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싱Q|‘아저씨’로 본 한국의 리얼액션] 9개월간 밤 새며 액션동작 연구…원빈 ‘1대 17 대결’ 진짜 붙었다

스포츠동아 입력 2010-09-27 07:00수정 2010-09-27 08:11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아저씨’의 하이라이트 바로 이장면! 영화 ‘아저씨’의 명장면으로 꼽히는 터키탕 액션 장면. 원빈(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1대 17의 리얼한 대결 장면을 연기하고 있다.
■ ‘아저씨’로 본 한국 리얼액션의 비밀, 박정률 무술감독에게 들었다

동남아 무술 칼리·실라트 등 접목
실제 칼까지 동원하며 때리고 맞고

원빈, 손등 찢어져도 내색 한번 안해
실제 호신술 교본 낼 실력 닦은 독종

‘아저씨’ 리얼액션은 그렇게 탄생했다


관련기사
‘필리피노 칼리, 브루나이 실라트, 헤드캡, 카람빗 나이프….’

낯설다. 그래서 더 새롭다. 많은 고뇌와 고난, 부러짐과 깨어짐의 고개를 넘으며 관객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이 아니었다면 새로움은 단지 낯선 것에 머물렀을 터이다.

영화 ‘아저씨’(감독 이정범·제작 오퍼스픽쳐스)가 전국 600만 관객을 넘어섰다. ‘아저씨’는 한 남자가 세상과 단절한 채 살아가다 유일한 벗으로 다가온 이웃집 소녀가 범죄조직에 납치되면서 벌이는 이야기. 남자와 소녀의 결코 드러나지 않지만 마음 속 깊은 소통의 스토리에 많은 관객이 젖어들었다.

‘아저씨’의 성공에는 주연 원빈의 카리스마 돋보이는 변신이 큰 동인이 되었다. 그리고 그 공로의 한 축은 연출자 이정범 감독, ‘리얼 액션’의 진수를 선보인 박정률 무술감독과 그 팀에게 돌려져야 한다. 이들은 관객이 말 그대로 살과 피가 튀는 사실적 액션의 쾌감을 맛보게 했다. ‘아저씨’의 600만 관객 돌파 시점에 그 액션의 향연 속으로 독자 여러분을 초대한다.

영화 ‘아저씨’ 중 건물 낙하 장면을 사실감있게 표현하기 위해 원빈과 촬영감독이 함께 건물에서 뛰어 내리고 있다.


“영화니까 이해할 거야?! No!”

‘아저씨’의 박정률 무술감독은 “누가 봐도 아는, 영화니까 이해할 거라는 생각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전제로부터 출발했다.

“태식(원빈)의 캐릭터상 대사가 적은 만큼 액션이 곧 대사”였고, “소녀를 구하기 위해 범죄집단에 맞서면서 더욱 격렬해지는 액션이 곧 그의 심리상태”라며 이정범 감독은 “지금까지 해보지 않은 것”을 주문했다.

박정률 무술감독이 먼저 선택한 것은 우리에게 낯선 동남아 무술인 칼리, 아르니스, 실라트 등이었다. 그 무술 동작들이 담긴 많은 동영상을 보고 따라하며 ‘독학’한 그는 그것만으로는 부족해 “지구상 무술 동영상을 다 뒤져봤다”.

그리고 자신만의 독특한 동작들을 만들어 “피할 땐 피하고, 칠 땐 치며 부상을 최소화하면서도 가장 사실적인 액션”, ‘리얼 액션’의 장면들을 만들어냈다.

# 100% 현실적인 액션...실제 칼까지 동원

박 감독은 “답은 없었다”고 했다. 단지 “정말 싸움을 잘 하는 사람이 있고, 그 모습이 ‘정말 그럴 수 있겠다’ 싶으면 된다”는 정도의 희미한 ‘방향’만 있었다.

박정률 무술감독과 그의 팀인 ‘베스트’는 9개월 동안 숱한 밤을 지새며 연구했다. 무려 10번의 수정을 통해 액션 동작을 만들었다. 촬영 3개월부터 원빈 등 배우들이 합류했다.

“100% 현실적이어야 하고 다치지 않아야 한다”는 전제 아래 연기자들은 기본기를 익혔다. 그리고 “먼 나라 얘기 같았던, 간결하고 깔끔하며 짧은, 가능한 몸으로 해낼 수 있는” 동작을 완성해갔다. 실전과 같은 훈련 과정에서 이들은 모두 “숱하게 때리고 맞았다”.

칼을 쓰는 장면에서는 나무칼과 고글, 가죽 손목장갑을 착용했지만 때론 실제 칼을 동원하기도 했다. 비록 칼날에 테이프를 붙였지만 “긴장할 수 밖에 없고 몸으로 견뎌내야” 했다.

영화에서 다수의 악당과 원빈이 홀로 맞붙는 터키탕 액션은 구체적인 동선과 대결의 양상(=합)이 촬영 직전에야 완성될 정도로 어렵고 긴 과정이었다. 그 과정에서 박정률 팀은 원빈의 신체 사이즈, 운동신경, 체력 등을 세심하게 살폈다.

“몸놀림을 보고 액션의 콘셉트를 짰고” 기술과 동작을 가르쳤다. 훈련을 시작한 한 달 반 뒤 “실제 싸우도록 했다”.

“원빈은 처음엔 부담스러워했지만 본인도 살아야 하니 찌르고 벴다. 나중엔 아예 상대를 갖고 놀았다”고 박 감독은 돌아본다.

# “1대 17의 대결? 절대 뻥이 아니다”

‘아저씨’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이 터키탕 장면이다. ‘리얼 액션’의 현란함과 극도의 긴장감, 호쾌한 권선징악의 쾌감을 안겨준다.

박 감독은 “농담처럼 말하는 ‘1대 17’의 대결이었다. 우리 팀원들과 정말로 (아무런 합이 없이)붙어봤다”고 말했다. 원빈의 극중 캐릭터에 맞춰 크게 움직이지 않고 상대를 제압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상대의 목에 칼을 겨눈 채 싸운다면 어떨까?”, “빈틈을 보이면 상대의 칼날이 들어오는데?”, “주먹을 내지르면 상대는 어떻게 반응할까?”라는 물음에 해답을 찾는 과정이 이어졌다.

관객의 시점으로 상대의 움직임을 실감나게 보여주는 카메라가 장착된 일종의 헬멧인 ‘헤드캠’도 동원됐다. 박정률 팀은 턱 부위에 카메라를 단 헤드캠을 만들어 극적 긴장감과 액션의 세밀한 몸놀림을 정교하게 보여줄 수 있게 했다.

# 원빈 호신술 교본 낼 정도 실력...“한번 덤벼보면 실감할거다”

원빈은 액션신 곳곳에서 무술팀에 이의를 제기했다. “왜 그리 잔혹해야 하냐”, “그런 동선은 이해할 수 없다”, “실제 나라면 그렇게 싸우지 않겠다”는 등 많은 질문을 던졌다.

무술팀은 때론 “피가 튀는 광기를 지켜보며 살아낸 인물”로 캐릭터를 다시 살펴보기도 했고, “앞뒤 이야기와 정서의 연관성을 돌아보며” 설득과 논의를 거듭했다. 때론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보라”며 마당을 열어줬다.

이 과정에서 박정률 무술감독은 “원빈이 강원도 출신임을 확신했다”며 웃었다. 원빈은 비좁은 화장실 액션신을 대역 없이 촬영하다 문에 손등이 찢기는 부상을 당했다. 처음에 다친줄 몰랐던 박정률 무술감독은 “계속 손을 빨아대는 모습을 보고 다친 걸 알았다”. “나 때문에 촬영이 늦어질까 말하지 않았다”는 말에 박 감독은 “물건이다. 근성이 대단한 배우다”며 감탄했다.

이런 근성은 촬영 전 하루 6∼8시간 동안 운동과 액션 훈련에 몰두하는 데서부터 드러났다. 박 감독은 “아무리 힘겨워도 투정 한 번 하지 않은” 원빈에 대해 “죽기 살기로, 독기있게 덤벼드는 배우가 예쁘다. 그런 배우라면 하나라도 더 가르치고 싶다. 만일 내가 100을 가졌으면, 그는 100이나 110을 가져갔을 거다”고 말한다.

박 감독은 “지금 원빈이 나무젓가락이나 볼펜을 쥐어줘도 100% 영화 속 장면을 완벽히 재연할 수 있고 호신술 교본을 낼 정도의 실력을 갖췄다”면서 “기회가 있으면 한 번 그에게 덤벼봐라. 내 말을 실감할 거다”며 웃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사진제공|오퍼스 픽쳐스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