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분 때문에 극장가 배꼽 빠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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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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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4편째 출연 배우 김수미

전망좋은영화사 제공
전망좋은영화사 제공
코믹영화 ‘사랑이 무서워’에서 가장 눈에 띄는 배우는 주인공인 임창정, 김규리가 아니다. 잠깐 나왔다 들어가는 카메오 김수미(60·사진)다.

‘야동’을 보며 김규리와 통화 중이던 아들 임창정의 방문을 갑자기 열어젖히며 “이런 썩을 ×, 또 그런 것 보냐”며 걸쭉한 입담을 과시하고, 임창정은 “아, (전화 저편에서) 다 들었잖아”라고 울부짖는다. 관객은 목이 젖혀지도록 웃지 않을 수 없다.

‘사랑이…’부터 ‘위험한 상견례’ ‘그대를 사랑합니다’ ‘수상한 고객들’까지 김수미는 올해 벌써 4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주연 조연 카메오를 가리지 않고 종횡무진 활약하며 영화마다 압도적인 존재감을 과시한다.

‘위험한…’에서는 주인공 송새벽의 장모 역을 맡아 능청스러운 연기를 선보인다. 전남 벌교 출신임을 숨기고 우아한 ‘서울 사모님’인 척 표준말을 쓰다가 결국 코믹한 남도 사투리를 쏟아내는 역이다. 예상치 못한 반전과 입담에 객석에서는 웃음이 터진다. 14일 개봉하는 ‘수상한 고객들’에서도 그는 코믹하면서도 따뜻한 슈퍼마켓 할머니로 나온다.

그가 코믹 연기만 잘하는 건 아니다. 29세 때 이미 TV드라마 ‘전원일기’에서 노인인 ‘일용엄니’역을 맡았던 그는 로맨스 그레이(노년층의 사랑)를 담은 ‘그대를 사랑합니다’에서 치매 걸린 노인을 연기해 관객을 울리고 웃긴다. 놀이터에서 이순재와 주고받는 선문답 같은 대화는 웃음을 자아내고, 남편 송재호와 죽음까지 함께할 때의 담담한 모습이 눈물샘을 자극한다.

김수미와 ‘그대를…’ ‘마파도’를 찍은 추창민 감독은 “김 씨는 수동적인 역할을 능동적으로 바꾸는 힘이 있다. ‘그대를…’의 치매 노인 역도 그가 맡았기에 캐릭터가 살아났다”고 평가했다. 추 감독은 대사의 맛을 살려 영화의 흥미를 끌어내는 그의 능력도 높이 평가했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다른 배우들은 판에 박힌 노인 연기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김수미 씨는 노인 캐릭터에도 활력을 준다”고 분석했다.

동료 연기자들은 그와 연기하면서 자극을 받는다고 말한다. ‘육혈포 강도단’ 등에 함께 출연했던 나문희는 “같이 일하면 무섭다. 나보다 열 살이나 어리지만 작품을 해석하는 능력이 뛰어나 그에게 많이 배운다”고 말했다. 김수미와 나문희는 뮤지컬 ‘친정엄마’에도 함께 출연 중이다.

김수미는 “내가 종종 선보이는 적나라한 전라도 욕에서 젊은 관객들이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 같다”며 쑥스러워하면서도 “진심이 담긴 연기를 하려고 노력하는 부분을 평가해 주는 것 같다”고 나직하게 말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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