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윤정희-‘아저씨’ 원빈, 대종상 남녀 주연상 영예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29일 23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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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경희대 평화의 전당에서 열린 제47회 대종상영화제 시상식은 한국영화의 91년 저력과 미래의 더 높은 도약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이 영화제 사상 처음으로 예심에 미리 지원을 받은 일반인 심사위원 50명의 의견을 반영한 영향도 여실히 나타났다. 흥행 성적과 작품성 평가가 좋았던 영화들이 상을 받지 못해 심사 과정의 투명성에 대한 의혹을 낳았던 예년과 달리 흥행성과 작품성이 인정받은 화제작들이 주요 상을 차지했다.

이날 '영화제의 꽃'인 여우주연상은 '시'로 1994년 '만무방' 이후 16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윤정희 씨(66)의 몫이었다. 남우주연상은 올해 최고 흥행작 '아저씨'에서 파격적인 이미지 변신을 시도한 원빈 씨(33)가 받았다.

곱절 나이 차이가 나는 두 배우는 한국영화의 높은 작품성과 흥행성을 담보하는 대표적 스타들이다. 윤정희 씨는 올해 5월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 공식 경쟁부문에 진출한 '시'의 여주인공으로 당시 현지 참가자들의 큰 관심을 모았다.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던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의 영예는 누리지 못했지만 그 아쉬움을 이번 대종상 수상의 영예로 달랠 수 있게 됐다.

윤정희 씨는 수상 소감에서 "한국영화를 사랑하시는 팬 여러분께 제가 몇 년 뒤 다시 한 번 좋은 작품으로 이 자리에 도전할 수 있게끔 많은 용기와 힘, 사랑을 주시기를 부탁 드린다"고 말했다. '아저씨'를 통해 종전의 꽃 미남 이미지에서 벗어나 과감한 액션 연기로 남성적인 매력을 발산하며 새로운 면모를 보였다는 평가를 받은 원빈 씨는 "배우라는 일은 내게 아직 많은 고민과 숙제를 던져준다"며 "우리 영화의 진심과 열정을 믿어주고 아낌없는 사랑을 보내준 관객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 드린다"고 했다.

조연상 부문에서도 올해 신구 세대 배우들이 보였던 조화로운 활약의 결과를 볼 수 있었다. 남우조연상은 '시'에서 윤정희 씨의 간호를 받는 노인 역을 연기한 김희라 씨(63)와 '방자전'에서 코믹한 변학도 캐릭터를 능청스럽게 소화한 송새벽 씨(31)가 공동 수상했다. 과거 주로 액션영화에서 터프한 연기를 보여줬던 김 씨는 수상 소감에서 "내가 아직 살아있네요. 열심히 노력해서 모든 사람의 가슴 속에 계속해서 살아남겠다"고 말했다. 여우조연상은 '하녀'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중년 하녀 역을 연기한 윤여정 씨(63)에게 돌아갔다.

최우수작품상은 이창동 감독(56)의 '시'가 받았다. '시'는 잔인하고 노골적인 말초적 표현을 즐겨 쓰는 최근 한국영화와 달리 사람들에게 잊혀져가고 있는 시의 가치를 강조해 높은 평가를 받았다. 감독상은 강우석 감독(50)이 동명 만화 원작을 영상으로 옮긴 '이끼'의 몫이었다. 그동안 백상예술대상 등 많은 영화제에서 작품상과 감독상을 받았지만 대종상영화제와는 인연이 없었던 강 감독은 첫 영광의 기쁨을 감추지 못하면서 "1년에 두세 달도 함께 살지 못하면서 아이를 잘 키워준 아내에게 이 상을 바친다"고 소감을 밝혔다.

신인 여자배우상을 받은 '시라노; 연애조작단'의 이민정 씨(28)는 관객 투표로 선정하는 인기상까지 함께 받아 새로운 시대의 스타로 확실히 자리매김하는 기쁨을 누렸다. 신인 남자배우상은 '바람'의 정우 씨(29)에게 돌아갔다.

신인감독상은 올해 칸 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 섹션에 초대돼 화제를 보았던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을 연출한 장철수 감독(36)의 몫이었다. 장 감독은 "한 해를 마감하는 축제 자리에서 다시 이런 영광을 누리게 되니 정말 정신이 없다"며 "들뜨지 않게 애쓰면서 더 정진하는 채찍으로 삼겠다"고 했다.

작품별로는 '시'와 '이끼'가 각각 4개 부문을 수상했다. '시'는 최우수작품상 여우주연상 남우조연상 시나리오상(이창동 감독)을, '이끼'는 감독상 촬영상 음향기술상 미술상을 차지했다. 다음은 남우주연상 외에 편집상과 영상기술상을 거머쥔 '아저씨'였다.

손택균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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