움 담은 ‘가는 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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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16일 07시 00분


1977년 서유석 재기 리사이틀

방송가 사람들은 때로 전파를 타고 흐른 말, 말, 말로 인해 곤욕을 치르곤 한다. 특히 사회비판적 발언 등에 대한 권력의 어긋난 감시가 판을 치던 시절, 바로 그 말 때문에 고생한 이들도 적지 않다.

‘가는 세월’과 ‘그림자’ 등의 노래로 인기를 끌었던 서유석(사진)은 1970년대부터 약 30여 년 동안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청취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1977년 오늘 서유석이 3년여 만에 재기의 리사이틀 무대를 열었다. 한 해 전 내놓은 ‘가는 세월’이 히트하면서 그는 다시 팬들과 만날 수 있게 됐다.

3년여의 시간 동안 서유석은 ‘음지’에 숨어야 했다. 1969년 데뷔한 서유석은 1973년 4월1일부터 TBC(동양방송)의 심야 라디오 프로그램 ‘밤을 잊은 그대에게’의 DJ로 활동했다. 서유석은 ‘밤을 잊은 그대에게’에서 한 외국 통신사의 베트남전 종군기자가 쓴 ‘추악한 미국인’이라는 책의 일부 내용을 읽었다. 책에는 전쟁의 참상과 미군의 만행을 고발하는 내용이 있었다. 베트남전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던 시기, 한국군의 파병 문제를 두고 논란이 오가던 때였다. 방송 도중 정부 모 부처로부터 전화가 걸려왔고 엄포의 목소리는 살을 떨리게 했다. 서유석은 20분 길이의 긴 노래를 틀어놓고 방송사를 빠져나와 인근 목욕탕에 3일이나 숨어 있어야 했다. 그 3일은 3년이 되었고 그동안 서유석은 대중 앞에 나설 수 없었다.

그 아픔의 세월을 담은 노래가 바로 1976년 그가 서울로 돌아와 발표한 ‘가는 세월’이었다. 대마초 파동으로 인기가수들이 사라진 사이 당국은 서유석에 대한 암묵적인 규제를 풀었고 서유석은 자신이 겪은 설움을 노래로 토해냈다.

윤여수 기자 (트위터 @tadada11) tada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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