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 건넌 희망의 아이콘… 허각, 기적을 노래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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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중퇴… 환풍기 수리공 그리고… 슈퍼스타K 2 우승 ‘한국판 폴 포츠’로

‘기적을 노래하다!’

한국의 ‘폴 포츠’ 허각 씨(25). 케이블채널 Mnet의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 2’를 인생의 ‘마지막 기회’라고 말하던 그가 마지막 승자로 남았다.

23일 오전 1시 서울 경희대 평화의 전당에서 대단원의 막을 내린 이 프로그램에서 시상자로 나선 가수 배철수 씨가 마침내 그의 이름을 불렀다. 순간 허 씨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울음을 터뜨렸다. 심사위원으로 출연자들에게 독설을 서슴지 않았던 가수 이승철 씨도 말을 잇지 못했다.

허 씨는 사전 인터넷 투표(10%), 심사위원 점수(30%), 시청자 문자 투표(60%)를 합산한 최종 점수에서 988점을 받아 596점을 얻은 존 박 씨(22)를 큰 점수 차로 따돌리고 우승했다. 이날 방송에서 두 사람은 직접 선택한 자유곡과 작곡가 조영수 씨의 신곡인 ‘언제나’ 등 2곡으로 승부를 겨뤘다. 총 134만 명의 오디션 참가자 중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정상에 선 허 씨에게는 현금 2억 원을 비롯해 자동차 1대와 앨범 제작의 기회가 주어진다.

울다 코끝이 빨개진 허 씨는 “나를 낳아주신 아버지께 감사드리고, 하나밖에 없는 형과 끝까지 기다려 준 여자친구에게 고맙다. 앞으로 천천히 하나하나씩 좋은 노래로 갚아 나가겠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옆에 선 존 박 씨에게도 “이 친구가 노래를 잘할 수 있도록 계속 도와줬다”며 감사의 말을 전했다.

상금 2억 원을 어디에 쓸 것인지 묻자 그는 “길게 생각해 본 적은 없다. 아버지, 형과 함께 셋이 살 수 있는 집을 마련하고 싶다”고 말했다.

허 씨는 일찌감치 이 프로그램을 통해 감동적인 인생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중학교를 중퇴하고 천장 환풍기 고치는 일을 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 열일곱 살 때 집을 나와 혼자 살았다. 학업도 포기하고 틈틈이 이벤트 무대에서 노래를 했다. 주말에는 인력 사무실에 나가 일하기도 했다.

그는 “이런저런 일을 전전하다 배운 것이 환풍기 고치는 일이었어요. 일단 돈을 벌고 살아야 했기 때문에 했던 것뿐입니다.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부담스럽고 안 맞는 것 같아요”라고 13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는 외모도 평범하고 삶의 굴곡도 많이 겪어 휴대전화 판매원 출신의 영국 가수 폴 포츠와 비교됐지만 주변을 편안하게 하는 유머와 솔직함, 음악에 대한 열정을 보여 시청자들의 큰 박수갈채를 받았다. 단점을 묻는 질문에는 “음악을 모르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악보를 볼 줄도 모르고, 악기를 다룰 수 있는 것도 없어요. 그리고 음악 용어, 예를 들면 ‘키가 뭐야’ 이러면 ‘B야, A플랫이야’ 이러는데, 그걸 알아듣기가 힘들었어요. 단지 노래를 듣고 부르는 것밖에 할 줄 몰랐거든요.”

2위에 그쳤지만 줄곧 팬들에게 손을 흔드는 등 여유로운 모습을 보여줬던 존 박 씨도 “각이 형이 우승을 하게 돼 너무 기쁘다. 서로 도우면서 여기까지 왔기 때문에 뿌듯한 마음”이라며 웃음을 잃지 않았다.

한편 이날 ‘슈퍼스타K 2’ 최종회 시청률은 18.0%(AGB닐슨미디어리서치·전국 기준)를 나타내 케이블TV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이는 8일 12회 방송에서 기록한 최고 시청률 14.8%를 다시 뛰어넘은 것으로 지난해 시즌1 ‘슈퍼스타K’의 최고 시청률 8.5%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같은 시간 방송된 지상파 TV의 시청률은 SBS ‘스타부부쇼 자기야’ 7.7%, KBS 1TV ‘뉴스라인’ 6.8%, MBC ‘MBC 스페셜’ 6.2% 등으로 모두 ‘슈퍼스타K 2’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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