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명 “술 마시는 연기…맥주는 지긋지긋”

  • Array
  • 입력 2011년 4월 8일 07시 00분


■ ‘트루 웨스트’ 이건명의 ‘트루 라이프’

관객 몰래 슬쩍슬쩍 바닥에 버리고
차는 단속걸릴라 아예 두고 나오죠

본업인 뮤지컬을 잠시 접고 요즘 연극 ‘트루 웨스트’에 출연하며 뮤지컬이 채워줄 수 없는 ‘말’의 갈증을 풀고 있다는 배우 이건명.
본업인 뮤지컬을 잠시 접고 요즘 연극 ‘트루 웨스트’에 출연하며 뮤지컬이 채워줄 수 없는 ‘말’의 갈증을 풀고 있다는 배우 이건명.
“제 모토대로 행복하게 잘 살았던 것 같아요. 쉬지 않고 잘 달려왔죠.”

이건명(39)은 요즘 본업인 뮤지컬을 잠시 접고 연극 ‘트루 웨스트’에 출연 중이다. 영화 시나리오 작가이자 ‘차도남(차가운 도시남자)’인 동생 오스카와 시종일관 싸움판을 벌이는 망나니 형 리 역을 맡았다.

그는 1996년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로 데뷔했다. 그가 뮤지컬배우가 되기로 결심한 것은 고교 시절 ‘아가씨와 건달들’을 본 후였다. 당시 록 밴드의 보컬리스트였던 이건명은 그날로 밴드생활을 접고 성악을 전공한 삼촌을 찾아가 성악을 가르쳐달라고 졸랐다고 한다.

이건명과의 인터뷰는 서울 동숭동의 한 술집에서 진행됐다. “뭘 마시겠느냐”고 물으니 “맥주는 지긋지긋하니 소주로 하겠다”라며 소주잔을 내밀었다.

그는 ‘미스사이공’, ‘로미오와 줄리엣’, ‘갬블러’, ‘맘마미아’, ‘렌트’ 등 국내에서 히트한 어지간한 뮤지컬에는 다 출연했다. 그것도 모두 주연이다. 뮤지컬은 본인도 몇 작품을 했는지 모를 정도로 많다. 하지만 이에 비해 연극은 ‘나생문(2008)’, ‘산소(2009)’에 이어 ‘트루 웨스트’가 세 번째이다.

“전부터 ‘연극 한 번 하자’는 얘기는 많았는데 뮤지컬과 일정이 겹쳐 쉽지 않았죠. 뮤지컬은 노래를 하니까 아무래도 연기가 연극만큼 디테일하기 힘듭니다. 연극은 한 호흡 한 호흡이 다 ‘말’이잖아요. ‘말’에 대한 갈증이 연극을 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트루 웨스트’는 형제의 싸움 구경만으로 두 시간이 훌쩍 가는 작품이다. 거친 고함과 몸싸움이 벌어지고, 맥주가 사방으로 흩뿌려진다. 구겨진 맥주 캔과 휴지가 무대 위에 가득 나뒹군다. 앞쪽 관중들은 배우들이 뿜어대는 맥주를 고스란히 몸에 맞기도 한다. 그래도 즐거워한다. ‘트루 웨스트’는 맥주를 마시며 관람을 할 수 있도록 허용된 연극이다. 이건명은 “슬쩍 슬쩍 바닥에 버리거나 허공에 뿌리지만 공연 한 번 할 때마다 어쩔 수 없이 맥주 두 캔 정도는 마시는 것 같다”라고 했다. 하루 2회 공연을 하다 보니 아예 차는 집에 두고 나온다. 음주단속에 걸릴 것 같기 때문이다.

이건명은 내년 4월 미국 뉴욕에 가서 1년 반 정도 보컬 트레이너 과정을 밟을 생각이다. “어려서부터 뉴요커가 되어 보는 게 꿈이었어요. 이 나이에 그냥 무작정 갈 수는 없고, 공부를 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 거죠. 내년 4월까지 네 작품 정도 하기로 돼 있는데, 번 돈 싹 짊어지고 떠날 겁니다.”

연극 ‘트루 웨스트’는 5월 1일까지 서울 동숭동 컬처스페이스 엔유에서 공연한다.

사진제공|악어컴퍼니

양형모 기자 (트위터 @ranbi361) ranb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