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스타들의 할리우드 진출의 성공과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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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8일 11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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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중훈-김윤진-정지훈-이병헌(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박중훈-김윤진-정지훈-이병헌(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현재 한국 스타들의 인기는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국가간의 시간적·공간적 제약이 점차 사라짐에 따라 ‘욘사마’ 배용준을 비롯해 소녀시대에 이르기까지 한국 스타들의 활동 무대는 세계시장을 향하고 있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스타들은 큰 시장으로 진출 하여 보다 많은 대중의 사랑은 물론 부와 명예를 가진 ‘월드스타’가 되길 바란다. 할리우드 진출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으며, 진출했다고 하더라도 배우에게 핑크빛 미래만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할리우드 진출의 계기
국제 회계 컨설팅 법인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앤쿠퍼스의 2006~2010년 세계 문화 콘텐츠 시장 점유율 분석 자료에 따르면 미국 시장이 전체 시장의 약 42%를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7.8%의 시장 점유율로 2위에 기록된 일본과는 5배 이상의 차이다. 이에 반해 한국은 9위로 상대적으로 낮은 2.2%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1위인 미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들이 한 자리수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영화 평론가 남정욱은 “미국 시장은 이미 엄청난 양의 아이템과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새로움을 원하고 있다. 이러한 욕구는 할리우드로 하여금 아시아라는 새로운 시장을 돌아보게 만들었으며 이는 곧 정지훈 · 이병헌 등의 배우들이 미국 시장에 도전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고 말했다.

스타들은 보다 많은 사랑을 받길 원한다. 이와 맞물려 할리우드는 서양의 사람들과는 외형적 모습과 문화가 다른 동양의 스타들에게서 상품의 가치를 느끼고 있다. 그들이 보고 싶어 하는 새로운 것을 아시아의 스타들이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 믿는 것이다. 그러한 믿음은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 홍콩, 일본, 인도 등의 아시아 국가들의 서양으로의 문화 수출을 증가시키고 있다.

○할리우드 성공의 한계점
성룡-장쯔이-주윤발(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성룡-장쯔이-주윤발(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1997년 박중훈은 한국 배우 최초로 영화 ‘아메리카 드래곤’을 통해 할리우드에 입성했다. 그 후 김윤진, 이병헌, 정지훈, 박준형, 하정우, 장동건 등의 한국 톱스타들과 중국 · 홍콩의 양자경, 장쯔이, 주윤발 등의 스타들이 할리우드에 진출했지만 성공한 스타들은 이소룡, 성룡 등으로 손에 꼽힐 정도로 적다.

할리우드 진출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은 무엇일까? 남씨에 따르면 그것은 인식의 한계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서양인들의 심리안에서 얼마만큼 그들의 존재를 각인시키고 그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심리적 허용범위를 넓힐 수 있으냐의 문제이다.
남씨는 조디 포스터가 출연했던 영화 ‘왕과 나’를 예를 들었다. 이 영화에서 보면 서양 평민이 동양 귀족과 등가로 산정된다. 과연 그 반대의 경우도 가능할까? 이러한 인식의 허용범위(이는 흥행과도 이어져 있다)와 함께 언어 장벽에서 시작된 소통의 한계는 할리우드에 진출한 아시아 배우들로 하나의 굴레처럼 작용해 대사가 적은 액션장르와 악역만을 맡게 만들었다.
성룡과 이연걸이 대표적인 예로써 그들이 할리우드에 진출한 영화들은 대부분 대사가 적은 액션장르이다. 그렇다 하지 않더라도 영화 자체에서 비중 있는 역을 맡지는 못했다. 할리우드 진출에 고배를 마신 대부분의 아시아스타들은 이 굴레를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해 볼 것은 언어의 한계가 이 모든 현상의 원인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는 것이다. 그 이유로는 ‘옹박’의 토니자를 예로 들 수 있다. 토니 자가 태국보다는 시장이 큰 한국 영화계에 진출했다고 가정하면, 한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토니 자를 보면서 관객은 ‘노력 했구나’ 라는 생각은 할 수 있지만 언어의 획득이 영화적 미덕의 성취로 이어지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할리우드의 배우 전조는 미국에서 태어난 한국계 배우다. 정주현 칼럼리스트의 말을 빌리면 영어라는 언어에 어떠한 장애도 갖고 있지 않는 그도 오디션을 봐도 결국엔 늘 비슷한 역할만 맡게 된다는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즉 영화를 보는 관객의 심리적 허용 범위가 어디까지인가가 아시아배우들의 할리우드 진출과 역할 배정에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다.

○할리우드 스타로 가는 길
할리우드에 진출한 기존 배우들의 사례를 돌이켜 보면 할리우드에 성공 할 수 있는 방법은 세 가지 정도로 요약 할 수 있다.
첫째는 아시아에서 이미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아시아의 스타들이 할리우드에 진출하고서도 지속적으로 역량을 펼칠 수 있는 배경을 만나는 것이다. 자국의 시장의 영향력 또는 발전 정도의 여부는 할리우드에 진출하는 스타의 프리미엄을 뒷받침해주고 있으며 스타가 소속되어 있는 회사의 힘은 배우가 할리우드에 진출함에 있어 현지에서 끌어줄 할리우드의 기획사와 손잡는 것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둘째는 영화 제작자와 함께 흥행과 수익을 만들어 낼 수 있는 할리우드 혹은 그 외의 국가의 팬클럽 출현이다. 이는 할리우드 기획사들로 하여금 아시아 스타들의 상품가치를 인식하게 하는 하나의 수단이 되므로 할리우드진출을 노리는 스타들의 또 다른 매력으로 작용 할 수 있을 것이다.
세 번째는 상업성이 제일 높은 영화장르의 선택과 그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장르로의 도전이다. 정주현 칼럼리스트는 “한국은 물론 세계적으로 중간급 영화가 사라지고 있다” 또 “완벽한 흥행을 위해 수십억, 수백억의 엄청난 금액을 투자하는 대형 영화와 저예산으로 만들어지는 영화로 양분되고 있는 영화 시장에서 아시아 배우라는 특이성으로 인해 할리우드 제작사는 관객의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액션을 선택하는 것이 그간의 전례이다”라고 말했다. 아시아배우가 성공할 수 있는 길 중 하나가 바로 이러한 액션영화를 시작으로 관객들의 기억에 깊이 남아 새로운 장르로 진출하는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다.

○아시아 남자는 과연 백인 여자에게 섹스어필하지 못하나
혹시 인종적인 편견이 작용하는 것은 아닐까. 아시아 남자 배우들이 혹은 아시아 여자 배우들이 백인 여자 또는 백인 남자들에게 성적 매력을 주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이에 대해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반대 의견을 표했다. 이는 너무 흑백 논리 또는 단순한 논리라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한국 남자와 결혼한 백인 여자들도 있지 않느냐"며 이 같은 일반화를 경계했다.


동아닷컴 오세훈 기자 ohhoon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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