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그때 이런 일이] ‘열애’에 담겨진 아름다운 순애보 윤시내, 1979년 무대서 첫 열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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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13일 07시 00분


가수 윤시내. 스포츠동아DB
가수 윤시내. 스포츠동아DB
‘그대의 그림자에 싸여/이 한 세월 그대와 함께 하나니/그대의 가슴에 나는/꽃처럼 영롱한/별처럼 찬란한/진주가 되리라/그리고/이 생명 다하도록/이 생명 다하도록/뜨거운 마음 속/불꽃을 피우리라/태워도/태워도/재가 되지 않는/진주처럼 영롱한/사랑을 피우리라/….’

‘열애’의 노랫말 가운데 일부다. 이 노랫말처럼 그 뜨거운 정열을 담아 온 몸으로 노래를 토해낸 가수. 그 흔한 별칭 ‘디바’의 ‘원조’가 있다면 바로 이 가수, 윤시내(사진)일 터이다.

1979년 오늘,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윤시내는 그 혼과 ‘디바’의 열정을 드러내며 노래 ‘열애’를 그야말로 뜨겁게 불렀다. 그해 12월9일 역시 같은 장소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제1회 TBC 세계가요제에 참가할 한국 대표 가수를 선발하는 무대였다. 이날 윤시내는 15명(팀)과 경합을 벌여 양희은, 박경애, 옥희 등과 함께 TBC 세계가요제 본선에 참여할 가수로 꼽혔다. 그리고 본선에서 그녀는 당당히 은상을 수상했다.

윤시내의 ‘열애’는 당대 최고의 작곡가 최종혁이 멜로디와 리듬을, 부산 MBC 배경모 PD가 노랫말을 썼다. 노랫말은 채 이루지 못한 사랑에 대한 애끊는 마음의 표현이었다. 그리고 이는 배경모 PD의 짧은 인생과 사랑의 실화이기도 했다.

군 제대 뒤 음악다방과 레스토랑 등에서 DJ로 활약한 배경모 PD는 1970년대 부산 지역 청취자들을 사로잡은 ‘별이 빛나는 밤에’와 ‘별들의 속삭임’을 진행하고 연출한, 재능있는 젊은 음악인이었다. 하지만 그는 어느날부터인가 자신을 옥죄어오는 암세포에 시달려야 했다. 그의 아내는 투병하는 남편의 곁을 지키며 세상 가장 아름다운 순애보의 주인공이 되는 아픔을 겪었다. 결국 그토록 사랑했던 아내와 아이들을 이 세상에 남겨두고 배 PD는 1978년 젊은 나이에 세상을 뜨고 말았다.

‘열애’는 그런 아픔과 사랑을 가슴에 간직한 배 PD가 써놓은 한 편의 시이기도 했다. 그가 세상을 떠나자 그의 아내가 최종혁 작곡가에게 이를 넘겨주었고 최 씨는 그 아름답고 애절한 사랑 이야기를 한 곡의 멜로디로 엮어냈다.

이 같은 이야기는 1982년 영화 ‘열애’로 다시 세상에 알려졌다. 배우 김추련과 나영희가 주연한 영화는 ‘겨울여자’의 김호선 감독 연출로 만들어져 순수한 만큼 아픈 사랑의 이야기로 관객을 울렸다.

이에 앞서 그 한 해 전, 배경모 PD가 발굴한 가수 최백호는 배 PD의 이야기를 그린 MBC 라디오 드라마 ‘사랑의 계절’의 ‘열애’편에 출연하기도 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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