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 “과감한 투자로 지상파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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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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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 복수채널사업자, 자체프로에 47% 더 투자
시청률 - 광고매출 추격… ‘대작’ 카드로 승부수

지난해 케이블채널 Mnet이 선보인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인 ‘슈퍼스타 K’는 방송가에 신선한 충격을 줬다. 오디션에만 71만3503명이 참가했고, 자체 최고 시청률은 8.47%(AGB닐슨미디어)로 같은 시간대 지상파 프로그램을 넘어설 정도였다. ‘슈퍼스타 K’에는 총 4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됐다. 박경수 Mnet 홍보팀장은 “많은 돈을 투자해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면 케이블도 지상파와 경쟁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슈퍼스타 K’를 비롯해 tvN ‘재밌는 TV 롤러코스터’의 ‘남녀탐구생활’ 같은 히트작을 배출한 케이블 방송들은 올해 자체제작 투자를 대폭 늘리기로 했다. 지상파 3사와의 경쟁에 자신감을 얻었다는 표시다.

○ 과감한 투자로 지상파와 경쟁

MBC플러스미디어, 온미디어, CJ미디어, CU미디어 등 6개 복수방송채널사용사업자(MPP)의 올해 자체제작 투자액은 지난해보다 크게 늘었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에 따르면 이 6개사의 자체제작 투자액은 지난해 1093억 원에서 올해 1603억 원으로 46.7% 증가했다. MPP별로는 MBC플러스미디어가 509억 원으로 가장 많고 온미디어(402억 원), CJ미디어(380억 원)가 뒤를 이었다. CJ그룹의 CJ오쇼핑이 인수한 온미디어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승인이 남아있어 별도 투자로 집계했다. 하지만 CJ그룹은 최근 온미디어에 실사를 나오는 등 시너지 효과를 낼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케이블과 지상파의 시청률 격차도 크게 줄어드는 추세다. 연도별 시청률(TNS미디어코리아)을 살펴보면 2004년 지상파(21.8%)와 케이블(11.7%)의 시청률 격차는 10.1%포인트였지만 지난해에는 지상파 19.7%, 케이블 15.1%로 4.6%포인트로 줄었다. TV 시청 가구 중 시청비율을 따지는 시청점유율은 지난해 지상파 53.2%, 케이블 41%였다.

케이블의 시청률이 늘면서 지상파와의 광고매출 격차도 줄어들고 있다. 2004년 지상파는 2조2350억 원, 케이블은 3999억 원의 광고매출을 올렸는데 지난해에는 지상파 1조6709억 원, 케이블 7600억 원으로 격차가 줄었다. 서병호 케이블채널사용자(PP)협의회 회장은 “PP업계가 수년간 숱한 시행착오를 견디며 꾸준히 투자한 결과 케이블 콘텐츠가 인기를 끌게 됐다”고 말했다.

○ 케이블에서 대작 잇달아 선보여

방송통신위원회의 ‘2008년 방송산업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상파 3사의 분당 평균 제작비는 8만8000원인 데 비해 PP는 2만 원이다. 케이블은 지상파에 비해 투입할 수 있는 제작비가 적은 만큼 ‘선택과 집중’을 통해 대작(大作) 프로그램을 만드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올해 100억 원을 자체 제작비로 책정한 Mnet은 3월 시작하는 ‘슈퍼스타K’ 2편에 40억 원 이상을, 연말 가요시상식인 ‘엠넷아시안뮤직어워드(MAMA)’에 10억 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박경수 팀장은 “슈퍼스타 K는 미국과 중국 예선을 치를 것을 검토하고 있으며, MAMA는 마카오에서 여는 것이 확정돼 제작비가 상승했다”고 말했다.

MBC드라마넷은 ‘별순검’ ‘별순검 2’에 이어 편당 1억여 원을 들여 20여 부작 분량의 드라마 ‘별순검 3’을 제작해 7월쯤 방영할 예정이고, MBC라이프는 10억 원을 들인 6부작 다큐멘터리 ‘페이퍼로드’를 3월 초 선보인다. 온스타일은 9억 원을 들여 디자이너들의 경쟁을 그린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 2’(총 11편)를 제작해 방영하고 있고, tvN도 각각 편당 6000만 원을 들인 ‘롤러코스터’와 ‘막돼먹은 영애씨 6’을 방영하고 있다.

백경선 MBC플러스미디어 홍보팀 차장은 “본방송의 시청률뿐만 아니라 기획 단계부터 다른 방송사에 대한 재판매, 해외 판매 등의 가능성을 살펴본다”며 “좋은 콘텐츠를 다양한 경로로 유통시켜 수익을 극대화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송종길 경기대 다중매체영상학부 교수는 “케이블 방송이 콘텐츠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살길이라고 판단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면서 “우리나라 방송산업의 경쟁력 확보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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