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극장 곳곳 일본 배우들 눈에 띄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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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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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그룹 출신 ‘우에하라’
쉘 위 댄스 출연 ‘다케나카’

KBS ‘도망자’에 캐스팅
‘도요하라’도 ‘나쁜남자’ 출연

■ 日서 촬영-배우 캐스팅… 한류 기획 드라마 러시

9월 방영될 KBS2 드라마 ‘도망자’에 캐스팅된 일본 배우 우에하라 다카코. 1990년대후반 인기를 누린 여자 아이돌그룹 ‘스피드’ 출신으로 현재 배우로 활동하고 있다.사진 제공 도망자에스원문전사
9월 방영될 KBS2 드라마 ‘도망자’에 캐스팅된 일본 배우 우에하라 다카코. 1990년대후반 인기를 누린 여자 아이돌그룹 ‘스피드’ 출신으로 현재 배우로 활동하고 있다.사진 제공 도망자에스원문전사
국내 드라마에 일본 배우들의 출연이 잇따르고 있다. 국내 드라마 제작사들이 한류 바람을 타고 일본 시청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현지 로케이션 촬영 장면을 넣고 일본인에게 친숙한 배우를 캐스팅하기 때문이다. 일본 배우들이 국내 TV에 비중 있는 배역으로 나오는 것은 일본 대중문화에 대한 한국의 반감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일본 여성 아이돌그룹 ‘스피드’ 출신의 배우 우에하라 다카코(27)와 배우 코미디언 가수 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는 다케나카 나오토(54)가 9월 말 첫 방송을 하는 KBS2 드라마 ‘도망자’에 캐스팅됐다. 도망자는 ‘추노’를 히트시킨 곽정환 감독과 천성일 작가가 다시 손을 잡은 드라마로 탐정이 미스터리 사건을 추적해나가는 과정에서 6·25전쟁 때 사라진 거액의 돈을 발견해낸다는 줄거리의 로맨틱 코믹 탐정물이다. 이 드라마에서 우에하라는 일본의 톱 가수로서 탐정 역의 비(본명 정지훈)와 애틋한 사랑을 나누는 조연급 역할을 맡는다. 다케나카는 우에하라의 아버지 역을 맡았다. 그는 한국에서도 히트한 일본 영화 ‘으랏차차 스모부’ ‘쉘 위 댄스’ ‘스윙 걸즈’ 등에서 개성 있는 코믹 연기를 선보였다.

‘도망자’ 제작사인 도망자에스원문전사의 노영락 제작PD는 “처음부터 해외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고 기획한 데다 일본 도쿄, 오사카, 요코하마를 비롯해 중국 태국 필리핀 등 아시아 여러 도시에서 촬영하는 ‘글로벌 드라마’여서 자연스럽게 일본 배우를 섭외했다”며 “앞으로 중국 등 다른 아시아 국가 배우들도 캐스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방영 중인 SBS 수목드라마 ‘나쁜 남자’ 5, 6회에는 일본의 인기 배우 도요하라 고스케(45)가 출연했다. 도요하라는 지난해 국내 케이블채널 MBC에브리원에서 방영됐던 일본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에서 ‘부채선생’이라는 별명의 코믹 캐릭터로 나왔다. ‘나쁜 남자’에서는 일본 나고야, 기후 현, 미에 현 등지에서 촬영한 장면에서 한국 소주를 좋아하는 유리공예가 ‘류 선생’ 역할로 출연했다. 한국 제작사 굿스토리와 일본 NHK가 공동제작한 이 드라마는 내년에 NHK에서 ‘적과 흑’이라는 제목으로 방영될 예정이다.

도요하라 고스케
도요하라 고스케
지난해 말 방영한 KBS2 ‘아이리스’에서는 일본 아키타 현 촬영분에서 아역배우 미야마 가렌(14)이 킬러에게 죽음을 맞는 소녀로 나와 눈길을 끌었다. 여배우 다카기 리나(31)도 지난해 SBS ‘떼루아’에서 레스토랑 컨설턴트 역을 맡았다. 현재 SBS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동성애자인 태섭을 좋아하는 채영 역으로 출연하고 있는 유민(본명 후에키 유코·31)은 2001년 MBC 드라마 ‘우리집’으로 한국에서 데뷔해 한일 양국에서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일본 배우들이 한국의 안방에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데 대해 이영미 문화평론가는 “수년 전부터 국내에서도 일본 드라마, 영화, 소설 등이 인기를 끌면서 일본 대중문화에 대한 반감이 크게 줄어든 덕분”이라고 말했다.

김지룡 문화평론가는 “일본 배우들의 한국 드라마 출연은 한국 드라마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뜻으로 해석돼 한국 시청자도 긍정적으로 여기고 있다”며 “1998년 일본 대중문화 개방 이후 국내 젊은층 사이에서는 일본 대중문화에 대한 무조건적인 거부감은 사라졌지만 한국이 약자의 입장일 경우에는 민감하게 반응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종격투기 선수 최홍만이 최근 일본 드라마 ‘괴물군’에서 괴물로 출연하자 일부 누리꾼이 “흉측하다” “선수활동만 했으면 좋겠다”며 부정적 반응을 보인 것이 그 사례다.

일본 배우들의 한국 TV 진출이 앞으로 한류와 같은 영향력을 갖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김정운 명지대 여가경영학과 교수는 “일제강점기에 대한 기억이 없는 젊은 세대는 미국 배우를 보듯 일본 배우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면서도 “한류는 일본 중년여성의 환상에 존재하는 이상형을 한국 배우들이 충족시켜줬기 때문에 가능했으나 반대로 한국인이 일본 배우로부터 채울 수 있는 특정한 정서적 결핍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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