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부터 미국 CBS에서 방송하는 시트콤 ‘$#*! My Dad Says’는 특이한 제목 때문에 표현의 자유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 My Dad Says.’
다음 달 23일부터 미국 CBS에서 오후 8시 반(미국 동부시간)에 방송하는 시트콤 제목이다. 이 시트콤은 시작 전부터 논란이 되고 있다. 시트콤의 특이한 제목이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 표현의 자유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는 흔히 ‘s 단어(s-word)’로 불리는 네 글자 영어 비속어를 의미한다. 미국에서는 오후 10시 이전에 방송하는 프로그램에서 비속어나 욕설을 쓸 수 없다. 가족시청 시간대이기 때문이다. CBS는 제목에 비속어를 쓸 수 없으므로 ‘s 단어’와 글자 모양이 비슷한 컴퓨터 기호를 대신 쓴 것이다. ‘$#*! My Dad Says’는 ‘내 아버지가 말하는 바보 같은 얘기들’로 해석할 수 있다. 시트콤은 잔소리가 심하지만 속마음은 따뜻한 70대 아버지가 성장한 아들 2명과 함께 살며 겪는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다.
‘$#*! My Dad Says’라는 제목은 트위터에서 유래했다. 이 시트콤은 저스틴 핼펀이라는 코미디 작가가 트위터에 올린 글을 각색한 것이다. 그의 트위터는 160만 명의 팔로어를 거느릴 정도로 인기가 높다. 트위터 제목에는 ‘s 단어’를 그대로 쓰고 있다. CBS가 시트콤으로 만들면서 제목을 ‘방송용’으로 바꾼 것이다.
미국 언론시민단체 PTC는 5월 CBS가 이 시트콤 방송 계획을 발표하자 제목을 바꿀 것을 요청했다. 지난달에는 “시청자들은 ‘$#*!’가 ‘s 단어’를 의미한다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당신 회사 제품이 저속한 단어와 연결되고 싶지 않다면 광고를 하지 말라”는 편지를 300개 기업에 보냈다. PTC는 이 프로그램에 광고할 의사가 있는 기업 리스트를 회원들에게 발송해 해당 기업 제품을 보이콧하겠다고 밝혔다. PTC는 130만 명의 학부모를 회원으로 거느린 미국 최대 언론감시단체다.
‘$#*! My Dad Says’를 둘러싼 공방은 단순한 비속어 논란이 아니라 다매체 환경 속에서 표현의 자유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 하는 질문을 던져준다. 올드미디어(방송)와 뉴미디어(트위터)에 각기 다른 표현의 자유 기준이 적용될 때 어떻게 형평성을 유지하느냐의 문제다.
미연방통신위원회(FCC)는 지상파 방송 내용을 심의하고 규제한다. 가족시청 시간대 프로그램에 비속어나 폭력적이고 성적인 내용이 포함됐을 경우 벌금을 부과하고 심하면 방송국 면허를 취소할 수도 있다.
지상파 방송사는 자신들은 선정성, 폭력성에 대해 엄격한 규제를 받는 반면 케이블, 인터넷, 트위터 등은 저속한 내용이 포함돼도 규제를 받지 않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공공재인 전파를 사용하는 지상파 방송은 프로그램 규제를 받는 것이 당연하다는 반론도 있다. FCC는 지난해부터 뉴미디어에도 지상파 방송과 비슷한 등급 시스템을 적용하고 청소년에게 유해한 내용을 자동으로 걸러내는 ‘V칩’을 장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나 뉴미디어업계의 강력한 반대에 부닥쳐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미국 지상파 방송 중 시청률 1위를 달리는 CBS는 광고 보이콧 압력에도 불구하고 ‘$#*! My Dad Says’ 제목을 바꾸지 않겠다고 밝혔다. CBS는 2004년 슈퍼볼 축하공연 생방송 도중 발생한 팝가수 재닛 잭슨의 가슴 노출 사건으로 FCC로부터 벌금 55만 달러를 부과받은 전력이 있다. 미국 미디어업계는 시트콤 제목이 불러일으킨 표현의 자유 논쟁이 어떻게 진행될지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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