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미디어워치]비디오사이트 ‘훌루’ 유료화 성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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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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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C, ABC,폭스 제휴 설립
드라마-영화 콘텐츠 넘쳐
광고로는 수익 안나자 모험

‘지금보다 더 어디서나, 더 언제나(More Wherever, More Whenever).’

이달 초부터 미국 온라인 비디오 사이트 ‘훌루’(hulu.com·사진)는 이 같은 슬로건을 내걸고 대대적인 유료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훌루는 TV나 극장에서 제공됐던 드라마 스포츠 영화 프로그램을 인터넷에서 골라 보는 서비스다. 설립 2년 5개월 만에 유튜브에 이어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온라인 동영상 사이트로 올라설 정도로 인기가 높다. 월평균 조회는 10억 건에 이른다.

이달 초 내놓은 ‘훌루 플러스’는 월 10달러 내는 유료 서비스다. 훌루는 훌루 플러스를 내놓으면서 기본 서비스는 종전처럼 무료로 제공하지만 선택할 수 있는 콘텐츠의 범위를 크게 줄였다. 예전에는 훌루 사이트에서 인기 TV 드라마의 최근 에피소드와 과거 에피소드를 모두 무료로 볼 수 있었으나 훌루 플러스를 내놓으면서 기본 서비스에서는 최근 에피소드 5편만 볼 수 있고 그 이전 에피소드는 훌루 플러스를 통해서만 볼 수 있게 됐다. 훌루는 앞으로 무료 콘텐츠를 계속 줄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미국에서는 케이블, 위성, 인터넷TV(IPTV) 등 방송 영화 콘텐츠를 다시 볼 수 있는 유료 방송시장이 활성화돼 있다. 또 인터넷에서 보는 콘텐츠는 공짜라는 인식이 넓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훌루의 유료화 전략은 큰 모험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훌루는 2008년 3월 NBC, ABC, 폭스 등 3개 회사가 제휴해서 설립한 회사다. 방송국과 영화사를 거느린 초대형 콘텐츠 제작사가 만든 사이트여서 콘텐츠가 풍부하다. 훌루는 아직 미국 내에서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 최대 온라인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에는 아마추어 사용자가 만든 3∼5분짜리 동영상이 주로 올라온다. 훌루 설립 초기에는 유튜브의 짧은 동영상에 익숙한 이용자에게 훌루의 긴 콘텐츠가 과연 경쟁력이 있을까 하는 회의적인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훌루가 제공하는 양질의 합법적인 콘텐츠는 인터넷 이용자에게 큰 인기를 모았다. 훌루는 TV에서 드라마를 제때 챙겨 보지 못한 시청자를 인터넷으로 불러 모으는 데 성공했다.

훌루는 무료라는 점이 큰 매력으로 작용했다. 훌루는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신 콘텐츠 구입과 재생 등에 필요한 비용을 광고 수입으로 해결해 왔다. 미국 TV에서 1시간짜리 드라마를 볼 때 앞과 뒤, 중간 2, 3회에 걸쳐 광고를 봐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훌루에서도 드라마 한 편을 시청하려면 여러 차례 광고를 봐야 한다. 광고 수입의 50∼70%는 콘텐츠 제작사에, 나머지 30∼50%는 훌루에 돌아간다.

훌루는 지난해 1억 달러의 광고 수입을 올렸지만 비용 지출을 빼고 나면 순익은 거의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 훌루가 유료화에 나서게 된 배경이다. 훌루는 유료 서비스로 인한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화질을 개선하고 지원 기기를 아이폰, 아이패드 등으로 늘려 가겠다고 밝혔다.

훌루 유료화는 온라인 뉴스 유료화와 맞물려 요즘 인터넷 업계의 최대 관심사라고 할 수 있다. 유료화는 훌루의 3개 제휴사 중 한 곳인 폭스의 소유주 루퍼트 머독 회장이 주도하고 있다. 머독 회장은 월스트리트저널, 더타임스 등 뉴스코프 계열 온라인 뉴스의 유료화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온라인 콘텐츠의 적정 가치를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훌루 유료화의 성패도 결정 날 것으로 보인다.

정미경 기자 언론학 박사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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